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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육은 학교폭력으로 무너질 것이다.-3

당장 논의를 시작해야 합니다.

by 현장감수성

1. 사과와 화해가 없다.

일단 학교폭력의 법률상 정의는 다음과 같습니다.

“학교폭력”이란 학교 내외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발생한 상해, 폭행, 감금, 협박, 약취·유인, 명예훼손·모욕, 공갈, 강요·강제적인 심부름 및 성폭력, 따돌림, 사이버 폭력 등에 의하여 신체·정신 또는 재산상의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

그렇다면 실제로 교실에서 학교폭력은 얼마나 발생할까요? 제가 근무한 학교들의 경험에 비추어 말씀드리면 하루에도 수십건 혹은 일 년 내내 전혀 없음이 공존할 수 있습니다. 이게 무슨 양자중첩 같은 소리냐고요? 저는 작년에 1학년 담임을 맡았습니다. 가방을 메면 몸이 절반 넘게 가려지고, 엄마 손 잡으려면 만세를 해야 하는. 저희 반에서 성폭력(특히, 성추행) 사건이 하루에 몇 건이나 발생할까요? 화장실에서 옆 친구 몰래 훔쳐보기부터 시작해서, 줄서는데 뒤에서 껴안기, 중요부위 만지기, 중요부위 뒷발로 차기, 볼 비비기, 어깨에 뽀뽀하기 등 열거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사안이 하루에 수십 건씩 쏟아집니다. 쉬는 시간은 10분이고 반에 학생은 20명인데 말이죠. 법과 원칙대로라면 저는 이 모든 학교폭력 사안을 보고하지 않고, 담임교사 선에서 은폐 혹은 축소한 아주 악독하고 악랄한 교사입니다. 응? 여기까지만 읽으셨는데 벌써 뭔가 이상하시다고요? 당연합니다. 현직 교사인 저도 이상하니까요.


그럼 여기서 학교폭력 사안이 벌어진 초등학교 담임교사 입장에서 말해보겠습니다. 보호자가 신고 의사를 밝힌 이상 무조건 업무 담당자에게 사안 보고를 해야 합니다. 이제부터 담임교사는 관련 학생과 보호자와 소통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자칫, 화해시킨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고, 이는 사안을 은폐하고 축소시키려는 행위로 해석될 여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관련 학생 보호자 모두 담임교사로부터 자신의 주장(피해면 피해, 가해면 가해)에 유리한 진술(?)을 듣고 싶어 합니다. 실제 사안 조사 단계나,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회의 자리에서 자기 방어 혹은 자기 주장 강화를 위해 담임교사를 인용(?)하면 유리할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실제로 저는 학교폭력 업무를 맡을 때마다 담임선생님들에게 이야기합니다. “사안 신고 하겠다면 말리지 마세요. 신고해서 사안 접수 한 뒤로 관련 학생 보호자랑 절대 연락하지 마세요.” 라고요.


이 부분이 학교폭력(특히 초등학교)에서 제가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실제 사안을 눈으로 목격한 교사의 판단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어요. 직접 보지도 못하고, 심지어 자기 자녀의 (발달 단계상, 본능적으로 본인이 유리한 부분을 과장하고 불리한 부분은 축소해서 이야기하는) 말만 듣고 판단한 보호자의 결정이 절대적입니다. 저는 급식실에 가는 길에 어깨를 부딪힌 일로 학교폭력 사안 처리도 해봤어요. 제 눈 앞에서 부딪힌 일이고 당사자끼리 바로 미안하다 사과하고 받아주고 화해까지 그 자리에서 바로 이루어졌음에도 사안 처리하겠다는 보호자를 어찌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사안 접수하고 절차가 시작되는 순간 오히려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한 학생은 불리해집니다. 그리고 이게 바로 두번째 큰 문제를 불러옵니다. 양심을 속이고 거짓말을 할수록 불리함은 줄고 유리함은 늘어나는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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