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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성 Jul 30. 2021

엄마

엄마가 집을 떠난 날

1989년 어느 오후

엄마와 나 단 둘이만 집에 있었다. 좁은 마루에 서서 거울을 보시며 어디론가 나갈 준비를 하시는 엄마를 보면서 어린 나는 이상한 기류를 느꼈다. 이대로 엄마가 집을 나가시면 영영 보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 당시 초등학교 2학년이었던 나는 너무나도 마음이 쪼그라든 상태였다. 치맛자락을 붙잡고 "엄마 가지 마!"라고 목구멍까지 소리치고 싶었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다. 오히려 생뚱맞게 내가 엄마에게 마지막으로 했던 말은 "엄마 나 친구 집에 놀러 갔다 올게"였다.  그리곤 정말 친구랑 놀았다.

나는 왜 그랬을까? 지금까지도 나를 따라다니는 의문이다. 그리고 엄마를 잡지 못했다는 질책을 지금까지도 나에게 던지고 있다. 바보 같고 한심하다. '엄마 가지 마'하며 때를 쓰고 무슨 일이 있어도 붙잡던지 따라가던지 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나를 따라다닌다.

엄마는 정말로 가출을 하셨다. 아버지의 폭력과 폭언을 피해서... 그날 이후 내 삶은 완전히 틀어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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