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주 차
2주 만에 다시 찾은 병원.
진료실 문을 열기 전부터 심장이 요동쳤다.
5주 차, 7주 차를 거치며 우리는 안도와 기쁨을 조금씩 안았지만
그래도 이 모든 게 아직은 조심스럽기만 했다.
하지만 그날의 찹쌀이는 우리를 환하게 맞이해 주었다.
초음파 화면에 또렷하게 비친 작은 젤리곰.
몸통과 팔다리가 구분될 정도로 또렷해진 모습이었다.
길이는 2.3cm, 심박수는 184 bpm.
담당 선생님은 화면을 가리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사이즈도 심박수도 다 안정적이에요.
다음 진료는 4주 뒤 13주 차에 오셔서, 1차 기형아 검사랑
정밀 초음파 같이 진행하시면 됩니다.”
두 손을 꼭 맞잡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 우리는 아주 오랜만에 평온한 마음으로 병원을 나섰다.
찹쌀이가 잘 자라주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온 세상이 따뜻해 보였다.
13주 차
아내가 병원 가기 전 웃으며 말했다.
인터넷에서 본 팁이라며 편의점에서 작은 초코우유를 사들고
아내가 병원에 들어가기 전 웃으며 말했다.
“정밀 초음파 검사 전에 초코우유 마시면 아기가 잘 움직인대.”
초코우유를 먹고 신이 나 움직일 찹쌀이의 모습을 상상하니
나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
1차 기형아 검사를 위해 채혈을 하고 정밀 초음파실 앞에서 대기하는 동안
아내는 준비해 온 초코우유를 마시고 순번이 되어 같이 들어갔다.
화면에는 이제 제법 사람 모습을 닮은 찹쌀이가 또렷하게 비쳤다.
하지만 찹쌀이는 두 팔로 얼굴을 꼭 가리고 있었다.
담당 선생님은 웃으며 기기를 움직이고, 아내의 배를 이리저리 흔들었다.
“아이고, 얼굴 좀 보자~ 찹쌀아…”
몇 번의 시도 끝에 찹쌀이는 천천히 팔을 움직였고
그 순간부터 검사는 하나씩 정확하게 진행됐다.
손가락 다섯 개. 발가락 다섯 개.
팔, 다리 길이 균형, 장기 위치, 심장 네 방 구조까지
모두 이상 없음.
마지막으로 목투명대(NT)를 확인했다.
수치는 평균값 2.59mm.
검사를 진행하던 선생님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목투명대는 평균 범위입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그리고 조심스레 덧붙였다.
“그리고 딸일 가능성이 높아 보여요.”
그 순간, 아내와 나의 눈빛이 잠시 마주쳤다.
딸일지도 모른다는 한마디에, 아들이어도 좋지만 딸이면 너무 좋겠다고
말해온 우리 부부였기에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서로 웃어 보이며
연신 선생님이게 감사하다고 인사드리며 방을 나섰다.
그리고 이어진 담당 선생님과의 정기검사
목투명대 결과를 바탕으로 수치가 평균값에 들어가기 때문에 큰 이상은
없지만, 아내가 만 35세 이상 고위험 산모에 해당하므로
추가로 NIPT(니프티) 검사를 받아볼 것을 권유하셨다.
사실 우리도 검사를 받으러 오기 전 니프티 검사를 알아봤기에 좀 더 정밀한
검사 결과를 받아보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았기에
1차 기형아 검사를 받아보고 결정하겠다고 말씀드렸고
2주 뒤 다음 정기검사 때 1차 기형아 검사 결과를 보고 다시 이야기하기로
정하고 병원을 나섰다.
2025년 03월 17일
출근해서 일을 하고 있던 와중 아내에게서 전화가 왔다.
평소 큰일이 아니고서는 내가 일하는 동안 전화를 걸지 않는 아내였기에
부장님께 양해를 구하고 전화를 받으러 회사를 나왔다.
"병원에서 연락이 왔는데 찹쌀이 다운증후군 고위험군이래, 내일 바로
니프티검사받으러 오래"
"알았어, 바로 내일 연차 쓸게 울지 말고 조금만 진정하고 있어 여보"
큰 문제없이 잘 커주고 있는 찹쌀이었기에 더
전화 너머로 들려오는 아내의 울음 섞인 말에 심장이 내려앉았다.
일은 손에 잡히지 않았고 그렇게 시간만 보내다 집으로 돌아와 아내를
진정시키고 내일 오전에 바로 병원에 가기로 하고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2025년 03월 18일 - 14주 차
병원에 방문해 곧장 NIPT 검체 채혈을 진행했다.
고위험산모들의 경우 의례 1차 기형아 검사 때 다운증후군 고위험군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지만, NIFT 검사에서는 정상으로 나올 확률이 높다고
담당 선생님이 설명을 해주셨다.
하지만 당장 NIFT 검사를 해야 한다는 원무과의 연락을 받고 급하게 찾은
병원인만큼 사실 선생님의 말씀은 크게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정도였으면 정기검사일도 되기 전에
당장 오늘 오라는 연락도 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NIFT 검사 결과는 7~10일 내 문자로 연락이 갈 거예요.
혹여 늦어지면 2주 뒤인 16주 차 정기검사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고 다음에 봐요"
진료실을 뒤로하고 집으로 돌아온 이후로
그날부터 우리 부부는 휴대폰만 수시로 들여다보는 날들을 보냈다.
병원의 진료 시간인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아내는 휴대폰을 손에서
놓지 못했고, 나는 직장에서 아내에게 병원에서 연락이 왔는지 물어보며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심장이 타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행운이 이후로 찾아와 준 찹쌀이가 혹시 아플지도 모른다는 걱정에
그렇게 우리 부부는 극심한 스트레스로 구내염과 위장장애를 겪어가며
연락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하루, 이틀, 일주일.
결국 아무런 연락 없이 2주가 흘렀다.
16주 차
찹쌀이가 잘 있다는 걸 알고 있음에도
“혹시...” 하는 불안감은 지우기 어려웠다.
병원 대기실에서, 아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도 아무 말하지 않았다.
그저 고개만 푹 숙이고
손을 맞잡은 채 기다렸다.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 숨이 턱턱 막히는 느낌이었다.
진료실에 들어가 초음파 검사를 먼저 진행했다.
찹쌀이는 여전히 건강하게,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초음파 진료가 끝나고 선생님이 NIPT 결과지를 보여주며 말했다.
“이상 없습니다. 전 항목 정상입니다.
그리고… 딸입니다. 축하드려요.”
그 말을 듣는 순간, 고개를 푹 숙인 채 아내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나는 아내의 손을 쥐어주며 그저 감사합니다라고만 읊조렸다.
빠르게 검사 결과지를 눈으로 훑으며 정상으로 표기된 것에 안도감도
잠시 검사 결과 일자에 적힌 25.03.21
너무 감사하고 기쁜 마음이 들어야 하는데, 나도 모르게 손에 힘이
들어가자 아내는 나의 의중을 눈치채고 조용히 손을 쓰다듬었다.
"여보 찹쌀이 건강하잖아, 딸 이래. 기쁜 날이잖아"
"...그래, 기쁜 날이야"
다시 한번 담당의 선생님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리며
4주 뒤인 20주 차 때 정기 검사일자를 예약하고 병원을 나섰다.
기쁜 날이지만, 복잡한 마음이 드는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