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을 가르치는 학교, 사과하지 말라 배우는 학생

법기술자 되라고 아이들을 내몰고 있다.

by 현장감수성

학교폭력=대입 탈락?!

전북대학교는 2026년 수시모집에서 4호 이상의 학교폭력 이력이 있는 학생 18명 전원을 불합격 처리했다. 강원대학교도 37명을 불합격 처리했고, 경북-대구 지역 주요 4년제 대학교 12개 대학에서도 지원자 312명 중 84%인 262명을 불합격 처리했다. 이처럼 대학에서 학교폭력 조치 사항을 대학 입시에 의무로 반영하면서 교실은 이제 살얼음판이 될 지경이다. 이 살얼음판에서 나를 구해줄 수 있는 것은 단 2개. 1.애초에 주변과 관계를 맺지 않기. 2.법기술 동원하기. (굳이 2개를 더 보태면 1.대입 포기하기 2. 자퇴하기가 있다.)


이런 흐름에 불을 붙인 건 드라마 더 글로리에 이어서 터진 일명 정순신-이동관 사태다. 아버지의 권력과 지위를 이용하고 법기술을 동원해 자녀가 저지른 학폭 사안이 대입에 영향을 끼칠 수 없도록 뭉개고 넘어간 일을 언론이 보도하며 전국민의 공분을 샀고, 이 여론은 학교폭력 가해자 조치기록을 대입에 반영하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이 조치를 두고 여러 반론이 있다. 소년범죄와의 형평성문제와 학교폭력을 줄이는데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자퇴를 부추긴다는 지적도 있다.)


아이들을 양심 없는 법기술자로 만든다.

학교폭력으로 무거운 조치(6호-출석정지, 7호-학급교체, 8호-전학)가 나오는 경우 4년까지 생활기록부에 남는다. 중학교 2학년 때 기록이 고3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자녀를 대학에 보내려는) 결국 보호자들도 살얼음판 위로 소환 당한다. 걱정은 크게 두 가지. 하나는 자신의 중학생 자녀가 학교폭력 사안에 휘말리는 거 아닐까? 두 번째는 초등학교 학교폭력 기록도 대입에 영향을 끼치게 되는 거 아닐까? 이제 보호자들은 자신의 자녀에게 가르치기 시작한다. 학폭 변호사가 말해주는 법기술들을. 먼저 잘못을 인정하지 말고, 사과하지 않아야 하며, 무슨 일이 벌어지건 ‘증거’와 ‘목격자’가 우선한다는 사실을.


1편과 2편에서 이미 아이들이 ‘솔직히 잘못을 인정하고 용기내서 먼저 사과하면 오히려 나에게 불리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잠재적 교육과정]으로 학습하고 있음을 밝혔다. 초등학생 때부터 법을 이용해 자신의 잘못을 회피하는 법, 증거를 조작하는 법, 상대방을 맞신고해 진흙탕 싸움으로 만드는 법을 학습한다. 오늘 저지른 잘못을 두 달 뒤 학폭위에서 결정한 1호 조치-서면사과가 나온 뒤에 사과한다. 그 전까지는 ‘무죄추정의 원칙’에 입각해 자신은 아무런 잘못이 없는 듯 행동한다. 그조차도 하기 싫다면 학폭위에서 내린 조치에 대해 불복하고 소송을 걸면 된다.


6학년 사회교과서에서 배우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인 대화와 타협, 양보와 소수의견 존중은 현실에 없는 이데아에 불과하다. 공교육이 이뤄지는 학교에서 민주시민을 길러내기는커녕, ‘소송 만능주의’ 법적으로 문제없으면 다 해도 된다는 ’법률 만능주의’ 세대를 길러내는 꼴이다. 도덕, 예의, 규범, 양보, 배려와 같이 교과서에 나오는 미덕을 지키며 사는 일은 바보들이나 하는 손해나는 짓이다. 앞으로 10년만 더 이렇게 계속 해나간다면, 우리가 치러야 할 사회적 비용은 어마어마하게 늘어날 것이다. 적어도 초등학교만이라도, 학교폭력의 정의와 절차를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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