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일기]#5 태동

by 찹쌀아빠


임신을 준비하고, 찹쌀이를 세상밖에서 만나기까지 어느덧 절반의 시간이 흘렀다.

병원을 오가며 초음파 사진을 받아 들고,

작은 심장 박동을 확인하고, 자라나는 크기를 숫자로 기록할 때마다 아내의 뱃속에서

찹쌀이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는 사실은 머리로는 이해했지만, 가슴으로는 여전히 실감이 나지 않을 때가 많았다.
그러던 어느 날, 아주 조심스러운 신호가 우리에게 찾아왔다.



25년 4월 17일

퇴근 후 같이 식사를 하고 둘이서 소파에 기대

TV를 보며 쉬고 있는 중 아내가 갑자기 웃으며 말을 꺼냈다.
“방금… 뭔가 툭 건드리는 것 같았어.”
나는 순간적으로 눈을 크게 뜨고 되물었다.
“진짜? 지금? 그럼 태동 아니야?”
아내는 확신하기 어렵다는 듯 조심스레 웃었다. “아직 잘 모르겠어. 그냥 내 착각일 수도 있고…” 하지만 말끝에 스치는 기쁨을 숨기지는 못했다.
그 순간, 내 마음속에서도 따뜻한 무언가가 일렁였다. 지금까지는 초음파 화면이나 의사의 설명을 통해서만 찹쌀이를 만나왔는데,

드디어 찹쌀이가 스스로 존재를 알린 것이다. 마치 ‘엄마, 나 여기 있어요’ 하고 두드리는 것 같았다. 찹쌀이의 태동에 나도 부랴부랴 아내의 배 위로 귀를 가져다댔지만 나는 아쉽게 느낄 수 없었다.



25년 4월 23일

며칠이 지나면서 아내는 점점 더 분명하게 태동을 느꼈다. 작은 물결처럼 배 속에서 일렁이는 감각이 때때로 찾아왔다고 했다. 나는 그때마다 부러움과 호기심이 뒤섞여, 꼭 나도 느껴보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다.
그러던 4월 23일 밤, 드디어 그 순간이 찾아왔다. 아내가 “지금 움직이는 것 같아” 하며 손을 내 손 위에 얹어주었다. 긴장된 마음으로 조용히 기다리는데, 아주 미세한 떨림이 손바닥을 스쳤다. 처음에는 ‘이게 맞나?’ 싶었지만, 몇 초 후 다시 한번 같은 감각이 느껴졌다.
“느꼈어! 지금 움직였지?”
내가 놀란 듯 소리치자, 아내는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짧은 떨림이 믿기지 않을 만큼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머리로만 알던 찹쌀이의 존재가 손끝으로 전해져 오는 순간, 온몸이 전율했다. 마치 투명한 유리 너머로만 보던 찹쌀이가 드디어 손을 뻗어 나를 불러준 듯한 느낌이었다.



20주 차 병원 방문

그리고 일주일이 더 지나, 우리는 정확히 20주 차에 접어든 4월 29일 병원을 찾았다. 기다리던 정기검진 날이었다.

이미 손으로 느낀 태동을 이제는 초음파 화면으로 다시 확인할 수 있다는 기대가 마음을 두근거리게 했다.
진료실에 들어서자 늘 그렇듯 의사 선생님은 조심스럽게 아내의 배 위에 초음파 기계를 댔다. 화면 속에는 이제 제법 사람의 형체를 갖춘 찹쌀이가 선명하게 비쳤다. 작은 팔다리가 바쁘게 움직이고, 몸을 뒤척이며 공간을 가득 채우듯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아주 건강하게 잘 크고 있네요.”

선생님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나는 모니터에 시선을 고정한 채, 손으로 느꼈던 그 떨림이 바로 이 움직임이라는 걸 실감했다. 단순히 책이나 영상 속 설명이 아니라, 찹쌀이가 내 손끝을 통해 전해준 신호였다. 그 사실이 가슴을 벅차게 했다.

20주차 활발히 움직이는 찹쌀이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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