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호] 다섯째주, OHMJ : 매너리즘

봄호 다섯번째 주제 : free(자유주제)

by 어느 저자

요즘 마스크를 쓰기 전의 생활을 회상하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저에게 있어 마스크 이전의 삶은 현재와 비교하여 다채로운 삶을 의미 하는 것 같습니다.
연초부터는 반복되는 일상을 계속해서 반복중입니다. 학교수업-운동-공부 이 루틴을 계속해서 살아가는 일상들이 반복되어 지루해 지기 시작했을때, 저는 다음날에 대한 기대를 잃기 시작했습니다.
내일에 대한 기대가 없다는 것은, 저에게는 유례없는 일이었습니다. 다양한 배움과 내일에 대한 기대감은 저를 살게하는 빛이요, 소금이었습니다.
사회적인 ‘나’를 살게 하기 위한 이 단조로움은, 그 이외의 모든 저의 모습을 죽이는 하루들 이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저는 죽어가기 시작했습니다. 네, 저는 지금 매너리즘에 빠져있습니다.

얻게된 많은 것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노력에 대한 결과의 달콤함은 살아있다는 느낌을 생각보다 길게 주지 않았습니다.
학생회장, 만점에 가까운 학점, 높은 영어 점수, 전액장학금 등등 누군가에게는 절실히 갖고 싶은 것들을 이루어내도, 잠깐의 희열이 끝일 뿐, 저에게 큰 울림하나 주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럴수록 더더욱 저것들에 목메기 시작했습니다. 성취에서 오는 잠시간의 영혼의 해방감이라도 없으면 영영 죽어가야 할 것 만 같기 때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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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자꾸 죽어가며, 이 쳇바퀴를 계속 굴리며, 글을 적는 일을 해낼 수 있을까 고민을 하기도 했습니다.
일상으로부터의 영감과 배움, 변화가 없으면 글을 쓸 수 없는 저의 글은 최근 무엇을 써도 즐겁지 않고, 펜을 들고는 단 한 문장 써내려가기 힘든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다가는 문득 소설의 한 구절이 생각납니다.

환상이란 삶의 도피이며, 정면 대결에서의 회피라는 생각은 좁은 편견의 오류일 뿐이다.
삶과 정면 대결하여 절망을 극복하기 위한 우리들의 힘은 어디에서 오는가.
그것들은 모두 어둡고 습습하여 정체를 알 수 없는, 그러나 사람들에게 각자 다른 모습으로 추정되는, 환상 또는 허상에서 비롯되어 존재할 것이다.
우리의 정신적 양식이 비롯되는 곳은 환상이다. 그리고 그러한 환상이 존재하는 어두움의 창고를 인식하는 개인의 성숙에서 우리의 삶과의 끈질긴 투쟁을 그 무기를 얻게 되리라.

기형도 / 환상일지


어 제 와 오 늘, 오 늘 과 내 일, 한 달 전, 두 달 전, 한 달 후, 일 년 후 ……

제 삶이 끝나도 끝나지 않을 영겁의 시간의 무게에 짓눌리는 듯한 저의 삶에서의 환상으로의 도피란 있을 수 없습니다.
환상이란 삶의 도피이지만, 이 도피란 놈은 효율이 그렇게 좋지 못한놈이라, 잠시간의 달콤함으로 몇 배의 시간을 가져갈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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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 빠르게 흘러가버리는 시간속, 죽어있는지 살아있는지 모를 영혼의 황혼 속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 살아있음을 느껴야만 했습니다.
검은 속내 비치는 아가리를 짝- 벌린 시간의 폭포가 저를 삼켜 버린다면, 저 바닥에 보기좋게 처박힌 후, 영겁의 무게는 저를 짓이겨, 원자단위로 부수어 버릴게 분명합니다.
살기위해, 살아있음에 감사했던 순간들을 떠올리려 매일을 고뇌했습니다.
그러다 하다님의 봄호 셋째주 글의 프리다이빙을 부분을 보고, 척추 부터 대뇌로 차오르는 짜릿함을 느꼈습니다.

간절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은 죽음이 한 소끔 끓어올라, 넘치기 직전에 생각나는 법입니다.
맨몸으로 숨을 참으며 10미터 20미터 내려갔던 그때는 반환점을 돌아 다시 수면을 향해 힘찬 발길질을 시작하며 한 모금의 공기가 절실 했고, 올라가지 못하면 죽는다는 생각을 하지 않으려 위를 절대 바라보지 않으며 애써 가이드 줄을 보며 다왔을거야 다왔을거야 저를 다독였습니다.

자 지금부터 숨을 참도록 하겠습니다. 천천히 심호흡을 열번하고, 진짜 죽을것 같다는 생각이 훅 끓어올라도, 스스로는 절대 죽을때까지 숨을 못참는다는 것을 생각하며 죽음을 한 철 맛보고 와보겠습니다.

정신이 아득해집니다. 횡경막은 숨을 쉬라고 꿀렁꿀렁 컨트랙션이 오기도 합니다.

죽음이 한 소끔 끓어 넘칩니다. 저는 끓는 죽음에 공기를 담뿍 끼얹습니다. 우습게도 잠시간의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이, 살아있다는 느낌을 들게 합니다.
그렇게 숨을 내쉬며 멍하니 천장을 바라봅니다. 언제까지 살아있음을 죽음 앞에서 느껴야하는지 생각하며 참 인생이 우습다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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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살기 위해 죽어가는 영혼을 부여잡고 연신 뺨을 때려대며 문장을 적습니다.
삶이란 제로섬게임과 같아 오늘의 죽음이 내일의 삶이 되고, 오늘의 삶이 내일의 죽음이 됩니다.
다만 오늘은 아이처럼 논-제로섬 게임이기를 떼쓰듯 꿈꿉니다.
그 아이의 간절함은 이 글이 도화선 되어, '삶' 다운 삶으로의 도피를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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