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그리워하는 관점에서 당신, 그대를 보고 싶다.
우리 몸은 신기하다.
눈, 코, 입, 귀같이 개수는 한 개 아니면 둘이다. 개수가 두 개를 넘어서면 ‘가락’이란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손가락, 발가락, 머리카락이 그것이다.
위치 혹은 배치 또한 절묘하다. 얼굴에서, 몸에서 위치를 바꾸어 보면 그 배치에서 생활 활동의 쓰임과 구조학적, 예술적 완성을 볼 수 있다. 태초의 익숙함을 배제하고 눈과 귀, 입과 코의 위치를 바꿔보라. 왜 그곳에 놓여 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물론 현실에서 볼 수 없는 외계생명체나 괴물을 표현할 때 나름 상상력을 발휘하여 개수나 위치를 흩트려 놓으나 의미가 없다.
이러한 몸의 구조학적, 해부학적인 면이 아니라
사랑하는, 그리워하는 관점에서 당신, 그대를 보고 싶다.
눈
당신, 할 말 있어 눈을 깜빡깜빡하는 것이 참 예쁘오.
묻는다. 왜 그런데요?
꽃이 폈다 졌다 하는 것 같소.
당신, 말할 때 눈을 깜빡깜빡하는 것이 참 예쁘오.
묻는다. 왜 그런데요?
까만 밤하늘에 별이 반짝이는 것 같소.
코
왜 클레오파트라의 코가 낮았으면 역사가 바뀌었을까?
과거 사실에는 ‘만약에’라고 말할 필요가 없다.
내 인생을 바꾼, 지금의 당신처럼.
귀
당신의 목소리는 고막을 지나 세반고리관을 건드리며 나의 뇌 속으로 전달된다. 그래서 당신 목소리가 들리고 그 순간, 나는 평형을 잃곤 한다.
말의 의미 따위는 필요 없다.
두 귀
하나는 그대에게 열려있고, 다른 하나는 세상에 열려있어요.
세상이 닫혀도 그대를 향해 내 한 귀는 열려있어요.
들리나요... 그대, 내 사랑.
이제는 울지 말자.
때로는 듣고 싶지 않은 진실도 있는 법이다.
입
하트모양은 당신의 입술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전해진다.
목
사슴의 목은 적당히 길고 적당히 가늘다.
그래서 당신의 목은 사슴의 목이다.
손
할 말이 있다는 듯이 컵을 만지작거리는 당신의 손을 보면, 커피가 뜨겁지 않아도 떨리게 되어 있다.
손가락
세상에 당신이 원하는 것을 세어보라고 열 개나 있어.
모자란다면 접고 펴며 헤아려도 돼.
그래도 부족하다면,
내 손 빌려줄게.
난 하나면 충분해. 내 사랑 당신, 그대.
손톱
은은한 분홍 하늘 밑에 달이 조금 떠오른다.
그대로 두어도 예쁜데 봉선화 물을 얹었다.
잔몽 殘夢이다.
잔몽殘夢
• 잠이 깰 무렵에 꾸는 꿈
• 잠이 깬 후에도 마음속에 어렴풋이 남아있는 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