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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성 Aug 30. 2021

'나'라는 사람은...

꿈을 꾸었다.

오늘 새벽 비몽사몽으로 잠에서 깨어 휴대폰 노트에 간밤에 꾼 꿈을 입력했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선명했던 꿈의 내용이 흐릿해지면서 나중에는 내가 무슨 꿈을 꾸었는지 꿈꾼 기억은 있는데 꿈꾼 내용은 없어지기 때문에... 기억이 증발해 버리기 전에 나는 빠른 손놀림으로 저장해 나갔다.


나는 반복적, 주기적으로 같은 꿈을 꾼다. '누군가 나를 뒤쫓아 온다. 나는 불안하고 두려운 감정에 휘감겨 나를 쫓아오는 그것에서 벗어나기 위해  문을 찾는다. 좁은 틈에 있는 문을 열면 아주 작은 동그란 구멍이 있는 어떤 통이 있는데 나는 내 몸을 다리부터 그 구멍에 쑤셔 넣는다.  그러면 이내,  내 몸 전체가 그 작은 구멍을 쑥 하고 통과한다.  내 눈앞에는 새로운 세계가 펼쳐지고 나는 안정감을 느끼며   가벼운 마음으로 하늘을 나르는  꿈이다.


하지만 오늘 꿈은 양상이 달랐다.  나는 똑같이 두려움을 피해 문을 열었고,  구멍에 몸을 넣었다. 하지만 내 몸은 그 구멍을 통과하지 않았고 나는 오물을 뒤집어쓴 것처럼 고약한 냄새가 진동했다. 다행히 옆에 작은 창문이 있어 그 문을 통과했는데 새로운 세계는 펼쳐지지 않았고 창문을 나오기 전에 느꼈던 두려움과 그 전 세계가 연장선상에 있는 느낌이었다. 내 몸에서는 악취가 풍겼고 내 주위로 많은 사람들이 둘러싸고 있었다. 나는 그대로 사람들에게 벌거벗겨져 노출된 기분이 들었다. 피하고 싶은데 피할 수가 없었다. 그 상태에서 꿈에서 깨어났다.


이 꿈은 나에게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나는 세상 밖이 아닌 세상 속에서 살아가기 위해, 타인의 시선에서 느끼는 공포와 불안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무던히 노력해 왔다.  때론 길을 잃고 방황하기도 했고, 수없이 무너지고 일어서기를 반복하면서 지금까지 버텨왔다. 이런 시간들이 있었기 때문에 나는 조금이라도 편안하게 숨을 쉴 수 있었다.


계속 노력하는 과정 속에서 어떤 사람을 만났다. 그 사람은 나에게 말했다. "노력만 한다고 해서 사람들 속에서 자연스러워지는 게 아니다. 나에게 한정된 좁은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하기 때문에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내가 규정지었던 그 틀에서 뛰어넘어야 진정한 성장이 올 것이며, 노력이나 억지스러움이 아닌 그냥 나로서 자연스럽게 존재할 수 있다."라는 말이었다.


나는 망치로 뒤통수를 세게 맞은 느낌이었다. 갑자기 슬픔이 밀려왔고, 내가 불쌍하게 느껴졌다.  모든 걸 노력만 하면 될 줄 알았는데... 모든 게 낯설어졌고 모든 사람은 행복해 보이는데 나는 그 속에서 행복할 수 없는 이방인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나는 아무리 해도 안되는구나. 다시 방향을 잃고 어쩔 줄 모르는 아이가 되어 있었다.


그 사람 말이 맞았다. 나는 세상 속에서 '나'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이 원하는 나로 존재해 왔다. 상대방이 원하는 대답이 무엇이지? 원하는 행동이 무엇이지? 원하는 생각이 무엇이지? 모든 걸 타인의 관점에서 행하고 말하려고 했다.  

나는 그렇게 노력하면 될 줄 알았다. 항상 불안했지만 말이다.


꿈이 나에게 말하려고 하는 것 같다. 이제  환상의 세계가 아닌 진짜 세계에서  너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존재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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