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호] 일곱째주, OHMJ : 멸치볶음

겨울호 일곱번째 주제 : free(자유주제)

by 어느 저자

뭐, 어디까지나 주관적인 기준이지만 나는 남들보다 빨리 혼자 밥을 챙겨야했다.
초등학교 3학년 즈음이었나, 엄마가 바빠지기 시작하셨다. 어릴때는 밥을 챙겨먹어야 하는 일이 많지는 않았지만 그 즈음 기억이 나는 걸 보니, 그때부터 시작이었던 것 같다.
그때 밥을 챙겨 먹는일이야, 어머니가 해 놓으신 반찬에 밥통에서 밥만 퍼서 먹으면 되는 일이고, 혼자 밥을 챙겨먹는다는 것이 어린 나에게는 어른이 된 것 같은 기분을 들게해, 꽤나 즐겁게 그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그 이후 중학생 무렵에는 전기밥솥에 밥을 하고, 라면을 끓여 먹는다거나, 스팸이나 비엔나 소시지를 구워먹는 등 정말 혼자 밥을 챙겨 먹을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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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이 되어서도 여전히 어머니는 농작물을 가꾸시느라 하루에 다섯시간을 겨우 주무시는 나날들이 계속 되었다. 그 일의 고됨을 아는 나는 성인이 된 마당에 밥을 챙겨먹는 것도 당연하고, 익숙해져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
하지만 어머니는 나에게 ‘엄마가 밥 잘 못챙겨 줘서 미안해’ 혹은 늦은 아침을 먹는 내게 카톡으로 ‘계란찜 해놨으니 데워 먹어라’, ‘순두부찌개 끓여놨으니 데워먹어라’, ‘고기 사다놓았으니 볶아 먹어라’ 등 나의 끼니를 종종 걱정하셨다.
군생활과 여행 후 거의 몇 년만에 집에 붙어 있는 내가 다시 신경이 쓰이셨는지, 같이 먹는 저녁시간에 밥 잘 못챙겨줘서 미안하다는 말을 종종 하셨다. 그러다 어느날은 괜찮다고 몇 차례 말했음에도 자꾸만 그러는 어머니가 왠지 미워져서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엄마가 해준 밥 오랜만이지? 자주 못 챙겨줘서 미안해”

“아니, 엄마 괜찮다니까 나 이제 다 큰 성인이여 그런걸로 좀 미안해 하지마”

“알지 우리 아들 혼자서도 잘 해먹는거……”

엄마에게 있어 나에게 챙겨주는 밥은 어떤 의미 일까. 사랑일까 챙겨주지 못하는 안타까움일까.
아침에 일어났을 때 엄마가 끓여 놓으신 국이나 어묵볶음 등의 반찬을 보면 괜히 기분이 좋을 때가 많았다. 당신의 그 피곤한 하루에 잠을 몇 십분 참아가며 장만해 놓은 반찬의 깊이를 모르고, 나는 투정하거나 그냥 먹은 기억이 더 많다.
그러다 문득 꼭 기록으로 남겨놓았으면 하는일이 엊그제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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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엄마는, 스스로 음식을 잘 하지 못하시는 편이라 생각하신다. 나는 엄마밥을 항상 먹어와서 그런지 항상 맛있게 먹었는데, 사실 정말 엄마가 못하는 음식이 몇 가지 있다. 떡볶이라던지 본인이 잘 안드시는 고기요리라던지.
그래서 항상 오늘 반찬 맛이 어떤지, 이번엔 다른 방식으로 해봤다는 둥 반찬의 맛이 괜찮은지 자주 물어보신다.
항상 건강한 음식을 추구하셔서 소금간도 약하고 설탕도 거의 넣지 않은 반찬들이 많아서, 나와 동생이 ‘엄마 제발 소금 좀 넣어줘’ 아니면 ‘제발 설탕 좀 넣어줘’ 등의 반찬 투정을 부리는 일이 종종 있곤 했다. 그날 저녁도 평소와 별 다를 것 없이 저녁을 먹고 있었다.
하지만, 그날 따라 나는 마음에 여유가 없었는지 부드럽게 말하는 법은 까맣게 잊은채 대답을 했다.

“아들 이거 멸치 볶음 어때 맛있어?”

“아니 그냥 단맛도 안나고 생 멸치 맛이구만? 왜?”

“너랑 우제랑 멸치볶음 좋아하잖아 그래서 저녁에 한번 볶아 봤지. 설탕이나 물엿 너무 많이 넣으면 건강에 안 좋아”

“엄마 근데 이런 멸치는 물엿이나 설탕 넣고 볶는게 훨씬 맛있더라 이건 그냥 멸치만 볶은거 아냐?”

“그래? 그래도 그냥 먹어 건강하게 따뜻할때”

“아니 멸치만 퍼먹는 것도 아닌데 좀 넣지 얼마나 건강에 안 좋다고. 그럼 아무 음식도 못 먹어 엄마”

“알겠어 다음번엔 그렇게 해줄게”

사실 아주 못 먹을 맛도 아니고 엄마 말이 다 맞는 말이었다. 만약, 엄마가 틀렸다고 해도 좀 더 부드럽게 말 할 수 있을 텐데.
‘엄마 멸치 맛있다. 근데 다음번엔 좀 달달하게도 볶아줘’ 라던지 아니면 ‘그냥 맛있다’ 라고 하던지.
저녁에 그렇게 한 말이 너무 미안했다. 또 주워담고 싶었다. 엄마가 해준 반찬의 의미를 다 헤아리지도 못하면서 퉁명스럽게 말한 것을 그날 밤 몇 번 생각하며 뒤척이다가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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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음날 아침. 벌써 어머니는 나가시고 안 계셨다. 그날도 식탁 위를 슥 보고 뭐 해먹지? 뭐 해놓고 가셨나? 살피는 와중
어제 먹고 남은 멸치 볶음이 새로운 그릇에 담겨 있었다. ‘분명 저 그릇에 담겨있지 않았는데?’ 하며 살펴본 반찬통에는 물엿과 설탕으로 끈적 달콤하게 다시 볶아진 멸치가 있었다.

분명 아침에 일어나셔서 멸치를 다시 프라이팬에 넣고 다시 볶고 가셨겠지.


아침의 감정을 글로 표현할 수 있을까? 어머니의 마음을 감히 짐작이나 할 수 있을까?


어떤 마음이셨을지, 내가 던진말에 얼마나 속상하셨을지, 내가 그 멸치볶음을 마주 했을때 들었던 감정까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겠지.

오늘도 혼자서 질문하고 혼자서 생각해본다. 언젠가는 꼭 용기를 내야지
‘엄마, 새벽에 반찬 할 때 어떤 기분이야?’ ‘엄마, 엄마한테 밥은 어떤 의미야?’

엄마. 내가 엄마를 다 헤아릴 수 있을까? 이 밥상을 언제쯤 다 알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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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세월 금이 간 툭배기에

노오란 계란찜이 활짝 피어 있으리라


아침도 거른채 새벽 여명속에 당신은

햇볕 만연한 늦잠에

눈 부비며 엉금엉금 냉수찾는

철 없는 아들을 생각하리라


훌쩍 커버린 자식에

아직도 첫 걸음 뗀 아이가 보여

데워진 툭배기 손 델까 걱정하리라


나는 목구멍으로 거룩한 희생을 넘긴다

씹을 연유없이 보드라운 계란찜을 가시 삼키듯 넘긴다

그렇게 몇 번이고 반추해야

이 밥상을 다 헤아릴 수 있으리라


오늘도 노오란 계란찜이 활짝 피어있으리라


계란찜/OHM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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