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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지는 교권에는 날개가 없다-8

라뗴 교사의 인권침해(?) 이야기

by 현장감수성
나는 고백한다.


나는 올 한 해도 인권침해를 참으로 많이 저질렀다. 학생 면전에 대고 소리지르기는 기본이고 반말도 자주 한다. 학생의 상박(알통이 있는, 팔꿈치 위에서 어께 아래까지의 신체부위)을 움켜쥐고 1~2미터 이동시킨 적도 많다. 양쪽 상박을 붙들고 공중으로 들어올린 적도 있다. 겨드랑이 아래로 손을 넣어 들어올린 적도 있으며, 귀 바로 옆 구레나룻을 붙잡아 끌어올린 적도 있다. '입틀막'을 시전한 적도 있고 교실 뒤로 내보내서 5분 동안 서있게 한 적도 많다. 사과를 강요한 적은 셀 수 없을 정도고. 억지로 청소 시킨 적도 많고 내 발로 학생의 발을 툭툭 찬 적도 있다. 아 참 많기도 하다.

변명과 설명사이 해명같은걸 해보자.

반말은 주로 명확한 지시나 주의를 줄 때 쓴다. 멈춰, 그만, 안 돼, 주워 등. 주로 학생이 다른 학생의 인권을 침해하는 중이거나, 수업을 방해하여 다른 학생의 학습권을 침해하는 중이거나, 교실 환경을 더럽히는 중이거나, 위험한 행동으로 스스로와 주변 사람을 위태롭게 만들 수 있는 행위를 하려 하거나 하는 중일 때. 급할 떄는 반말+소리지르기가 한꺼번에 나가기도 한다. 야야야!!! 그 돌 내려놔!!! 어, 그래 너 말야 너!!!!! 뭘 아닌척이야!!!!! 돌 내려놔 돌!!!!!!! 목소리는 커지는데 학생과의 거리는 점점 가까워진다. 고막을 때리는 진동의 세기가 기하급수로 커진다는 뜻이다.

외부강사의 요가 수업이 있었다. 1인 1매트를 바닥에 깔고 그 위에서 자세와 호흡을 익히는 수업. 그런데 한 학생이 임의로 요가에서 종목을 바꿨다. 프로레슬링으로. 옆 매트를 침범하여 밀어넘어뜨리고 그 위에 올라타 엉덩방아를 찧기 시작했다. 이랴! 이랴!! 하는 추임새와 더불어. 당장 옆에 가서 말렸으나 음공으로 고막을 차단한 이 학생의 엉덩방아찧기는 그칠 줄 모른다. 당하는 학생은 연신 선생님을 외치며 밀어내려 하지만 체급 차이로 쉽지 않다. 삽시간에 수업은 엉망이 되고 몇몇 학생들은 이와중에 깔깔대며 웃기 시작한다. 내가 말로 지시해도 무시하고, 설득할 시간도 상황도 아닌데다가, 핸드폰으로 영상을 찍은 뒤 학폭이건 교보위건 정식 절차대로 하겠다고 해봤자, 상대는 이제 겨우 초등학교 1학년. 결국 나는 물리력을 행사하여 상황을 종료시켰다. 아동학대로 걸리면 걸리는거지 뭐! 그래도 한 명은 구하고 죽는구나 내가.

이번엔 쉬는 시간. 한 책상에서 두 학생이 팔씨름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요가 시간의 엉덩방아찧기가 부족하였는지, 이번엔 팔씨름 하는 학생을 뒤에서 덮쳤다. 당한 학생은 책상에 얼굴부터 배까지 밀착하고 등뒤에서 계속 밀어누르는 힘에 짓눌리고 있었다. 이번에도 모든 지시와 설득은 통하지 않았고 결국 나는 다시 한 번 나의 이두박근을 활용하였다. 그런데 이번엔 그 와중에 거친 반항이. 내가 팔을 잡자 이것 놓으라는 듯 팔꿈치를 휘둘러대는게 아닌가. 결국 나는 학생이 아픔을 느낄 정도로 손아귀에 힘을 주어 밀착한 두 학생을 떼어 놓았다. 나에게 당한(?) 학생은 자기 팔이 아프다며 나에게 오히려 따지고 덤빈다. 그 학생에게 당하던 학생은 억울하고 분한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그리고 눈으로 묻는다. '왜 쟤를 당장 혼내지 않으시냐고.' 설마 안 혼낼까. 불러다 혼내고 사과도 시켰다. 하지만 그 후로도 같은 일이 계속 반복되었고 이번에는 학생의 팔이 아프지 않게 두 학생을 떼어놓았다. 검지와 엄지로 구레나룻을 잡아당겼으니 팔은 안 아팠을 것이다.


수업 중에 어디선가 들려오는 소리

"주먹으로 00이를 때려야겠다."

교실 전체에 울려퍼진다. 내 목소리보다도 더 크게.

"주먹으로 00이를 때려서 죽여야지~."

주의를 주고 경고를 해도 이 웬수같은 층간소음은 멈추질 않는다. 이 층간소음이 두자릿수를 넘어가는 순간, 나는 손바닥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그리고 물었다.

"계속 할거면 이대로 수업한다. 그만 한다면 손을 놓겠다."

속으로는 내 손바닥을 혓바닥으로 핥아대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했지만 겉으로는 티내지 않기 위해 배에 힘 꽉 주고, 눈에 힘 빡 주고 단호한 어투로 물었다. 하늘이 도와 층간소음은 멈췄으나 유효기간은 24시간을 넘지 않았다. 내일이면 같은 일을 반복한다. 나는 결국 교실 뒤로 내보내기, 나중엔 교무실로 분리조치를 하기에 이른다. 나중엔 내가 문제 행동을 지적하면 서랍 속 내용물을 와르르 쏟아버린다. 쉬는 시간이 될 때까디 안 치운다. 오히려 그냥 놀러 나간다. 바로 붙잡아 청소와 정리를 지시했다. 따르지 않으려 하기에 강요했다. 다 안 치우면 집에 갈 때 다른 학생들은 다 가고 너만 남아 치울거라고 협박도 했다. 상식이 통하는 사회만들기가 이렇게 힘들줄이야. 진짜로 다 치울때까지 집에 못가게 했더니 나보고 독한 선생님이라면서 주섬주섬 치우기 시작했다. 2분만에 다 치우고 투덜대며 집으로 가더니 다음부턴 쉬는 시간에 후다닥 치우고 놀러 나간다. 더이상 강요와 협박을 하지 않아도 되니 다행이다. 이 학생 뿐만 아니라 우리 반 모든 학생들에게. 오늘도 인권친화적 교사에 또 한 발 다가서니 어찌 기쁘지 아니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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