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창고 익순이가 내게 가르쳐준 것

익순이는 19살 나에 소중한 보물

by 채화김영숙


익순이를 만나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사랑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아침에 눈을 뜨면
말없이 내 곁에 와서 앉아 있는 그 아이,
내 기분을 묻지 않아도


이미 다 알고 있는 듯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던 그 순간들.
익순이는 늘 그 자리에 있었다.


내가 웃을 때도,
내가 지칠 때도,


아무 말 없이 그저 함께 있어 주었다.
나는 그걸 ‘당연함’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던 것 같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 당연함이 얼마나 큰 선물이었는지
조금씩 알게 되었다.


익순이는 나에게
기다림을 가르쳐 주었다.


밥을 주기 전까지
조용히 앉아 기다리는 모습,
산책을 나가기 전
눈을 반짝이며 문 앞에 앉아 있는 모습.
서두르지 않고
자기 순서를 기다리는 그 모습에서
나는 조급했던 나를 보았다.


익순이는 또
지금 이 순간을 사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어제의 일로 힘들어하지도 않고
내일을 걱정하지도 않는다.


그저 오늘, 지금,
내 옆에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히 행복해하는 존재.


나는 늘 지나간 시간에 머물거나
오지 않은 미래를 걱정하며 살았는데,
익순이는 나를 지금으로 데려왔다.


그리고 무엇보다
익순이는 사랑을 가르쳐 주었다.


조건 없이, 계산 없이,
그저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사랑.
내가 어떤 모습이든
어떤 하루를 보냈든
익순이는 늘 같은 마음으로 나를 맞아준다.


그 사랑 앞에서
나는 점점 더 솔직해지고,
점점 더 나 자신이 되어갔다.


사람에게서 상처받은 날에도
익순이의 눈을 보면
이상하게 마음이 풀어졌다.


“괜찮아.”
그 아이는 말을 하지 않았지만
분명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익순이는 내 삶의 스승이다.


작고 말 없는 존재지만
그 누구보다 깊은 가르침을 준 스승.
나는 오늘도
익순이에게 배운다.


조급하지 않게 사는 법,
지금을 살아가는 법,


그리고
조건 없이 사랑하는 법을.
익순이가 있어서
나는 다시 웃을 수 있었고,
다시 살아갈 힘을 얻었다.


그래서 나는 안다.
내 인생에서 가장 큰 선물 중 하나가
바로 익순이라는 것을.
오늘도 그 아이를 바라보며
조용히 마음속으로 말해본다.


“익순아,
고마워.
네가 있어서
나는 오늘도 따뜻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