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초록불빛을 찾아서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는 1차 세계대전을 겪은 뒤 서구 문명 자체에 깊은 회의를 보이면서 재즈에 심취하던 미국의 1920년대에 탄생한 작품으로 피츠제럴드를 세계적 작가로 만든, 20세기 미국소설을 대표하는 걸작이다. 한편, <위대한 개츠비>는 1920년대 미국의 '아메리칸드림'의 허상과 그 속에 숨은 인간의 욕망을 그린,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기도 하다. 작가는 길지 않은 생애(1896-1940) 동안 물질적 성공을 이루려고 부단히 노력했으며, 작품 속 주인공 '제이 개츠비'역시 물질적 성공에 집착하는 인물이다. 가난한 개츠비는 켄터키주 캠프 테일러에서 장교로 근무하다가 미모의 여성 데이지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이후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전장으로 떠나는데, 남겨진 데이지는 곧 시카고 출신의 돈 많은 톰 뷰캐넌과 결혼한다. 전쟁이 끝나고 돌아온 개츠비는 데이지가 이미 남의 아내가 되었음에도, 포기하지 않고 데이지를 다시 찾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재산을 모은다. 반면에, 바람둥이인 톰에겐 머틀 윌슨이라는 애인이 따로 있고 데이지는 이 사실을 알면서도 물질적 풍요와 안락을 포기할 수 없어 톰을 떠나지 않는다. 머틀은 데이지가 운전하는 차에 치여 사망하고 아내의 외도를 알아차린 윌슨은 머틀을 죽게 한 사람이 개츠비라고 오인하여 총을 쏘고 개츠비는 죽음에 이른다.
개츠비의 초록색 불빛
작품 속 화자이면서 동시에 등장인물인 '닉 캐러웨이'는 개츠비가 건너편 데이지네 저택에 켜져 있는 초록색 불빛을 응시하는 모습을 목격한다. 개츠비에게 이 초록색 불빛은 그의 삶의 의미이고 이상적 목표였다. 그리고 그 목표는 바로 데이지였다.
"그는 한 번도 데이지한테서 눈을 떼지 않았다. 그녀의 사랑스러운 눈동자가 보이는 반응 정도에 따라 자기 집의 모든 것을 재평가하는 것 같았다. 놀랍게도 그녀가 실제 눈앞에 있는 이상 다른 것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는 듯이 그는 이따금씩 자신의 소유물들을 멍한 시선으로 둘러보았다. 한 번은 그만 계단에서 굴러 떨어질 뻔하기도 했다."
개츠비는 자신의 사랑을 이루기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는 인물이다. 자신의 삶의 방식, 재산과 모든 과거의 시간마저도 오로지 데이지를 위한 것이었다.
잃어버린 초록불빛
누구나 가슴속에, 빛나는 초록불빛을 지녀본 적이 있을 것이다. 고등학교에 진학할 즈음, 집안 형편이 안 좋아지자 민감하던 나의 학습집중력도 떨어졌다. 그리고, 한번 내리막길을 향하게 된 성적은 만회가 되지 않았다. 공부를 잘해야 했는데, 공부를 잘하지 않고선 나의 그 꿈이며, 미래의 희망 같은 걸 이룰 수 없을 텐데, 탁월한 성적은 이제 나의 것이 아니었다. 그것이, 내 인생 처음으로 잃어버린 초록불빛이었다.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찾아서
대학 졸업 후 학원강사, 번역 등의 아르바이트 기간을 거쳐 기업 공채로 입사했다. 시험이 있던 날, 시험종료시간에 맞추어 마중 나온 나의 다정한 남자친구는 "수고 많았어! 시원한 팥빙수 먹으러 가자"며 지친 나를 위로하고 응원해 주었다. 나는 지금도 기억한다. 남자친구와 함께 먹었던 그 여름의 팥빙수를, 그리고, 합격통보를 받던 날, 엄마가 하신 말씀, "잘됐다, 안정적이고. 이제 걱정 없겠다." 걱정이 없다는 건, 내 미래가 걱정 없다는 건지, 살림에 보탬이 되어 좋다는 이야기인지... 어느 쪽이 되었든, 딸이 정식으로 취업이 되었다며 그처럼 기뻐하시던 엄마를 보며 나도 덩달아 좋았다. 대학시절, 내게 없던 건 단지 경제적 여유뿐이었다고, 나는 살면서 입버릇처럼 얘기했었다. 그래서 경제적 여유를 찾고자 취업을 했다. 경제적 여유라는 것, 그리고 주머니사정이 넉넉하다는 것에 대한 기준은 각자 다르다. 나의 경우, 매달 꼬박꼬박 받는 급여가 모두 내 것이 아닌 상황이긴 했지만,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에게 맛있는 저녁 한 끼를 사 줄 수 있다는 것으로 나의 경제적 여유와 안정을 실감했다. 그것으로 족했다. 저녁 한 끼로, 마음은 천국과 지옥을 오갈 수도 있었다. 그렇게 스물여섯의 시간이 흘러가고 있었고, 나의 초록불빛은 그저 일상의 소소한 행복이었다.
누구에게나 바라고 바라는 초록불빛이 있다
내 인생의 초록불빛이 무엇이었는지, 어떠한 형태와 모습으로 내게 오고 지나갔는지, 모두 흘러가고 망각하는 가운데, 시간 역시 흘렀다. 누구에게나 바라고 바라는 초록불빛이 있다. 그것이 설사, 개츠비의 '데이지', 다시 말해 손에 닿을 수 없는 존재일지라도, 나는 다시 한번 나만의 '초록색 불빛'을 찾아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