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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won Jul 09. 2024

아들은 언제 이닦는가?

아들학개론-3. 외톨밤이 벌레가 먹는다.

“늦었다고!”

중학교 1학년이 된 아들은 여전히 이를 대충 닦거나 가볍게 건너뛰고 등교한다.

“그래도 이는 닦아야지!”

녀석의 뒤통수에 대고 악을 썼다. 누가 들었을까 얼굴이 붉어졌다. 왜 이 나이 되도록 다 큰 아들의 양치질 때문에 혈압을 올려야 하나. 이 좀 닦고 가라는 게 뭐 큰 소원이며 누구를 위한 일이라고 죽일듯이 노려보고 사자후를 지르는가. 지를 어떻게 키웠는데… 눈물이 핑 돌았다.


아들은 어려서부터 충치가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6살까지는 없었는데 한번 생기기 시작하니 치과에 갈 때마다  발견되었다. 3개월마다 방문해도 충치는 생겼다. 사탕류는 안 먹는데 과자를 좋아하고 치열이 고르지 않은 탓인지 모른다. 붙잡아 닦으려는 자와 거부하는 자의 싸움으로 밤마다 집은 들썩거렸다.

“아아.. 아파요.”

“입 좀 크게 벌려봐. 어금니가 특히 잘 썩는다고 하시잖아.”

꼼꼼히 더 꼼꼼히. 전동칫솔을 사용하고 밤마다 닦아주어도 마음은 놓이지 않았다.


“그걸 뭘 그렇게까지 하냐.”

아들을 둘 키운 친구는 말했다.

“나는 우리 아들이 아침에 그냥 뛰어나가길래 얼른 입에 자일리톨 껌을 두 알 넣어줬지. 녀석이 학교에서 돌아와서 엄마 센스 쩐다고 하던데. 자일리톨 너무 좋았다고.”


나는 세 가지에 놀랐다. 첫째, 고2 아들도 이를 닦지 않고 학교에 간다. 심지어 그녀의 40세 닥터 남동생도 이 닦기를 싫어해 올케의 잔소리를 들으니 고2는 애교라 한다. 둘째, 상황을 유연하게 넘어가는 그녀의 대범함이다. 이 한 번 안 닦는다고 세상 안 무너진다. 셋째, 대체품으로 위기를 넘기는 그녀의 기지다.


그녀는 두 아들을 키우며 ‘꼭’이란 말로 집착할 것은 별로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시간이 흐르면 자연히 문제는 해결되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엄마는 백방으로 방법을 찾고 고민하고 노력도 해보았다. 그녀가 찾은 아들을 움직이는 힘은 엉뚱한데 있었다. 바로, ‘필요’였다.


이제 대학에 간 그녀의 큰 아들은 시키지 않아도 이를 깨끗이 닦는다. 대학입시라는 관문을 거치며 수능 공부를 통해 인격이 고양되고 여명과 함께 깨달음이 온 까닭일까? 아니다. 아들에게 이를 꼭 닦아야 하는 절체절명의 필요가 닥쳤기 때문이다. 엄마와는 협상과 반항의 대상이었던 이 닦기를 필요충분조건으로 만든 기적의 존재는 바로 여자친구였다.

본가에 자주 들락거리지 않는다, 여사친과 점심식사는 삼간다, 연락하면 30분 안에 답한다 등 여자친구가 준 덕목을 아들은 충실히 이행한다. 그 덕목에는 ‘신체 일부가 더러우면 접근하기 난처하다’도 들어있는 게 분명하다. ‘까마귀가 아찌야’하던 녀석은 스스로 구석구석 씻는다. 고춧가루 낀 이를 드러내며 씨익 웃고, 씻지 않아 번질한 얼굴에 여드름이 솟던 그 아들은 이제 없다.


우리의 남편들도 저런 과정을 거쳐 현재에 오지 않았을까. 엄마 말 잘 듣는 잠깐의 어린 시절을 거쳐 지맘대로 질풍노도의 시기를 망아지처럼 산다.(망아지에게 양치질이 웬말이냐.) 어떤 여인의 소유가 되고 그 여인의 규율 안에서 살려고 애쓰는 단계로 진화한다. 남자를 움직이는 힘, 그것은 잔소리가 아니라 악소리가 나게 피부에 와닿는 불이익일지니.

불이익을 손에 쥔 자, 그 아들을 움직이리라.


이미 아들을 사랑하는 엄마는 불이익의 무기를 다 잃었다. 우리는 시간에 기댄다. 언젠가 스스로 필요를 찾으리라 믿으며. 그 때까지 자일리톨을 상비하고 아들 곁을 지켜 보살펴야겠지. 한편 아들의 상태가 영원하지 않고 진화할거라고 생각하면 희망적이다. 엄마는 이 녀석이 이대로 클까봐 걱정하고 혼내는 때가 많으니까.


아들에 대한 배움은 갈 길이 멀다. 현자는 도처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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