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사로운 햇살이 내리쬐는 주말,
잡풀이 무성하고 거친 흙을 일구어
호박밭을 만들 예정입니다.
작은 돌멩이가 많은
농막 구석텃밭이라
손질을 좀 해야 할 듯하네요
땀방울이 이마를 타고 흐를 때쯤,
지난주에 심은 모종이 연하게 올라온
어린 쌈채소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흙 묻은 장갑을 벗어던지고
갓 딴 채소들을 담았습니다.
부드러운 새순의 촉감과
알싸한 흙 내음이 코끝을 스칩니다.
오늘 점심은 이 싱싱한 생명력을
담은 비빔면입니다.
매콤 달콤한 양념장에 면을 비비고,
방금 밭에서 가져온 채소들을
손으로 툭툭 끊어 올립니다.
아삭하게 씹히는 식감 속에
내가 직접 기른 안심과 정성이
고스란히 배어 있습니다.
이 소박한 식탁 위에서
나는 단순히 음식을 먹는
'소비자'가 아닌, 생명을 일구는
'생산자'로서의 기쁨을
동시에 누립니다.
생산과 소비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프로슈머'의 삶
최근 마케팅 용어로 자주 쓰이는
프로슈머(Prosumer)는
생산자(Producer)와
소비자(Consumer)의 합성어입니다.
거창한 경제 이론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사실 농막에서의 제 삶은
매일이 프로슈머의 연속입니다.
내가 먹을 것을 직접 계획하고,
땀 흘려 가꾸며,
그 결과물을 다시 나의
식탁으로 가져오는 과정.
이 활동이 제 삶에 끼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깊고 단단합니다.
자율성의 회복
마트의 진열대에 놓인
정형화된 채소가 아니라,
내가 원하는 품종을 선택하고
키우는 과정에서 삶의
주도권을 확인합니다.
노동의 가치 재발견
비빔면 한 그릇에 들어가는
채소 한 잎을 얻기 위해
얼마나 많은 물과 바람,
그리고 기다림이 필요한지
몸소 깨닫습니다.
이는 소비 행위에 대한
겸손함을 선물합니다.
정서적 충만함
직접 기른 식재료로
차린 식탁은 비싼
레스토랑의 메뉴보다
훨씬 큰 만족감을 줍니다.
내가 나를 대접한다는 느낌,
그리고 자연과 연결되어 있다는
안도감이 마음을 채웁니다.
나를 키우는 농막의 시간
호박이 잘 타고 올라올 지지대는
퇴비가 가스를 다 발산한
10일 후 정도로 계획하고
조금 힘든 밭일구기는
비빔면 한 그릇의 힘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이들은 저에게 말합니다.
소비만 하며 살아가기엔
우리 안의 창조적 본능이
너무 아깝지 않으냐고 말입니다.
글을 쓰는 행위 또한 프로슈머의
활동과 닮아 있습니다.
타인의 글을 읽는
독자로서 머물지 않고,
내 삶의 조각들을 모아
문장을 '생산'해낼 때
우리는 비로소 우리 삶의
진정한 주인이 된듯한 기분
호박 덩굴이 뻗어 나갈
텃밭은 나름 반듯하게
만들고 폰에 담으며
오늘도 나는 생산하는 기쁨과
소비하는 감사가 공존하는
이 풍요로운 프로슈머의 삶을
사랑하기로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