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문득 정신이 드는 날이 있다.
일상 속 리듬과 루틴 속에 돌아가는 시간은, 가는지 오는지 멈추는지 아무런 의식 없이 그저 그렇게 흘러간다.
별일 없이 사는 게 좋은 거라고 위로하지만, 어느새 무덤덤한, 변화 없는 어제와 오늘은, 나 자신을 무기력한 존재로 끌어내리고 있다. 힘들고 어려운 날들을 견디며, '언제쯤이면 편해질 수 있을까?' 생각해 본다. 하지만 하나의 짐을 덜고 나면 또 다른 형태의 짐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건, 인간이면 누구나 느끼는 삶의 무게일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정신이 들었다.
신호대기 중이었다. '쿵'하는 소리는 뒤차량이 내 차를 받는 소리였다. 다행히 충격은 크지 않았고 음악을 크게 틀고 가다가 그만 실수한 거란다. 상대방은 보험사에 사고접수를 하고 나는 공업사에 차를 맡기고. 잠잠하던 하루의 끝자락에서 번거로운 일들을 마주하게 된 것. 가만히 있는데 누군가 와서 박아버렸다. 물론 고의는 아니지만. 누가 나더러 정신 차리라고 '툭'하고 치고 간 것만 같다. 그렇게 그 작은 사고는 내게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인생이란,
'새옹지마'속 이야기처럼, 오늘 좋은 일이 있다고 해서 '꼭 좋은 일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 오늘 슬픈 일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슬픈 일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노라면, 조금은 겸손해지는 자신을 발견한다.
잃어버린 줄 알았던 말이 준마를 데려오기도 하고 말을 타던 아들이 낙마를 해서 다쳤으나 전쟁이 나자 징집되지 않아 목숨을 건졌다는 이야기.
세상사는 게 자신 없고 두렵고 무섭기조차 한 날들이 있다.
내 안의 어디에서도 자신감이라는 걸 찾아볼 수 없는 날이 있다.
도대체, 나는 무얼 잘할 수 있을까?
그러다가, 가끔 제정신이 돌아오기도 한다.
예측할 수 없는 삶 속에서, 가끔 제정신이 드는 게 맞는 건지 모르겠으나, 나는 이번에도 돌아와 준 제정신이 반갑다. 내일은 어떤 모습일지 알 수 없으나 오늘 하루만큼은 힘을 내봐야지.
오늘도 나는 신호대기 중이다.
이제 곧 직진신호가 켜질 테지. 그때 비로소 나는 앞으로!
길을 가다 수없이 마주치는 멈춤 신호, 그때마다 나는 정지선에 멈춰 서야 하고 기다려야 한다, 나의 시간이 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