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5.23
임신 24주차 1일
찹쌀이가 스무 번이 넘는 주차를 지나 무럭무럭 자라고 있을 때였다.
병원에서 2번째 정밀 초음파 검사와 정기 검진을 앞두고, 초음파 검사 전 채혈을 통한 임신 당뇨
검사를 해야 한다는 안내를 받았다.
생소한 단어였지만 당뇨는 아내와는 크게 상관없을 거라 생각했다.
아내는 임신 전에도 운동을 즐기던 사람이고, 임신 후에도 식사 후에는 산책을 나가는 등
건강한 생활 패턴을 유지하며 특별한 지병도 없었기 때문이다.
임신 당뇨 검사를 위해 채혈을 하기 전 아내는 먼저 경구 당부하제를 마셨다.
탄산이 빠진 환X의 오렌지 맛의 액체였다고 한다. 보통은 경구 당부하제를 마시면 거북한 느낌이
든다고 했지만 딱히 아내는 그런 거부감은 들지 않는다고 하였고 같이 정해진 시간 동안 대기한 뒤
채혈을 진행했다. 이후 함께 초음파 검사실로 들어가서는 당뇨 검사를 위해 먹은 약 때문인지
아내는 식은땀과 함께 속 울렁거림으로 잠시 쉼을 가지고서야 검사를 이어갈 수 있었다.
찹쌀이의 뇌, 얼굴, 심장, 폐등 신체의 성장과 이상유무를 확인하고 마지막으로 찹쌀이의 이목구비도
확인해 볼 수 있었다. 아직 선명하진 않지만 눈과 코가 엄마를 닮았네 아빠를 닮았네 하며 즐거워하며
검사실을 나가니 채혈 결과는 담당 선생님이 설명해 주실거라는 안내를 받고 아내와 담당 선생님의
진료실로 들어갔다. 정밀 초음파 선생님을 통해 간략히 설명을 들었지만, 담당 선생님을 통해 전체적으로
찹쌀이가 아주 잘크고 있다는 소식과 태반이 조금 밑에 위치해 있지만 주차가 지나면 자연스레 올라가는
경우가 많으니 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과 오늘 채혈한 검사는 내일쯤이면 결과가 나온다고
하셨다.
다음날 병원에서 온 전화를 통해 채혈결과 임당은 아니지만, 두번째 수치가 많이 튀어서 오늘 저녁 11시
이후로 공복을 유지하고 내일 다시 재검사를 해야 한다고 전달 받았다.
전화가 끝나고 곧장 임신 당뇨에 대해 검색을 했다. 글자 하나하나가 눈에 들어올수록 근심이 커졌다.
임신 당뇨는 단순히 엄마의 건강 문제에 그치지 않고, 태아에게도 여러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다고 했다.
대표적인 문제로는 태아가 지나치게 커져서(거대아) 출산이 어려워질 수 있고, 출산 직후 저혈당이나
호흡곤란 같은 문제로 이어질 수도 있으며 산모에게는 고혈압, 조산 위험까지 높일 수 있다는 글이
이어졌다. 한 줄 한 줄 읽을 때마다 마음은 무겁게 가라앉았다. 겉으로는 아내를 안심시키려 했지만,
사실은 나 역시 두려움이 컸다. 행운이를 보낸 기억이 마음 한 구석에 남아 있었기에, 작은 위험에도
크게 흔들리고 말았다.
재검사 당일. 회사 일정때문에 함께 병원에 가지 못하는 나 대신 다행히 처형이 아내와 병원에
동행해 주었다. 이번 검사는 아침 9시부터 정오까지, 1시간 간격으로 네 차례 채혈을 하는 방식이었다.
아내는 빈속으로 병원에 들어가 처음 피를 뽑고, 당부하제를 마신 후 다시 채혈을 반복했다.
처형의 말로는 시간이 지날수록 피곤함이 아내의 얼굴에 묻어났다고 한다.
앞전에도 속이 메스꺼워 고생했던 당부하제를 이번엔 빈속에 마신채로 매 시간 채혈을 할때마다
그 시간은 메스꺼움과 긴장과 지루함이 섞여 무척 길게 느껴졌을 것이다.
점심이 지나 오후 2시경, 검사 결과가 나왔다.
공복 2시간 이후 혈당은 조금 높았지만, 나머지 시간대 수치는 큰 문제가 없었다. 결과는 "임신당뇨 전단계"
수치가 안정적으로 내려갈때까지 앞으로의 정기검진은 식사를 끝내고 2시간 이후 방문하여 채혈 후 검사를
통해 지속적인 관리는 필요하지만, 큰 위험 신호는 아니라는 말에 숨이 놓였다.
퇴근 후 집에 돌아와 아내에게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는 한동안 말없이 서로를 바라봤다.
‘다행이다’라는 안도와 ‘앞으로 조심해야 한다’는 다짐이 동시에 자리했다.
2025.06.11
26주차 6일
저번 정기검진때 아내가 임당 전단계임을 전달 받은 장모님께서 아내와 함께 병원에 다녀오셨다.
보통 나와 함께 정기검진을 다녀왔기에 먼저 같이 가보자는 말씀은 하시지 않으셨는데 아내가 주수보다
큰 배로 걸을 때마다 힘들어 하던 것과 둘째 조카를 임신하였을 때 임당으로 고생한 처형이 생각이 나셔서
같이 가보고 싶다고 하셨다.
아내에게서 메신저를 통해 장모님과 병원에 다녀왔고 같이 장을 보러 마트에 갔다는 이야기만 보고
큰 문제는 없겠거니하고 퇴근후 집으로 들어온 나는 각종 채소와 샐러드로 가득찬 냉장고를
마주할 수 있었다. 이게 뭐지하며 냉장고를 바라보고 있는 나에게 아내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오늘 채혈한거는 116. 높지는 않지만 아직도 임당 전단계로 수치는 큰 차이가 없구,
양수는 정상 수치가 12인데 22가 나와서 너무 높다고 엄마보고 딸 양수랑 임당으로 고생 안시키려면
탄수화물 끊게 하고 식단조절 해야 한다고 말씀하셔서 오는길에 다 사다주고 가셨어"
"장모님께 안 혼나려면 식단 잘 지켜야겠다"
"응, 관리해서 찹쌀이도 나도 건강하게 만나야지!"
이번 경험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었다.
임신은 단순히 기다림만으로 이뤄지는 일이 아니라, 수많은 돌봄과 조심스러운 선택의 연속이라는 것.
그리고 그 모든 과정 속에서 부모는 조금 더 단단해져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찹쌀이는 여전히 잘 자라고 있었다. 작은 몸짓 하나에도 힘이 느껴졌다.
그 생명력을 믿으며, 우리는 하루하루 더 신중하게, 더 조심스럽게 걸어가기로 했다.
언제나 그렇듯, 우리의 바람은 단순하다.
“찹쌀아,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그 소망 하나로 오늘도 또 하루를 채워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