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고 쉽게 쓴 시간의 역사>

스티븐 호킹의 그 시간의 역사 맞습니다.

by 현장감수성

휴 잭맨, 앤 해서웨이, 러셀 크로우가 나오는 영화 '레 미제라블'에서 '에디 레드메인'이라는 배우를 처음 만났다. 이 배우를 따라가 보면 매우 독특한 필모를 만날 수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사랑에 대한 모든 것'이라는 작품이다. 여기서 그는 '스티븐 호킹'을 연기한다.(참고로 스티븐 호킹은 2018년에 세상을 떠났다. 영국의 웨스트 민스터 사원-뉴턴과 제인 오스틴이 묻혀 있고 마이클 패러데이가 묻힐 뻔 한-에서 영원히 잠들어 있다. 스티븐 호킹이 사망한 2018년에 관련 도서 판매량은 무려 40배가 넘게 뛰었다.) 그것도 아주 잘.(이 영화로 에디 레드메인은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는다.)


'빅뱅이론'같은 인기 드라마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스티븐 호킹에 관한 일화는 많다. “박사님에게는 물리학이 인생이죠.”라는 물음에 “사랑이 인생입니다.” 도 답을 한 이야기. 스스로 가장 큰 업적이나 성취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자녀”라고 답한 (마치 험프리 데이비를 오마주한 듯 한) 이야기 등 21살에 시한부 판정을 받고 76세로 생을 마김한 그의 삶은 영화로 만들기에 충분하다. 그리고 당연히 스티븐 호킹의 진면목을 만날 수 있는 분야는 바로 과학. 그중에서도 특히 우주에 관한 이야기나 블랙홀을 다룰 때 반드시 등장하는 인물이다. 그리고 스티븐 호킹을 '스티븐 호킹'으로 만들어 준 책이 바로 [시간의 역사]이다.


[시간의 역사]는 지구상에서 가장 많이 팔린 과학도서 중 한 권이지만 열에 아홉 이상이 중간에 읽기를 포기하는 책으로 악명(?) 높기도 하다. 오죽하면 '호킹지수'라는 새로운 단위(?)를 탄생시켰다. (우리나라 영화계에 UBD가 있는 것처럼^^:) 나름 책을 많이 읽고 과학 관련 배경지식도 있는 편이지만 원본(?)은 사실 도전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지리산에 오른다 생각하며 눈 딱 감고 읽어볼까 했지만, 대한민국 호킹지수를 더 낮추는데 기여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러던 찰나에 도서관에서 이 책을 봤다. 일단 분량에서 합격. 걱정 반 오기 반으로 책장을 넘기는데 다행히 생각보다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아무래도 그동안 쌓은 배경지식 덕분이라 생각한다.


뒤집어 말하면 이 책의 내용은 배경지식으로 쓰이는 책이 아니라(누군가에겐 그렇겠지만) 배경지식을 반드시 만든 다음에 읽어야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책이다. 상대성 이론과 빅뱅이론 그리고 양자역학에 대한 배경지식을 조금이라도 많이 갖출수록 이 책은 새로운 재미로 다가올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을 읽은 뒤에 보는 영화 [인터스텔라]는 이 책을 읽기 전과 조금 혹은 많이 다른 작품이 되어 있을 것이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는 만큼 흥미로운 세상에서 기본 소양(?)으로 이 책 한 권 정도는 어떨까?


추신: 김상욱 교수는 안타까워했다. [로미오와 줄리엣], [소나기]을 물어봤을 때 모른다 답하면 기본 소양이나 교양이 부족한 사람 취급을 당하기 일쑤인데, 뉴턴의 운동 3법칙이나 열역학 2법칙은 물어보는 사람이 사회성 부족한 사람 취급을 당하기 일쑤인 이 부조리함(?)을. 상식과 교양이 지나치게 인문학에 치우친 이 사태가 안타까운 나머지 김상욱 교수는 [김상욱의 과학공부]를 비롯한 많은 교양서를 썼고, 미국의 리처드 뮬러 교수는 [대통령을 위한 물리학]이라는 책을 낼 정도였다. 두 권 다 추천한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