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 '스타킹'

문득, 보고 싶어, 이렇게 비 오는 날이면

by 무상행

고양이

체온: 38.6~39.1℃

심박수: 120~240회/분

호흡수: 20~30회/분

혈액형: A형/B형/AB형(드물게), 내 피가 A형이니 필요하면 야옹 해.



이렇게 오늘 같이 비 오는 날이면,

길고양이 스타킹이 생각난다. 앞발에 스타킹을 신은 것 같아 ‘스타킹’이라 불렀다.

고양이에게 이름을 불러준다는 것은 지구별에서 한 생명으로 기억하겠다는 것이다.

(묘연으로 알게 된 길냥이들에게 나는 집사의 유일한 권리로 이름을 불러주었다.

초기에는 '뽀'자 돌림으로 '뽀꾸. 뽀리. 뽀실. 뽀롱. 뽀미. 뽀송…'으로 시작되었다. 뽀리, 뽀실, 뽀롱이가 아기를 낳으니 '일랑, 이랑, 세랑, 네랑, 오랑, 반야, 반달, 보리, 오디, 알콩, 달콩..'으로 계속되다가 어디선가 나타난 애들, 그리고 계속되는 후세들은 '아옹, 다옹, 워키, 토끼, 무우, 까미, 꼬미, 동동, 연지, 곤지, 오목, 사월, 시월, 앵두, 라온, 애니, 은비, 미루, 살구…' 등으로 이름 불러주기에 바빴다.

봄꽃 이름 같이 헷갈리는 것과는 다르게, 그 많은 이름이 헷갈리지 않았다. 다행이었다.)



스타킹은 어릴 때부터 커가면서 구내염 증세가 나타났다. 돌보던 이들도 걱정했다. 좋다는 약 처방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고양이에게, 특히 길고양이에게 구내염은 악마의 병이다.

길냥이에게는 고양이가 좋아하는 종이박스도 만들 줄 아는 인간이 구내염약을 못 만든다는 것이 미스터리다.


(길냥이는 아프면 자연이 치료한다. 햇살로 소독하고 바람이 밤새 쓰다듬어 준다. 달과 별이 자장가를 불러 위로한다. 가끔은 웅크려 떨고 있는 네 곁에서 다른 냥이가 따스한 체온을 나누어 주는 경우가 있으나 결국, 혼자 이겨내어야 하고 또 이겨낸다. 야생에서는 결국 스스로 살아남아야 한다.

왜 너희는 아파도 야옹이라 표현을 안 하니?

왜 햇살도 바람도 통증이라고 안 하니?)


스타킹은 항상 말하며 행동했지.

난 머리로만 움직이지 않고 가슴으로 움직일 거야. 그래서 어딜 가나 친구들이 있어 행복해.

결코, 후회하지 않는 묘생 살 거야.


타킹(스타킹)이가 몸이 불편해 자기 영역을 정하지 못하고 떠돌 때, 다행히 그런 스타킹을 반갑게 맞아주고 같이 동행해 준 길고양이들이 있었다. 특히 ‘자연’이가 그랬고, ‘다옹’이도 그랬다. 결국 다옹이가 머무는 곳에 같이 머물렀고, 그게 스타킹에게는 마지막 정착지였다.

스타킹은 처음부터 느렸다. 다옹이는 까칠하지만, 한번 마음을 열면 끝까지 가는 애다.



어느 주말 아침.

다옹, 타킹이 있는 곳으로 가니, 저 멀리 다옹이가 앉아 있다.

아빠 차 소리만 들리면 뛰어나와 마중하던 녀석들인데, 물론 타킹이는 천천히 나타나지만.

뭔가 느낌이 이상하여 차를 길가에 세우고 다옹이에게 다가갔다. 스타킹은 누워있었고, 다옹이는 곁에 앉아 있다. ‘타킹아, 일어나...’하며 스타킹이 일어날 때까지 내내 기다렸던 것 같다.


아, 그랬구나. 난 예감했다.

타킹에게 다가가 나지막이 이름을 부르며 몸을 만져 봤다. 몸이 굳어있었다. 난, 일단 근처 개망초를 꺾어 주위에 놔두고 좀 멀리 떨어져 있었다, 다옹이와 이별의 시간을 주기 위해.

(길고양이들은 묘생을 다할 때쯤이면 스스로 숨는다고 알려져 있다. 사라진다. 물론 스타킹같이 몸이 불편하여, 걸어갈 힘이 없어 온기 없는 굳은 몸을 외부에 노출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다옹이가 자리를 떴다.

이제는 스타킹과 나와의 시간이다.


“아빠, 그런 눈으로 보지 마.

타킹이는 행복했어.

매일 하루에 두 번 찾아주는 것, 친구 다옹이와 내 이름 불러주는 것, 밥 먹고 나면 간식 챙겨주는 것, 나무 그늘에 쉬고 있으면 곁에 앉아서 말 걸어주고 얘기 들려주는 것...

타킹이는 행복했어, 고양이 별로 떠나도 잊지 않을 거야”


"아빠, 듣고 있어?"

"응, 듣고 있으니 말해"

“다옹이에게 마지막을 지켜줘서 고맙다고 전해줘.

슬퍼하지 마, 평소같이 웃어줘.”

“안녕, 아빠”

“그래, 안녕, 내 사랑”

오후에 비가 내렸다.

많이 내렸다.



아무도 없었다.

다음날 아침, 여전히 비가 내렸다.

스타킹과 다옹이가 있는 곳으로 갔다. 아무도 없었다.

한참을 둘러보니 다옹이가 구석에서 웅크리고 있었다.

물론, 스타킹은 보이지 않았다.



이렇게 길고양이들과의 수많은 이별 중 하나가 있었다.


오늘, 비가 내린다.

비가 오면 네가 보고 싶은 것이 아니고,

네가 보고 싶으면 비가 내렸다.

오늘, 비가 많이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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