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 밖은 초록

5월을 마무리하며

by 검도하는 해달


어느덧, 매화가 폈던 자리에는 매실이 열렸다.


오늘의 글감을 확인하고, 이번 달에 첫 번째로 썼던 글을 찾아봤다. ”글을 쓰기 가장 힘든 순간은 노트북에 뭔가를 타이핑하기 직전이다.“라고 쓰여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이 문장에 많이 공감했다. 글쓰기뿐만 아니라 다른 것도 마찬가지로, 시작은 쉽지만은 않다. 때론, 너무 크게 느껴져서 그전에 힘을 다 빼 버리거나 포기하기도 한다. 그래서 시작은 작게 하란 말이 있는 걸지도 모른다. 특히 새로운 것일 때에는.


돌이켜보면, 이번 달은 지독했다. 하루가 갈수록 지독하게 지겹고, 지독하게 버거웠다. 지독하게 고민도 많았고, 지독하게 겁도 많이 났다. 이번 달에는 검도도 또다시 슬럼프가 왔는지 정체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글도 지독하게 쓰기 힘들었다, 진도가 나가질 않아서. 브런치에 글도 어떻게 써서 올렸는지 모르겠다. 그 와중에 다시 무기력이 정점을 찍어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시간을 흘려보낼까 봐 무서웠다. 그때보다는 덜 무기력하지만, 새로운 것에 도전하기에 늦은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몸을 멈추게 했다. 영어든 한국어든 내 언어가 너무 부족한 게 아닐까, 지금 시작해도 그 분야에 맞게 실력부터 다시 차곡차곡 쌓아야 하니 10년은 넘는 여정이 될 텐데.


그러다가도 문득 돌이켜보니, 올해 1월부터 지금까지 1~2달 간격으로 뭔갈 시작했더라. 3월을 앞두고는 죽도를 다시 잡았다. 4월에는 브런치 작가에 도전했고, 이번 달부터는 브런치북 연재도 하고 있다.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기에 앞서 이것저것 알아보고, 관련 챌린지나 스터디도 신청했다. 날이 점점 더워지면서 귀찮음과 무기력도 자주 느꼈지만, 어떻게든 움직였다. 어제는 저녁에 무거운 몸뚱이를 끌고 도장에 갔다가, 얼떨결에 생각보다 빨리 승단심사 연습을 시작하게 됐다. 이래서 사람 일은 모른다고 하나보다.


어느덧, 내일이 6월이다. 내일부터는 새로운 달이 시작되고, 나도 또다시 새로운 것들을 시작한다. 결말은 아직 모른다. 글을 쓰고 번역하는 사람을 주제로 도화지에 점을 여러개 찍어뒀는데, 선이 어떻게 되려나. 한 달동안 터널에서 버둥거리다가 나오니 밖은 초록이다. 구름 사이로 햇빛이 지나간 초록은 싱그럽다. 나도 그렇게 다음달에는 덜 무기력하고, 더 움직이고, 더 몰입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5/30(금)에 쓴 글을 퇴고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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