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을 만지는 그 유의미한 시간에 대하여......

기계의 효율성과 손의 정직함

by 박현숙



3월의 끝자락 주말을 맞아

밭으로 향했습니다.

햇살은 한결 부드러워졌습니다.


바쁘게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이곳 조용한 작은 쉼터는

평상시에 느끼지 못하는
풍경과 시간이 있습니다.


소먹이로 심을 옥수수를 위해
넓은 농지는 기계로 로터리

작업을 했습니다


기계의 로터리가 한 번

훑고 지나간 자리는 순식간에

매끈한 고랑으로 변한다.


효율로 따진다면

도저히 기계의 속도를

당해낼 재간이 없다.


하지만 나는

그 소란을 뒤로하고,

기계가 채 닿지 못하는

구석진 모퉁이 텃밭에

가만히 쪼그려 앉는다.


내 마음이 머무는 곳은

늘 이 투박한 모퉁이다.


거창한 기계의 힘을 빌리는 대신,

내 손으로 직접 흙을 고르고

상추 씨앗과 모종을 심는 행위는

단순히 농사를 짓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흘러가는 시간 속에

'의미'라는 이름의 말뚝을

하나하나 박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 모퉁이 땅에서 나는

묘한 시간의 경계선을 걷는다.


기계가 만든 광활한 밭보다

내 손때 묻은 울퉁불퉁한 모퉁이 땅이

더 정겨운 이유는 명확하다.

그곳엔 내 삶의 '진짜 시간'이

고여 있기 때문이다.


"기계는 밭을 갈지만,

나는 삶을 가꾼다.

3월의 마지막 주말,

나의 모퉁이는 이미

충분히 풍요롭다."


오늘도 세상에서

가장 유의미한 속도로

나만의 봄을 심고 있다.

생각도
마음도
걸음도

모두 천천히 흘러갑니다.


바쁘게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는
미처 느끼지 못했던
느린 시간이
그곳에는 있었습니다.


저의 느린 삶의 기록에
오늘의 주말을
조용히 남겨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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