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근육을 키우기 위해 나는 등산을 한다.
2년 전 100일 등산을 목표로 새벽에 동네 뒷산을 올랐다. 한겨울이었던 그때 추위도 모르고 비가 와도 산을 올랐다. 내가 산을 오르게 된 이유는 건강한 신체를 만들기 위해 서기보다는 건강한 마음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사람들 속에서 긴장하지 않고 살아가기. 중간에 우울한 감정이 올라와도 그 감정에 사로잡히지 않고 빨리 털고 일어서기 위해서였다. 100을 다 채우지 못하고 등산을 그만두었지만 산이 주는 단단한 에너지를 받았다. 한동한 부정적 감정에 사로잡히지 않고 나름 사람들 속에서 살아갈 수 있었다.
나는 지금 사이버대학교에서 상담심리를 전공하고 있다. 이번 학기가 마지막이고 4년 동안의 배운 결실을 마무리하기 위해 청소년상담사 3급 시험에 도전했다. 늦은 나이에 공부는 참으로 힘이 들었다. 원래 공부를 잘했던 것도 아니었고, 신체가 아주 튼튼한 것도 아니었기에 위장장애와 편두통에 시달려야 했다. 도서관에 장 시간 앉아 있으려면 무엇보다 체력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을 절실히 깨닫게 되었다. 2달 정도 도서관에 8시간을 움직이지 않고 앉아 있으려니 심장에 무리가 된 듯했다. 집에서 도서관으로 걸어가는 그 길이 한 발작 발걸음을 내딛기에 숨이 차올랐다. 이번에는 마음보다는 건강한 신체가 나에게 절실했다.
평소 인문 책방에 다녔던 나는 책방지기님과 책방에서 인연을 맺었던 몇몇 선생님들이 영남알프스로 등산을 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튼튼한 몸이 절실했던 나는 다시 산을 오르게 되었다.
첫날 문복산과 고헌산을 올랐다. 2개의 산봉우리를 오르는 여정이었다. 문복산 해발 1014.7m, 고헌산 해발 1034m 총 2,048.7m를 올라야 했다. 호기롭게 시작했던 나는 첫 봉우리부터 삐거덕거렸다. 5분 정도를 걸어 올라갔나. 갑자기 배가 아파오면서 몸에 순환이 되지 않았다. 얼굴은 백지장처럼 하얘졌고 머리는 핑 돌았다. 그 자리에서 주저앉았다. 같이 갔던 선생님이 안 되겠다며 내려가자고 말했을 때 정말 내려가고 싶었지만 이대로 내려가면 평생 후회할 것 같았다. 같이 간 선생님들의 배려로 아주 천천히 휴식을 취하며 첫 봉우리를 오를 수 있었다. 거기서 우리는 야생 염소 무리를 만날 수 있었다. 풍성한 검은 털과 날렵하고 무직한 염소 뿔로 바람을 가로지르며 우리 눈앞을 뛰어 반대편 숲으로 돌격했다. 그 모습이 무섭기도 했고 웅장하기도 했다. 등산객을 많이 만나서 그런지 염소들은 사람을 피하지 않았고 무서워하는 눈치도 아니었다. 실제 처음 보는 야생 염소. 산은 야생을 머금고 있었다.
두 번째 봉우리는 정신력이었다. 그냥 차에서 쉬어라는 말에도 불구하고 나는 괜찮다며 이제 좋아졌다며 산을 올랐다. 다행히 두 번째 올랐던 고헌산은 산이 문복산보다 험하지 않아서 그래도 힘들지 않게 올라갈 수 있었다. 아마 내 몸도 내 호흡도 산에 적응이 된 듯했다.
아침 9시부터 시작된 산행은 저녁 6시가 되어 끝이 났다. 무거운 다리를 절뚝거리며 무사히 하산. 어느새 컴컴해진 산을 뒤로하고 우리는 근처에 맛집으로 소문난 돼지국밥집에 들렀다. 시장 입구에 있는 식당이었다. 옛날 장터에서 먹는 느낌이랄까. 오픈되어있는 식당 의자에 앉아 뜨근한 국밥을 말아먹고, 시원한 맥주 한잔을 마셨다. 그렇게 맛있을 수 없었다. 아마 중간에 포기했다면 맛보지 못했을 맛이 아니었을까...
며칠 뒤, 운문산도 올랐다. 거짓말 같은 하늘과 정상에서 맛보는 김밥 그리고 산에서 느낄 수 있는 따스한 햇살과 동시에 차가운 바람이 나를 기분 좋게 했다. 확실히 몸이 튼튼해졌다. 도서관에 가는 길이 힘들지 않았고 오랫동안 앉아 있을수 있었다. 몸이 튼튼해지니 마음도 덩달아 튼튼해진 기분... 열심히 공부했다.
얼마 전 청상 시험을 쳤다. 가답안을 채점한 결과 합격이었다. 뿌듯함이 올라왔다. 이제 졸업시험과 학과 마지막 중간고사, 기말고사가 남았다. 그리고 대학원 면접시험이 남았지만 잘 해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산은 나에게 이렇게 힘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