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정(白丁) 범부(凡夫)의 애국심
"우리는 우리의 시체로 성벽을 삼아서 우리의 독립을 지키고, 우리의 시체로 발등상을 삼아서 우리의 자손을 높이고, 우리의 시체로 거름을 삼아서 우리의 문화의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야 한다"
<백범일지> 출간사의 일부분이다.
<백범일지>는 백범 김구의 자서전으로 1947년 12월, 백범이 72세이던 해에 출간되었다. 백범(白凡)이라는 호는 "우리나라 하등사회, 곧 백정(白丁) 범부(凡夫)들이라도 애국심이 현재의 나 정도는 되어야 완전한 독립국민이 되겠다는 바람 때문이었다"는 문장에서 알 수 있듯이, 독립을 향한 결연한 의지와 결심의 표시이다.
1876년 황해도 해주에서 태어나 평생을 독립운동가로 살다 1949년 74세로 경교장에서 총에 맞아 운명한 백범 김구의 삶의 궤적을 살피다 보면 자연스레 우리의 근현대사가 보인다. 19세기 말과 20세기초, 일본이 어떻게 국권을 찬탈했으며, 지식인과 민중은 또 어떻게 저항하고 투쟁했는지, 그리고 대한민국과 북한으로 대치중인 현재에 이르기까지 <백범일지>에는 이 모든 역사가 기록되어 있다.
"나무하는 것도 고통스러웠지만 그 동네 큰 서당에서 밤낮 책 읽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나는 말할 수 없는 비애를 느꼈다" 궁핍한 환경과 부친의 병환으로 서당에 다닐 수 없던 시절의 백범은 이후 어렵게 공부하여 17세에 과거에 응시하지만 낙방하고 관상공부를 하기도 한다. 관상서에서 '상 좋은 것이 몸 좋은 것만 못하고, 몸 좋은 것이 마음 좋은 것만 못하다'는 구절을 보고 '마음 좋은 사람'이 되기로 결심한다. 18세가 되던 1893년 동학에 입도하면서 김창수(金昌洙)로 개명하고 1894년 팔봉접주로 활동하기도 한다.
을미사변이 발생한 1895년(20세)에 청국기행 후 귀국하여 이듬해 1896년(21세) 3월, 치하포에서 일본인 쓰치다를 죽이고 체포되어 그해 10월 고종의 교수형판결보류로 미결수가 되어 옥중생활을 시작한다.
'사형수의 옥중생활' 기록 중 '첫 번째, 독서'부분을 보면 <대학> 외에도 <세계역사 지지> 등 신서적을 보며 깨달은 바에 대하여, "의리는 유학자들에게 배우고, 문화와 제도 일체는 세계 각국에서 채택하여 적용하는 것이 국가의 복리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기술하고 있다. 이 밖에, 열에 아홉은 문맹인 징역수들에게 글을 가르치고 억울한 송사의 소장을 대신 써주며, 시조나 타령 같은 소리를 익히는 것으로 옥중생활을 이어갔다.
23세가 되던 1898년에 탈옥하여 마곡사에서 중이 되었다가 이듬해 1899년 환속하여 해주로 돌아오고 기독교에 입문한다.
"나부터 망국의 치욕을 당하고 나라 없는 아픔을 느끼나, 사람이 사랑하는 자식을 잃으면 슬퍼하면서도 살아날 것 같은 생각이 나는 것처럼, 나라가 망하였으나 국민이 일치 분발하면 곧 국권이 회복될 것같이 생각되었다" 1905년 을사늑약이 체결되었고 백범이 공개연설 등을 통한 구국운동전개와 고향의 교육사업에 매진하던 중, 1909년 10월 안중근 의사의 이토 히로부미 저격사건에 연루되어 체포되나 불기소처분으로 풀려난다.
"다시는 묻지도 않고 수족을 결박하여 천장에 달아맨다. 처음에는 고통을 느꼈으나, 마지막에는 눈 내리는 밤 달빛 적막한 신문실 한 모퉁이에 가로누워있게 되었다. 얼굴과 전신에 냉수를 끼얹은 느낌만 날 뿐 그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없었다.(중략) 처음에 성명부터 신문을 시작하던 놈이 불을 밝히고 밤을 새우는 것과 그놈들이 온 힘을 다해 사무에 충실한 것을 생각할 때에 자괴심을 견딜 수가 없었다"
조선총독부가 이른바 '105인 사건', '신민회 사건'을 조작하기에 앞서 1911년(36세) 1월 황해도 일대 민족주의자를 총 검거하는 '안악사건'이 발생하고 총감부 유치장에서 혹독한 고문을 당했던 시절의 참담함이 나타나있다. 같은 해 7월, 안악사건피의자공판에서 김구는 징역 15년의 형을 받는다.
1915년(40세) 8월에 가출옥, 1919년(44세)에 3.1 운동이 발발하고, 백범은 상해로 망명한다. 상해임시정부가 수립되었으며 백범은 경무국장, 내무총장을 거쳐 국무령을 역임하게 된다. 1931년(56세) 일본요인 암살목적으로 한인애국단을 창단하고 이봉창 의거계획을 세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