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번째
H는 요즘 유행하는 말로 하자면 테토녀입니다. 자기 주장이 강하고, 남자보다도 강한 생활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하던 자영업도 잘 되어, 2호점을 냈을 정도입니다.
H의 남편인 L은 소위 H와는 정 반대인 에겐남입니다. 소심하고, 부끄러움도 많이 타고, 어딜 가든 나서지 않는 성격입니다. H와 L은 서로 다른 성격에 끌려 결혼까지 이른 케이스였습니다. L은 직장을 다니다가 곧 그만두었습니다. H의 일을 도와주겠다고 했습니다. H는 거기까지는 괜찮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습니다.
“나 임신했어...”
“아...진짜?”
H는 남편의 태도에 기분이 상했습니다. 계획하지 않은 임신이었지만, 결혼을 한 사이라면 언제든 아이가 생길 것을 준비해야 하는데 남편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전혀 뜻밖의 일이라는 듯 행동했습니다.
“내가 임신한 게 기쁘지 않아?”
“아니, 기쁘지. 기쁜데 당황스러워서 그렇지.”
“당황스럽긴 내가 더 당황스럽지! 당장 일은 누가 할 거야?”
“내가 2호점 맡아서 할게~. 그럼 자기도 일 줄고, 직원 덜 써도 되고 좋잖아...”
L의 호언장담에 H는 남편을 한 번 믿어보기로 하였습니다.
“그럼, 대신 열심히 해야 해! 딴 짓하지 말고! 시간되면 나랑 바톤터치 하고 아기 봐야해! 나도 1호점 관리해야 하니까!”
“당연하지!”
남편은 아기가 나오기도 전부터 수시로 2호점에 출근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일이 힘들어 나가고 싶지 않다고 몇 번 이야기하다가, 시간이 지나니 적응이 되었는지 매일같이 출근을 하였습니다. 직원 및 알바생들과 단합을 한다며 회식도 자주 했습니다. H는 도가 지나치다고 생각하기는 하였으나, 2호점을 잘 맡아서 해 주는 남편에게 고마움도 느꼈습니다.
그렇게 아기가 태어나고, H는 행복한 미래만을 그렸습니다. 하지만 L의 생각은 달랐나봅니다.
H에게 어느 날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2호점 직원이었습니다.
-사장님, 안녕하세요! 저 OO이에요. 아기 출산 잘 하셨을까요?
-그럼요~OO씨도 잘 지내요?
-네, 그런데 드릴 말씀이 있어서요.
-뭔데요?
-지금 두 달째 월급이 밀리고 있어서요. 2호점 사장님한테 말씀드려봤는데 지난 주에 주겠다고 하셨거든요. 그런데 아직 안 들어왔어요. 2호점 사장님이 남편 분이신 건 아는데, 사장님도 아시는지 해서...1호점에서 일하는 친구는 매달 월급이 잘 들어오고 있다고 말해줬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