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주저앉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
서른 중반이 되면 인생에 대해 더 많이 알고 그만큼 해답을 잘 찾을 수 있다고 기대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아이러니하게도 삶은 내가 조금 더 많이 알게 되었을 때, 안만큼, 경험한 만큼 두려움과 책임감에 대한 걱정이 더 커져서 더 쉽게 결정하는데 더 어려워진다.
결혼을 얘기할 때, 결혼은 아직 잘 모를 때 하는 거지 나이가 서른 중반이 넘고 마흔이 다되어가면 그때는 내 인생에 안정감이 와도 사람 한 명 한 명을 만나고 충분히 시간을 갖고 알아가는 데에 있어서 더 어렵고 무서움이 다가올 것이다. 그리고, 그만큼 기대와 만족도도 같이 상승했기 때문에 내가 손해 보고 희생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걸 쉽게 막기 어려워진다.
새로운 커리어를 시작하고 싶을 때, 내가 20대 중반이라면 새로운 공부를 하고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을 텐데 라는 말을 한다면 당신은 이제 마흔을 바라보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의 상황이 꾀나 불안한 상황일 것이다. 내 인생이 계획대로 되지 않고, 도전하고 있다고 생각한 것이 이제는 무모하지 않나 라는 생각을 하고 있을 수 있다.
혹시 이런 자신의 모습을 스스로 돌아볼 때 단 한 가지의 물음표를 던져보았으면 한다.
'나한테 혹시 트라우마가 있나?'
성장 과정에서 어떠한 트라우마를 겪은 사람들은 성인이 되고 나서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1. 세상과 관계를 맺는 데에 어려움이 있다
- 나 자신을 지키고, 내가 뭘 좋아하고 뭘 싫어하는지 분명하게 의사전달을 하는데에 어려움을 느껴서 결국 남의 눈치를 보며 내가 하기 싫은 것도 하고 있는 나 자신을 뒤늦게 후회한다
2. 나 자신을 사랑해 주는 방법을 모른다
- 내가 가진 능력이 뭔지, 내 장점이 뭔지에 대한 확신을 못하고 그저 능력이 없다고만 생각한다
3. 감정조절에 대한 어려움
- 문득 갑자기 화가 나고, 어려운 상황에서 구석으로 몰리는 기분이 든다
4. 친밀감 형성 어려움
- 누군가와 만나고 헤어지는 것에 대한 어려움이 크다. 이것은 본인이 내적 친밀감을 쌓았다가 그 관계를 잃게 되었을 때 오는 상실감을 감당할 자신이 없어서 의식적으로 상대방과의 거리감을 만든다. 누군가는 친해지자고 다가오지만, 그걸 받아들이지 못한 채 뒷걸음질 친다.
이 사람들은 이러한 단점들을 본인이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친구들이나 자신의 동반자에게 의지하고 부탁하는 게 더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꾸준히 연습해야 한다. 이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굳이 자세히 설명하지 않아도 이해해 주는 부모나, 형제자매한테 더 의존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렇게 되면 본인의 동반자에게 또 다른 공허함과 외로움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스스로 끊임없이 연습하고, 해결해야 할 평생의 숙제이다.
인생이라는 건 길고 짧은지는 대봐야 아는 거고, 좋은 결과일지 아닌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아는 것이다. 그러니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대해 너무 크게 불안해하지 말았으면 한다. 불안함을 보이는 건 상대방에게 아주 쉽게 관계 주도권을 내어주는 어리석은 짓과 같다. 만약 살면서 불안함을 보여야 한다면, 그 사람은 당신의 동반자이다. 그 동반자가 아직은 조금 어려워도 혹시 나보다 어려서 이해해주지 못하면 어떻게 하지? 싶더라도 끊임없이 본인의 단점과 불안함과 결핍을 그냥 맘껏 표현해 보아라. 그러고 나서 그걸 이해해 주고 공감해 주면 당신의 동반자는 평생의 단짝친구가 되는 것이고, 그게 아니면 당신이 밝고 빛날 때만 좋아하는 이기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거리를 두면 된다. 그러니 '안될 것 같다, 이해 못 해줄 것 같다'라는 생각은 짚어치우고 부디 진지하게 자신의 내면의 속살을 다 까발리는 기회를 한 번만이라도 가져보길 바란다.
당신 옆에 있는 그 사람이 당신과 정 반대의 성향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래서 나와 조금 결이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면 그 사람은 앞으로 당신의 삶의 당신이 못 보는 것을 보게 해주는 아주 귀한 사람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