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을 일구다 떠오른 작은 전시회
오늘은 텃밭에 나가 밭을 정리했다.
살충제를 뿌리고 퇴비를 넣은 뒤
삽으로 밭을 뒤집었다.
겨우내 굳어 있던 흙이
뒤집히며 부드럽게 풀린다.
삽을 몇 번이고 넣었다
빼기를 반복하다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농사가 한창일 때는 바쁘지만
농한기가 되면
이곳은 조용해진다.
‘그때 이곳에서 작은
전시회를 열면 어떨까.’
어르신들과 아이들이 그린 그림을
텃밭 한쪽에 걸어 두는
상상을 해 보았다.
바람이 불면 그림이
살짝 흔들리고
햇살이 그림 위에 내려앉는 모습.
어르신들의 소박한 그림과
아이들의 자유로운 색깔들이
같은 공간에서 어울리는 풍경.
생각만 해도 따뜻한 장면이었다.
하지만 곧 이런 마음도 들었다.
‘과연 내가 그걸 실천할 수 있을까.’
전시회를 준비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그 생각은
잠시 떠올랐다가 다시
마음속으로 내려앉았다.
그래도 괜찮다.
오늘 나는 텃밭의 흙을
뒤집으며 또 하나의
작은 꿈을 심어 두었으니까.
어쩌면 언젠가
이 밭 한가운데
정말 작은 전시회가
열릴지도 모르겠다.
밭을 일구며 이런 상상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오늘 하루가 조금 특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