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도 주간 회고 by 해달

[250512~250516] 내가 너무 작게 느껴질 때

by 검도하는 해달


프로크리에이트로 수채와 색연필 채색. 개인 포트폴리오 소장용.

1. 연습한 것

1) 연격, 기본기-좌우 머리 치기 99번 포함

2) 대련-자유 대련, 시합 : 이번주는 거의 내내 대련만 한 듯…



2. 어려웠던 것, 기억할 것

1) 내가 선수들의 들러리가 된 것 같을 때

요즘 들어 연습할 때마다 기분이 좋지만은 않았다. 시합 나가는 아이들의 들러리가 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같이 연습했던 사람들 대부분이 시합에 출전하는 중학생들이었다. (이것도 호구 다 쓰고 나서 뒤늦게 알았다.)

그 가운데에 껴 있는 기분은 엄청난 이질감이었다. 연습 내내 위축돼서 너무 힘들었다. 못 치겠더라.

대련하다가 어깨, 허리, 팔 등 여기저기 맞아서 중간에 살짝 화도 났고, 내가 못하는 게 보이니까 그만하고도 싶었다. 하지만 못해도 끝까지 하는 것이 상대에 대한 예의이기 때문에 참고 버텼다.

전에도 그랬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그나마 할 줄 알고 잘하는 건 도장 출첵밖에 없다. 아직 연습할 것도 많고, 갈 길도 멀고, 그 와중에 몸치로 효능감이 지하 암반을 뚫을 때도 있지만, 그래도 간다. 1주일에 3번, 꼬박꼬박.


2) 상대가 난검일 때

상극이다. 정말 피하고 싶다. 근데 이게 내 맘대로 되나. (인생도 마찬가지.)

중단세를 취했을 때 칼끝도 높고, 움직이면서 죽도와 몸을 자꾸 위아래로 흔들면 정말 정신 사납다. 죽도를 들고 춤추는 것처럼 보일 때는 더 그렇다. 앞에서 하도 칼을 흔들다 치려고 들어오니까 받기 싫어졌던 것도 기분 탓인가.

처음엔 당황해서 몇 번 우왕좌왕하다가 깨달았다.

상대의 페이스에 말려서 나도 같이 칼끝이 흔들리면 더 힘들어진다는 것. 그 뒤로는 어떻게든 중단으로 칼끝을 상대의 명치~목 가운데에 겨누려고 했다.

중심을 지킬 것. 올바른 중단세는 최고의 방어이다.


*예전에 난검이라고 배웠는데, 혹시나 해서 찾아보니까 변검과 비슷하거나, 변검인 것 같다.

수시로 검로를 바꾸면서 상대를 혼란스럽게 하는 칼이라고 한다. 나중에 여쭤봐야지.


3) 상대가 사정없이 치면서 들어올 때

해 보니까, 답이 없다. 맞을 게 뻔해도 그냥 뛰어들어서 같이 쳐 버린다.

때론 내려놓으면 편하다.


4) 목이 꺾였다.

대련 중에 상대가 머리를 치려다가 거리 재기를 잘못했는지 얼굴을 죽도로 맞고 목이 뒤로 꺽였다.



3. 이번 주 회고

대련하면서 맞아도 몸이 아픈 것보다도 애들 앞에서조차 작아지는 날 보는 것이 더 힘들었다.

예전에 운동할 때도 나보다 운동 신경이 더 좋고, 응용 기술도 금방 익히는 사람들을 보면서 열등감을 느꼈다. 한동안 잊고 지냈는데 다시 살아난 것이다.


다음날 아침, ‘좋아하는 일을 끝까지 해보고 싶습니다’ (김고명 저)를 읽다가 이 문구를 봤다.


“독해력은 어떻게 기를 수 있을까요? 원서를 많이 읽는 게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중략) 축구로 치자면 공을 찰 줄 알고 달릴 줄 알다고 무조건 좋은 선수가 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예요. 실제로 경기를 뛰면서 언제 어떻게 달리고 공을 차야 하는지 실전 감각을 익혀야죠. 원서 읽기가 바로 그 실전입니다. “


맞다. 영어 독해력을 키우려면 자주 듣고, 여러 번 읽고, 많이 말하고 써야 한다.

여기서 단어와 표현만 몇 개 바꾸니, 내 얘기였다.


“대련은 어떻게 잘할 수 있을까요? 대련을 많이 해 보는 게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검도로 치자면 죽도를 잡을 줄 알고 발이 빠르다고 무조건 좋은 선수가 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예요. 실제로 대련을 하면서 언제 어떻게 발을 움직이고 상대를 쳐야 하는지 실전 감각을 익혀야죠. 자유 대련이 바로 그 실전입니다.“


읽기를 멈추고 잠시 생각해보니, 맞는 얘기였다. 대련에 익숙해지려면 여러 번 해보는 수밖에 없다. 맞으면 아프고, 고의가 아니었어도 엄한 데 여러 대 맞으면 화도 난다. 하지만 어쩌겠나. 시합 나가는 애들이 상황상 당연히 나보다 훨씬 더 많이 연습했겠지. 그러니까 잘하지. 이렇게 생각하는 게 덜 속상하다. 지금은 애들 앞에서 위축되는 것도 다른 방법이 없다. 라고 썼지만 여전히 내가 작아지는 건 어쩔 수 없다. 나 아니면 누가 날 응원할까. 오늘도 도장에 다녀온 게 어디냐면서.


그래도 정 속상하면, 한 번 시원하게 울고 욱신거리는 데 파스 뿌리고 자고 일어나자. (근데 뒷목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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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도서 : 좋아하는 일을 끝까지 해보고 싶습니다 (김고명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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