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호 네번째 주제 : free(자유주제)
잘 지내시나요, 지금은 어디쯤인지요?
햇볕 쨍쨍 내리쬐는 푸른 바다에서 서핑을 즐기고 있을까요? 늦저녁 끝도 없는 해바라기밭에서 황홀한 주황빛 세상을 느끼고 있나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사막 한가운데에 앉아 보기만 해도 눈물이 나는 밤하늘을 보고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아, 당신이 말해주었던 오색 색깔로 춤을 추는 하늘은 보았는지요? 저도 꼭 보고 싶었는데 말이죠. 어쩌면 당신은 제가 상상도 하지 못하는 곳에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지금 이곳은 당신과 만났던 그 날처럼 매서운 눈보라가 치고 있어요. 창밖으로만 바라보던 눈이라는 존재가 그리 매서울 줄은 정말 몰랐답니다. 지금에서 말하지만, 그 순간 저는 ‘진정한 자유’라는 것을 온몸으로 깨달았어요. 한없이 가벼워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한없이 무거운 자유라는 존재를 말이죠.
매서운 눈보라가 그저 창밖 세상이었을 때의 이야기에요. 그곳은 정말 안락했답니다. 시간 되면 제때 식사가 나오고, 가끔은 정말 맛있는 특식도 나오죠. 창밖 너머 저와 달리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친구들을 보며 부러워하긴 했지만, 딱히 나가고 싶지는 않았어요. 그곳은 매우 심심하지만 나쁘지 않았거든요. 좋음과 나쁨을 짓기도 애매한데, 저는 태어날 때부터 그곳에 있었기 때문에 그곳의 생활이 저의 전부였죠.
그날은 누군가의 실수였을까요? 하필 창문이 열려있었고, 하필 보금자리의 문이 잘 닫혀있지 않았죠. 당신에게는 그 기나긴 여행이 작은 호기심으로 시작을 했다고 말했었지만, 사실은 자유로워지고 싶어서였어요. 애써 부정하고 있었지만, 마음속 깊은 어딘가에서는 창밖 너머 친구들처럼 자유롭게 하늘을 날아다니고 싶었어요.
힘찬 날갯짓을 시작으로 경험한 자유는 상상 이상이었답니다. 세상이 그리 넓은지도, 그리 아름다운지도 처음 알았죠. 다양한 친구들을 만났고, 다양한 경험을 했어요. 당신과 함께했던 시간 또한 잊을 수 없는 시간이었어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리움이 쌓여가고 있었어요. 안락했던 보금자리에 대한 그리움이 말이에요. 맞아요, 저는 지금 앞서 말했던 그곳에 있답니다. 기나긴 여행을 끝내고 안락했던 저의 집으로 다시 돌아왔지요.
이곳은 여전히 안락했어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밥을 먹을 수 있었고, 매서운 눈보라도 다시 창밖 세상이 되었죠. 하지만 지금은 그조차도 잘 모르겠어요. 있잖아요, 저는 요즘 정말 이상해요. 갑자기 짜증이 나서 밥을 집어 던지기도 하고, 갑자기 우울해져 종일 잠만 자기도 해요. 안락했던 보금자리는 너무 좁아 답답하고, 가끔 나오는 특식도 이제는 맛이 없어요. 그리움 때문에 돌아왔지만, 웃기게도 이제는 그 찬란했던 시간을 그리워하고 있죠.
당신이라면 아마 이리 말하겠죠?
“이리로 와! 나랑 같이 다시 자유롭게 하늘을 날아다니자!”
글쎄요, 사실 저는 자유가 두려워요. 매섭게 눈보라 치던 그 밤, 제가 진정한 자유를 깨달았다고 했잖아요? 저는 자유에 따라오는 책임이 두려워요. 먹이를 구하지 못해 온종일 굶은 날은 허다하고, 잠자리도 편치 않았죠.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매번 신경을 곤두세워야 했고, 가끔은 사무치는 외로움을 견디기 힘들 때도 있었어요. 하루가 지날수록 책임이라는 무게는 점점 무거워져 저를 짓누르기만 했죠. 과연 저는 그 책임을 견딜 수 있을까요? 다시 한번 제가 자유를 선택한다면, 저는 이곳으로 돌아올 수 있는 걸까요?
모르겠어요. 자유는 도대체 무엇인가요? 무엇이기에 저를 이렇게 괴롭게 하는 건가요? 저는 이제 다시는 예전의 제가 될 수 없나요? 한번 자유를 알아버린 새가 다시 새장으로 돌아간다는 건 처음부터 잘못된 생각이었을까요? 답답해요. 저는 이제 어떡해야 하나요?
from.은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