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사랑. 사전. II

사랑하는, 그리워하는 관점에서 당신, 그대를 보고 싶다.

by 무상행



개울을 건너는 당신의 발.

오귀스트 로댕의 대리석으로 깎고, 카미유 클로델의 점토로 빚었어요


나만 보는가 싶었는데

어쩌면 낮달이 구름 뒤에 숨은 이유겠지요



발가락


당신 발끝.

말랑말랑한 곳에, 연분홍이 내려앉은 곳에

다섯 꼬물이가 모여 있는 곳.


고르릉 거리며 나가고 싶어 한다

그래도 양말 속에 가두어 둔다, 남이 알아채 지 못 하게

나만의 비밀같이. 사랑같이.


'당신 앞에서는 얘들을 풀어놓을 거예요'

'내 사랑 그대, 고마워요'


맹장


작은창자에서 큰창자로 넘어가다 쉬어가는 곳. 이제는 아무것도 아무도 쉬어가지 않아 퇴화가 된 곳. 본래 기능을 잃어버렸다, 아니 잊어버렸다.

언젠가 다시 쓰이기를 바라며, 아직도 몸속에 흔적으로만 남아있다.

예전에 그대가 쉬어갈 때 그곳이 두근거렸다. 본래 기능을 찾았나,

이렇게라도 그대를 기억해 냈다.


콩팥(1)

당신의 콩팥은 두 개이니, 하나이 콩이 분명한데 다른 하나는 콩인지 팥인지 아직도 모르겠다. 이름대로라면 팥이어야 하는데 아직도 모르겠다.

당신, 참 알 수 없다.


콩팥(2)

그때, 콩팥이 아닌 팥콩이라 해도 당신 말이라면 무조건 믿었다. 의심하지 않았다. 콩중이를 팥중이라 해도 일절 의심하지 않았다. 지금도 당신 말은 틀려도 맞다. 당신은 항상 옳다.


* 콩중이 팥중이: 메뚜기의 종류

콩중이 팥중이


눈썹 (1)


옥류봉에 초승달 떴다

당신의 눈썹이 왜 하늘에 있는지, 눈 밝은 올빼미를 의심하며, 몇 번이고 당신 모르게 확인했다


눈썹 (2)


당신이 고개 숙일 때, 아미蛾眉가 참 곱다고 했다.

그러면

당신 입가 미소에 하얀 치아가 가지런히 드러났다.


당신은 '눈썹'보다 '아미'라 불러 주는 것을 좋아했다.



십이지장


그대가 체했다

등의 한 곳을, 십이지장이 등과 연결된 곳을, 열심히 두드려 주었다

잠시 후, 벚꽃 같은 환한 웃음으로 '이제는 괜찮아요. 고마워요'라고 했다


만일 누군가 헤어질 결심을 하였다면,

그 이유 중 하나는 십이지장의 위치를 몰라서일 수도 있다.


몸. 사랑. 사전 III에서 계속


몸. 사랑. 사전. 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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