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편
신체적 위협을 느낀 A는 J에게 이혼을 요구하였습니다.
J는 A에게 진지하게 사과하며, 기회를 달라고 요청하였습니다. 이혼을 요구하기는 하였으나, 아직 어린 아이를 생각하니, A는 선뜻 이혼할 용기가 나지 않았습니다. A는 다시는 자신과 아이에게 폭력적으로 굴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고 J를 받아주었습니다. 잠시 동안 찾아온 평화는 달콤했지만, 오래가지는 않았습니다. J는 그 대상을 바꾸었을 뿐, 수시로 화를 냈습니다. 그렇게 3년이 지났습니다.
A가 부모님 대신 세를 받아 사용하고 있는 원룸의 세입자가 집에서 흡연을 한다는 이야기가 들려왔습니다. A의 부친은 세입자와 원만하게 대화로 풀어보겠다며 찾아가 대화를 요청하였습니다. 세입자는 흔쾌히 A의 부친을 집으로 들였고, 둘을 대화를 이어나갔습니다.
그런데 위 사실을 알게 된 J가 세입자의 버릇을 고쳐주겠다며, 막무가내로 찾아가 원룸 현관문을 주먹으로 세게 두드리고, 신경질적으로 초인종을 계속 눌렀습니다. A가 아무리 말려도 J는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문을 열고 상황을 파악한 A의 부친은, 거칠게 욕을 하며 들어오려는 J를 밀어내고 다시 문을 닫았습니다. J는 A의 부친이 자신을 밀었다는 사실에 불만을 가지기 시작하였습니다. 자신의 잘못은 하나도 없지만, 장인어른이 우리에게 돈을 주고 있으니 참을 수밖에 없다는 말도 했습니다.
어느 순간, A는 J의 분노 대상이 자신보다 사회적 약자로 보이는 사람들을 향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J는 자신보다 사회적으로 강자로 보이는 사람들에게는 절대 화를 낸 적이 없었습니다. 경비원, 세입자, 그 외에도 각종 상담원, 식당 종업원 등이 분노의 대상이었고, 특히 정부의 지원을 받는 저소득층에 대한 혐오는 심각했습니다. A는 언젠가 그 대상이 자신이나 아이가 될 수도 있다는 공포에 사로잡혔습니다.
지금까지는 A에게 금전적, 정신적으로 지원을 해주는 든든한 친정부모님이 있었기에 직접적으로 표현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남편의 폭력적인 모습이 A가 임신했을 때부터 더욱 도드라졌고, 싸움이 있을 때 어린 아이의 근처에서 소리를 지르고 위협적인 행동을 보였다는 점도 그 생각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되었습니다. ‘언젠가 친정부모님이 도와주실 수 없게 되면’에 까지 생각이 미치자, A는 결국 확고하게 이혼을 결심하고 변호사를 찾았습니다.
물론 J는 이혼할 생각도 전혀 없었고, 무엇보다 위자료나 재산을 분할해 줄 의사도 없으며, A에게는 기여한 바도 없다는 입장이었습니다. 또한 J가 욱하는 성격에 언제든 찾아와 해꼬지를 할 수 있었기에, 되도록 빠르게 절차를 마무리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변호사는 남편의 폭력적인 모습을 목격한 이들이 여럿 있었고, 건물 cctv 영상 등의 증거가 충분하다는 점에 착안하였습니다. 충분한 증거와 사실관계를 기반으로, 유책사유가 J에게 있음은 물론, A에게 가정경제에 직접적인 기여도가 있음도 입증하였습니다. 명확하게 작성된 소장을 받자, J는 상황이 자신에게 유리하지 않을 것을 직감하였습니다.
A는 변호사를 통해 J를 조심스럽게 설득하였습니다. 결국 길게 소송까지 가지 않고, 화해권고결정을 신청할 수 있었습니다. 모든 절차는 두 달 내로 종결되었고, A는 현재 아이와 평온한 생활을 지속해가고 있습니다. 이혼신고를 한 날, 몇 년 만에 편하게 잠이 들 수 있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