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17년 차 초등교사이자, 1년 이상 근무한 모든 학교에서 생활부장과 학교폭력 업무를 담당한 경험이 있습니다. 공교육이 망한다면 교권침해 때문도, 악성민원 때문도 아닌 학교폭력 때문일 것입니다. 학교폭력에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언론에 오르내리며, 여론이 만들어지는 경우는 딱 3가지입니다. 하나는 매우 심각한 사안이 벌어졌을 때, 두 번째는 (그래서) 관련 법이 (더 가혹한 불이익과 엄벌주의로) 바뀔 때, 마지막으로 연예인이나 운동선수 등의 과거 학폭 문제가 폭로되는 경우입니다. 이 3가지 경우 관련 기사가 쏟아지고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되며(우리는 모두 한 때 학생이었으니까요) 댓글공방도 왕왕 벌어집니다. 실제로 학교폭력예방법 개정과 학폭 사안 처리에 큰 영향을 준 대표적인 사건 3가지를 꼽으면 다음과 같습니다.
1) 2011년 대구 중학생 자살 사건
2) 2020년 학교의 학교폭력심의위원회를 지역교육청으로 이관한 사건
3) 2023년 정순신, 이동관 자녀 학교폭력 사건(+드라마 더 글로리 흥행)
위 사안뿐만 아니라 우리가 매일 접하는 여러 소식에서 학교폭력 문제는 끊이지 않고 등장합니다. 특히, 대중을 자극할만한 사건일수록 더 빨리 더 많이 확산됩니다. 이런 확산은 여론을 형성으로 이어지고 지금까지 학교 현장의 목소리, 특히 교사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던 정치권에서는 (깊은 숙의와 논의과정은 생략하고) 발 빠른 대응으로 대중들에게 ‘사이다’를 선사합니다. 들끓던 여론이 잠잠해진다 싶으면 국회와 정부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교사를 덮칩니다. 과연 몇 명이나 교실에서 벌어지는 학교폭력의 실체를 알고, 학교폭력의 명확한 정의와 사안처리 과정을 정확히 알고 있을까요? 정말 진심으로 오랫동안 학교폭력 문제를 경험하고 고민하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현직 교사, 그중에서도 학교폭력 사안처리 업무담당자들입니다. 현장 교사인 저의 눈으로 볼 때, 현행 학교폭력 사안 처리 과정과 가해학생 처분에 대한 과도한 불이익은 아이들과 교육현장에 매우 심각한 문제를 가져옵니다. 먼저 처리 과정의 문제부터 짚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