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다고 그가 낫는다면 모를까
나는 남편의 암진단과 투병사실을 친정에 알리지 않았다. 언젠가는 나을 거라고 생각했고 나을 것이라면 굳이 알릴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걸 알리면 걱정할 친정 식구들 생각에도 그랬지만, 나나 남편에게 연락이 올까 봐, 남편이 그런 것까지 신경 쓰게 하고 싶지 않았다.
친정이 안다고, 걱정한다고 그게 낫는 것도 아니고 싶었기에.
그리고 그가 아픈 것이 죄도 아닌데 그걸 미안해할까 봐 싫었다.
다행히 제주에 살면서 멀어진 물리적 거리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육지로 올라오면서도 사유에 대해서 적당히 둘러대며 말했고 그들은 이런 일은 꿈에도 생각해 본 적 없는 일이어서 전환수술과 항암치료로 말라가는 남편을 보면서도 다이어트를 하냐며 걱정하긴 했어도 전혀 이런 일이 진행되는지는 알지 못했다.
그런데 뇌전이가 됐다는 사실과 연명치료동의서를 작성해야 한다는 이야기, 여명 이야기가 나오면서부터 다른 국면임을 알았다.
결국 호스피스 병동으로 옮기고 멀리 미국에 사는 친동생에게 전화를 걸어, 아니, 별일은 아닌데,라는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로 통화를 시작했다.
1년 반이 넘게 이야기를 안 했던 건 나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는데, 그게 쉽지 않은 것 같다고
그러나 이제는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하기에 너에게 알리게 되었다고.
모두가 말이 없었다. 말을 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나는 지금 그를 보러 오거나 할 생각은 말라고 그는 지금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나는 그가 바라는 대로 해주고 싶다고.
그가 이 세상을 떠난 뒤에도 생각했다. 납득이 가지 않아도 다시 돌아간다면 암에 안 걸리는 것까지는 욕심내지 않을 테니 한 5년만이라도 더 늦게 걸렸더라면 달라졌을까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