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우리나라에도 더 많으면 좋겠다.
사촌여동생의 집에 오자
사촌의 넘치는 배려로 나와 아이를 헬스장에 등록해 주었다.
헬스장이라기엔 야외수영장, 실내수영장, 테니스장, 농구장 등 다양한 시설들이 다 들어있는 스포츠센터였다. 부모가 운동을 하는 동안, 아이도 키즈클럽에서 여러 활동들을 할 수 있는 좋은 시설이었다.
내가 상념이라도 할까 봐 틈을 주지 않으려고, 처음부터 생각했다고 했다. 그냥 그런 마음이 정말 고마웠다. 얼마나 나를 걱정하고 생각하는지 알기에.
나는 운동을 하고 나서 아이와 같이 수영을 하고 오기도 했다.
제일 처음 걱정 했던 것은 아이와 나의 성별이 달라 아이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묻자, 사촌이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패밀리락커 있어.
나는 처음 알았다. 패밀리 락커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아이가 어릴 때는 당연히 엄마와 같은 탈의실에 따라가는 것이었고. 그때는 아빠가 있으니 생각해 볼 이유가 없었지만. 이제는 아빠가 없으니 이야기가 달랐다.
그런데 이렇게 간단히 해결되는 걸 걱정했구나 싶었고, 우린 패밀리락커의 한 칸에서 수영복도 갈아입고, 씻기고 씻고 나왔다.
한국에도 있으면 좋겠다 생각했고, 요즘은 한국에도 대형 워터파크 같은 곳에 있다고 얘기를 듣기는 했으나 가보지는 못했다.
아무튼 아이는 수영을, 아니 그냥 물놀이를 좋아했고, 같이 자주 수영장을 이용했다.
그러다 스포츠센터에서 섬머스쿨이 시작되어 잠시 보냈다. 오전 프로그램이 수영이어서 수영복을 입혀서 보내라고 되어있었다. 수영복을 입혀보내며 혼자 씻고 갈아입고 올 수 있으려나, 선생님이 도와주시려나 궁금했지만 언어의 장벽을 뚫을 만큼의 궁금증은 아니었다. 그저 아이에게 여벌이 든 지퍼백을 잘 기억하고 잃어버리지 않도록 당부했다.
첫날을 마치고 와서 첫마디가 "엄마 나 혼자 씻었어"였다. 깜짝 놀라 아이를 많이 칭찬했다. 정말 정말 나에게는 큰 수확이었다.
아이에게 어떻게 그렇게 한 거냐고 묻자, 수영을 하고 나서 선생님이 옷이 든 지퍼백을 손에 들려주고 패밀리락커의 각자 락커칸에 들어가서 갈아입고 나오라고 했단다. 그냥 갈아입을 옷을 주고 "체인지"라고 하셨다는 것이다.
미국은 아동의 성문제에 있어 훨씬 더 민감했기에 한국처럼 선생님이 옷을 갈아입혀준다던지 그런 건 일절 없었다. 그냥 자기가 갈아입고 나오는 것이었고 애초에 그래서 만 5세부터 가능했나 보다 생각했다. 아이는 나와 이미 수영장을 이용하며 해봤기에 샤워기로 혼자 씻고 옷도 갈아입고 나왔다고 했다.
다른 친구들이 자기를 기다리고 있었다며, 다른 친구들은 씻지 않고 옷만 갈아입은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나는 이 이야기를 친동생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서 이야기하며, 혼자 씻는 걸 얻은 것만으로 큰 성과라고 했다.
나는 내심 아이가 아빠와 목욕탕에 한 번도 같이 가보지 못한 게 마음에 걸렸다고 동생에게 말했다. 앞으로도 못 갈 거니깐 그게 좀 미안하다고.
친동생은 "요즘 목욕탕도 거의 없잖아? 굳이 잘 있지도 않은 것까지 미안해해. 그러지 마. 옛날에야 아빠랑 목욕탕 가는 게 있기라도 했다지만 요즘은 그런 거 거의 없지 않아? 그런 건 그냥 생각하지 마."라고.
내가 얘기한 건, 목욕탕뿐만 아니라 수영장을 포함한 것이기도 했지만, 이미 해결했고 동생말도 완전히 틀린 말도 아니라 그만 생각하기로, 그만 미안해하기로 했다.
그래도 내가 유일한 보호자인데 아이만 남자탈의실에 혼자 보내는 것이 성인 남자들 틈이나, 다른 아이들은 아빠와 같이 들어가는 공간에 아이만 보내는 것이 여전히 미덥지 않다.
요즘은 휴게소나 쇼핑몰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은 가족화장실이 흔히 보인다. 몇 년 전부터 말이다.
언젠가 지금의 가족화장실처럼 가족탈의실도 쉽게 볼 수 있다면 지금의 나의 문제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문제가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는 구조로 변한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