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일기]#7 20분의 숨바꼭질

by 찹쌀아빠

2025.07.07

임신 30주차 4일

오늘은 찹쌀이의 얼굴을 가장 선명하게 볼 수 있는 마지막 입체 정밀 초음파가 있는 날이었다.

아내와 나는 이 날을 오래전부터 기다려왔다. 이전 정밀 초음파에서도 찹쌀이의 건강상태와

얼굴을 볼 수 있었지만 그때보다 쑥쑥 자란 만큼 출산 전 더 선명하게 찹쌀이의 얼굴을 볼 수

있는 날. 혹시나 검사를 하는 동안 잠들었을 경우를 대비해 초콜릿도 챙겨 입체 초음파실로

들어갔다. 담당 선생님은 밝은 목소리로 “오늘은 아기 얼굴이 잘 보이면 좋겠네요” 하며 초음파

검사를 준비했다. 우리는 그 말만으로도 벌써 가슴이 뛰었다.

그러나 막상 시작된 화면 속에서 찹쌀이는 좀처럼 얼굴을 보여주지 않았다.

양손을 얼굴에 가져다 대고, 몸을 돌려버리고, 아예 얼굴을 파묻고 있는 모습이었다.

마치 “아직은 안 보여줄 거야” 하듯 숨바꼭질을 즐기는 듯했다.

아내는 미리 챙겨 온 초콜릿을 꺼내 한입 먹으며 혹시나 찹쌀이가 움직여주길 바랐다.

선생님도 아내의 배를 살살 흔들며 “조금만 움직여줄래?” 하듯 유도했다.

그렇게 20분 넘게 시간을 들였지만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 순간, 잠깐 몸을 비트는 찰나에 화면에 얼굴이 정면으로 잡혔다. 작은 이목구비가 또렷하게

보였고, 통통하게 오른 볼살까지 그대로 담겼다. 그 한 장면을 얻기 위해 흘린 땀과 시간이 오히려

더 값지게 느껴졌다. 선생님이 사진을 저장해 주자 아내와 나는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눈은 당신 닮았네.”

“코는 오히려 나 같아.”

우리는 사진 한 장을 두고 실랑이를 벌였다. 결국 결론은 “둘 다 닮았다”였지만, 이미 그 순간만으로도

충분했다. 찹쌀이는 분명히 우리 둘을 이어받아 조금씩 자라 가고 있었다.

KakaoTalk_20250921_205434255.jpg 20분간의 숨바꼭질 후 보여준 찹쌀이의 얼굴


"엄마, 식단 조절 하느라 고생했네요. 수치가 내려갔어요"

담당 선생님은 전달받은 차트 속 수치를 보며 아내를 향해 웃으며 말했다.

한 달 전만 해도 22였던 양수 지수가 이번에는 17로 떨어졌다. 정상 범위가 15 안팎이라는 말에

아직은 조금 더 떨어져야 하지만 변화를 보인 수치에 아내는 지난 한 달간 단음료, 밀가루,

탄수화물까지 최대한 절제하며 식단을 조절했던 날들이 떠올랐는지, 조용히 휴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혈당 수치도 소폭 내려 있었다. 110에서 106. 단순한 숫자의 변화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는 결코

작지 않았다. ‘관리하면 달라질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는 수치였기 때문이다.


사실 지난 몇 주간 우리 둘의 마음은 늘 무거웠다. 임신 당뇨, 양수과다. 병원에서 들은 단어들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고, 집에 돌아와도 검색창에 그 단어들을 반복해 입력하며 밤을 지새웠다.

끝없이 쏟아지는 정보 속에서 불안은 더 커졌다. 혹시나 아내와 아기에게 해가 될까, 마음속 근심은

줄어들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달랐다. 수치가 눈에 띄게 안정된 것을 확인하자 마음속에

작은 평화가 내려앉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우리는 오랜만에 조금은 가벼운 발걸음을 내디딜 수 있었다.


2025.07.21

임신 32주차 4일

이제 임신도 막바지에 들어서며 정기검진 주기는 2주로 짧아졌다.

32주 차 검진에서 본 찹쌀이의 몸무게는 2.1kg. 단 2주 만에 600g이 늘어난 수치였다.

담당 선생님은 초음파 화면을 가리키며 “배둘레가 34주 아기 크기네요” 하고 웃었다.

화면 속 찹쌀이는 볼살이 한껏 올라와 있었다.

내가 장난스럽게 “볼이 너무 빵빵한데?” 하고 말하자, 마치 들은 듯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우리는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그 짧은 순간에도 찹쌀이가 우리와 교감하는 듯한 기분이

들어 마음이 벅찼다.

선생님은 다시 한번 당부했다. “양수 지수는 내려갔지만 아기가 크면 출산이 힘들 수 있어요.

끝까지 식단 조절에 힘써주세요.” 아내는 할 수 있다며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조금은 안쓰럽게

아내를 바라보았다. 원래 알레르기 증상이 있어 비염약 등을 먹어왔던 아내는 임신 후 혹시나 찹쌀이에게

해가 될까 의사 선생님이 임산부에 맞춰 처방해 준 약도 신경이 쓰여 먹지 않았다.

두통, 복통 등 통증에도 타이레놀은 괜찮다는 담당 선생님의 말에도 오롯이 감내하며 참아냈다.

배가 커지는 만큼 호흡도 힘들어지고, 체력적인 소모는 커지고, 이따금씩 찾아오는 진통 등 긴 시간 동안

오롯이 찹쌀이를 위해 본인이 하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들을 자제하고 참아내는 일이 얼마나 고된지

잘 알기에. 그래도 아내는 묵묵히 해내고 있었다.

KakaoTalk_20250921_205434255_01.jpg 34주차의 배둘레를 보여준 찹쌀이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아내가 손에 꼭 쥔 초음파 사진을 바라봤다. 이제 콩알보다 작던 찹쌀이가

2kg을 넘어섰다. 또렷한 얼굴이 사진 속에 남아 있었다. 그 사진을 보며 나는 실감했다.

‘정말 곧 만날 수 있구나.’

찹쌀이를 만나러 가는 길은 검진날이 되어 병원을 방문할 때마다 이슈의 연속이었다.

피고임, 목투명대, 니프티, 임신당뇨, 양수과다

하나하나를 해내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지만, 그 덕분에 우리는 조금 더 단단해졌다.

매 순간을 함께 견디며 서로를 붙잡았고, 그 사이 아기는 무럭무럭 자라주었다.

이제 출산까지는 채 두 달이 남지 않았다. 가끔은 걱정이 앞서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큰 건 설렘이다.

오늘 초음파 속에서 삐죽거리는 입술과 통통한 볼을 본 순간, 그 설렘은 더욱 확실해졌다.

나는 속으로 조용히 기도했다.

'부디 큰 탈 없이, 무사히 우리 곁으로 와주기를'

그 마음은 아내도 같을 것이다. 수많은 제약과 불안 속에서도 꿋꿋이 이 시간을 견디고 있는 아내를 보며,

나는 그 용기와 사랑에 다시 한번 고개 숙인다.


그리고 나는 아직 찹쌀이를 만나기 전 큰 산 하나가 더 남아있음을 이때는 알지 못했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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