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이 생길 수 있는 이런저런 이야기들 IV

아무리 들여다봐도 답이 없다. 결국, 사랑도 세상사 중 하나이다.

by 무상행

1. 유월의 경계에서

오월의 마지막, 산 오르다

풀들이 바람에 허리 숙일 만큼 자랐다

곧바로 오를 수 있어도

멀리

돌아 오른다

길도 시간도 따라 늘어진다

바람이

꽃그늘 흔드는 나비의 날갯짓이 아니라도

제 몸을 채우고 비우고 할 만큼 자랐다

바람 불어오니

나무도 이제는 잎 소리를 제법 낸다

유월 드니 산길 그늘이 점점 무거워지다

신기한 일이다. 달마다 산이 변한다.

산이 변하니 달이 바뀌는 건지도 모르겠다.



2. 배려, 그만큼만


나뭇잎 그늘 밑에서 벌레가 연한 잎을 갉아먹는다.

나뭇잎이 자라서 그늘을 만들 만큼만.

그리곤 다른 나뭇잎으로 자리를 옮긴다.

나무 그늘이 나무의 모양이 흩트리지 않을 만큼만.

나무 아래 지나는 개미는

나무그림자 부피가 줄어든 것을 결코 알지 못한다.

배려.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도록 그만큼만. 그렇게만.



3. 이제 일어서라. 살아라

길 가운데 질경이는 밟히는 데 익숙하다.

밟힐수록 길바닥에 더 엎드린다.

그러다 또 일어선다.

지친 것들은 일어서라.

살아간다는 것, 또 일어선다는 것이다.

척추가 있는 것들, 피부호흡 하는 것들도 일어서라.

이제는 그만 일어서라.

쓰러지지 않았다면, 일어서야 한다. 바람 불어도, 눈비 내려도.

일어서서 당당하게 말하자.

살아 있음을 밝히자.




4. 항상, 당신 곁

그때부터 나는 당신의 떠돌이별이 되었다.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하고 중심별을 떠도는 별이다.


지구 별도 자성으로 끌린 떠돌이별이다.

그 속에서, 나는 또다시 당신에게 끌린 떠돌이별이다.

차가운 겨울 햇살 아래서 서성댔다.

당신이 곁을 지나니,

바람에 낙엽들이 몸을 일으키더니 다시 오체투지 한다.

바람이 지나가도 일어날 줄 모른다. 그 자리 그대로이다.

사랑,

하려면 저렇게 온몸을 던져야 한다,

다시 바람이 불 때까지라도.


오늘도

새는 별자리 따라 이동하고, 나는 당신 따라 이동한다.

뜻이 하늘에서 이룬 것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이다.

사랑같이.




5. 남녀 이별 차이

그놈 가다

봄꽃 피다

구경 가다

나비 날다

바람 불다

花粉 묻다

눈병 나다

그녀 가다

봄비 오다

그냥 걷다

머리 젖다

오한 들다

아파 눕다

늦잠 자다



남자와 여자는 이별 후 극복 방법이 다르다.

여자는 빨리 추스르고 아닌 척한다. 아프면 병원 간다.

남자는 멍하니 맹한 행동을 한다. 아파도 약도 안 먹고 이불 뒤집어쓰고 버틴다.

드물게도,

여자와 남자의 이별 극복 방법이 바뀔 수도 있다. 놀랍다.

너도 들여다보는구나. 너는 알겠니?



아무리 들여다봐도 답이 없다.

결국,

사랑도 세상사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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