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늘도 안녕 Dec 19. 2024

반클**의 저주

(감사의 뽀뽀) 1편

아내는 학창 시절 동갑인 남편을 만나 친구로 지내다가 연인으로 발전하였고, 11년 간의 연애 끝에 결혼하여 부부가 되었습니다. 남편은 치과병원을 운영하는 부모님 슬하에서 성장했고, 학교를 졸업한 뒤 부모님의 병원에서 일하며 착실히 병원을 물려받을 준비를 했습니다.      


아내의 친구들은 병원 후계자인 남편과 결혼한 아내를 무척 부러워했고, 아내도 경제적으로 여유롭게 지내고 있다는 사실을 굳이 숨기지 않았습니다. 좋은 집, 비싼 차, 쉽게 살 수 있는 명품 옷, 가방, 보석들은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것이었으니까요. 게다가 결혼한 지 1년이 조금 넘었을 때 아내는 임신하여 아들을 출산했고, 시부모님은 몹시 기뻐하며 아내에게 큰돈이 들어있는 두툼한 봉투를 건넸습니다. 아내는 가사는 가사도우미가 담당하고, 넉넉한 생활비와 용돈이 주어지는 환경에서, 자신에게 남은 과제는 아이를 잘 키우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아이는 무럭무럭 자라 어느덧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남편은 재작년부터 골프를 배우더니 재미를 붙였는지 골프를 치는 시간이 늘었습니다. 매일 퇴근 후 골프연습장에 들러 연습하고, 쉬는 날이면 필드에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거의 매주에 한 번 이상 필드에 나가는 남편을 보고, 아내는 그 시간을 아들에게 투자하라며 핀잔을 주었지만, 남편은 듣는 둥 마는 둥 하고 장비를 챙겨 나가곤 했습니다. 아내가 아는 남편의 지인 중에는 저렇게 자주 남편과 골프를 쳐 줄 사람이 없는데, 남편이 필드에 나가는 횟수는 점점 늘어났습니다. 남편은 스치듯이 같은 지역에서 골프를 치는 사람들의 모임이 있다고 말했는데, 아내는 남편의 말을 대충 흘려들었고, 그 해 여름, 남편은 얼굴이 희뜩해지도록 바른 선크림에도 불구하고 까맣게 탈 정도로 골프를 쳤습니다.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왔고, 아내에게는 매년 그렇듯 백화점 VIP 실적을 검토할 시간이 찾아왔습니다. 아내는 백화점에서 보낸 VIP 선정 기준이 변경되었다는 안내 문자를 받고, 올해 구매 실적을 확인하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아내는 올여름에 백화점 반클** 매장에서 뭔가를 구입하지 않았습니다. 아내에게는 이미 그 브랜드의 대표 제품이라고 할만한 주얼리가 많았고, 아내의 최근 관심 브랜드는 불*리였습니다. 그런데 구매 내역에는 반클** 옆에 천만 원이 넘는 금액이 적혀있었습니다. 아내와 남편은 백화점 실적에 연결된 카드를 나누어 쓰고 있었고, 누군가 실수로 적립했다고 하기에는 큰 금액이었기 때문에, 아내는 직감적으로 남편이 물건을 구매했다고 의심하게 되었습니다.      



아내의 생일과 기념일은 모두 봄에 있었고, 남편은 한 여름에 반클**에서 물건을 샀으며, 아내에게 그 주얼리를 선물한 적은 없었습니다. 브랜드의 특성상 남편 본인이 착용하기 위해 구매한 것으로는 생각할 수 없었기 때문에, 그날부터 아내는 남편의 행동을 예의주시하기 시작했습니다.      


남편은 매주 수요일 오전 근무를 마친 오후와 토요일이면 반드시 필드에 나갔습니다. 어떨 때는 출근 전에 새벽에도 골프 약속이 있다며 나가곤 했습니다. 어느날 아내는 태연하게 남편을 배웅했고, 미리 빌려둔 렌트카를 타고 몰래 남편의 뒤를 쫓았습니다.      


남편이 차량을 운전하는 방향은 남편이 자주 가는 골프장 쪽이었습니다. 아내는 자신의 의심이 지나쳤다고 생각했지만, 얼마 뒤 자신의 의심이 현실이 되는 순간을 보고야 말았습니다. 남편은 골프장 주차장에 도착하기 전 한적한 곳에 차를 세웠고, 운전석에서 내렸습니다. 


그리고 앞쪽에 주차되어 있던 한 차량의 운전석에서 머리를 올려 묶은 한 여자가 나왔습니다. 여자는 남편에게 다가와 자연스럽게 가벼운 입맞춤을 한 뒤, 남편의 에스코트를 받아 남편 차의 조수석에 올라탔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