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벽 너머의 삶을 상상해 본 적 있나요
나는 늘 사람들이 드나드는 골목에 산다.
문을 열면 바로 좁은 길이 이어지고, 그 길 위엔 이웃들의 하루가 흘러간다.
아침엔 1층 아주머니가 분리수거 봉지를 들고 나오고,
점심엔 아이들이 자전거를 타고 달린다.
저녁 무렵이면 퇴근한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담배를 피우고, 밤이 되면 개 짖는 소리와 누군가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이곳에서 이웃은 벽 너머가 아니라, 길 건너편과 대문 앞에 있다. 우리는 서로를 잘 알지 못하면서도, 늘 마주친다.
날씨 이야기를 건네고, 택배를 대신 받아주고, 가끔은 김치 한 통이 오가기도 한다.
그런 사소한 연결이 삶을 조금 덜 외롭게 만든다.
하지만 동시에, 나는 그들의 진짜 삶을 모른다.
길에서 웃던 사람이 밤에는 울지도 모른다.
늘 성실해 보이던 청년이 사실은 빚에 허덕일지도 모른다. 겉으로 보이는 건 늘 단편이고, 나머지는 상상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 상상마저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스마트폰 안에서만 사람을 만나고,
SNS에서만 안부를 확인하는 시대.
눈앞의 이웃은 투명해졌다.
그리고 그 투명함이 때때로 비극으로 드러난다.
옆집 청년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을
뉴스 기사로 접하고,
윗집 할머니가 며칠 만에 고독사했다는 사실도,
경찰차 불빛이 골목을 비추고 나서야 알게 된다.
그들 바로 옆에 살았지만, 그들의 안부를 뉴스와 경찰을 통해 확인하는 요즘이다.
이웃은 사라지지 않았다.
단지, 나의 관심에서 지워졌을 뿐이다.
나는 여전히 그들과 벽 하나,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살고 있다.
그러나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기에는 너무 멀고,
뉴스로 접하기에는 너무 가까운 거리다.
벽은 소리를 가리지만, 완전히 차단하지는 못한다.
삶도 그렇다.
아무리 단절된 듯 살아도, 결국 우리는 서로의 흔적 속에서 산다.
조금만 더 눈을 돌렸다면,
그들의 마지막을 뉴스가 아닌 우리 눈으로 먼저 알아차릴 수 있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