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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육은 학교폭력으로 무너질 것이다.-4

당장 논의를 시작해야 합니다.

by 현장감수성

2. 양심을 속이고 거짓말을 할수록 유리하다.

학교폭력 사안을 이처럼 사회문제로 다루기 시작한지 10년이 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무엇을 배웠을까요? 이런 이런 말이나 행동은 학교폭력이 될 수 있으니 하지 말아야 겠다는 예방의식? 학교폭력을 당하는 장면을 목격하면 지체없이 선생님께 알려야 겠다는 신고의식? 반에서 따돌림이 벌어지면 방관자(공범자)가 되지 말고 “학교폭력 멈춰!”를 외쳐야 겠다는 다짐? 아니면 학교폭력으로 나에게 이런 조치가 떨어지면 나의 장래와 미래에 매우 큰 걸림돌이 될 수 있으니 절대 조심하자는 다짐일까요?


네, 위에서 말한 예방, 신고, 다짐들 모두 제도 속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이 의식과 무의식 중에학습하게 될 것입니다. (교육 용어로는 잠재적 교육과정이라고 하지요.) 하지만 가장 많이 학습하게 되는 것은 바로 사안 신고가 들어가면 가해자건 피해자건 “양심을 속이고 거짓말을 할수록 나에게 유리하다.”는 사실입니다. (최근 개봉한 박찬욱 감독의 영화 '어쩔수가없다'를 봐도 비슷한 장면이 나옵니다. 아들이 경찰에 조사를 받으러 가게 되자, 아빠(이병헌)이 아들에게 양심을 속이고 거짓을 말해야 한다는 것을 주지시키죠.)학교폭력 대책 심의위원회는 가해행위의 고의성, 심각성, 지속성, 관련(가해)학생의 반성 정도와 화해정도 5가지 항목에 대해 0~4점씩 점수를 매겨서 나온 합계를 기준으로 조치를 결정합니다. 0점이면 학교폭력이 아님으로 결정이 나고요, 1~3점이면 서면사과, 4~6점이면 교내봉사, 7~9점이면 사회봉사를 명령합니다. 10점이 넘으면 조치가 무거워지는데요, 10~12점이면 출석정지(등교 정지가 아닙니다), 13~15점이면 학급교체(반이 1개인 경우면 난감합니다. 참고로 전북특별자치도 초등학교의 절반 이상이 한 학년에 한 반만 있습니다.), 16~20점이면 전학 또는 퇴학처분이 가능합니다.


관련(가해)학생은 자신이 한 행위의 고의성, 심각성, 지속성을 낮추기 위한 여러 근거를 모아야 합니다. 반성정도를 증명하기 위해 사과할 의사가 있음을 계속해서 전달해야 하고요. 운좋게 피해 학생이나 보호자가 괜찮다는 답변을 하면 화해 정도에서 유리하겠죠? 피해학생의 경우는 전부 정반대입니다. “양심을 속이고 거짓말을 할수록 나에게 유리하다.”이 말은 사회에서 법정에 가기 전, 변호사 상담을 받을 때나 들어봄직한 밀입니다. (실제로 변호사들도 저렇게 이야기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성인이 사회에서 헌법에서 보장하는 피고인의 방어권을 행사하는 것처럼 학교폭력 사안이 발생했을 때도 마찬가지로 동일한 원칙과 잣대가 들어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한마디로 교육의 지나친 사법화를 경계해야 합니다. 지금의 학교폭력 사안처리 과정에서는 이제 열 살도 되지 않은 아이들이 양심에 따라 솔직하게 자신의 행위를 고백하고,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며, 다른 사람에게 사과하고, 용서와 화해를 경험하는 기회는 사라집니다. 이런 상황에서 무작정 학교폭력 가해자 조치를 대학 입시에 더욱 엄격히 적용하겠다?! 글쎄요......엄벌주의가 만능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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