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3학년 체육시간이었다.
뒤구르기를 했다.
자꾸 옆으로 고꾸라졌다.
몇 번이고 시도해도 제대로 못하는 나를 보고
선생님이 맹꽁이 같다고 하셨다.
장난치는 말투가 아니라
싸늘한 말투의 비난이었다.
이것도 못하냐는 식의 말이었다.
나는 그날 그 말에 기분이 상했다.
운동 못한다고 비난을 받아본 게 처음이었다.
그날 일기에 이 일에 대해서 적었다.
매일 일기를 써 내는 게 숙제여서
선생님이 읽어보실 수도 있다는 걸 알지만 적었다.
오늘 체육시간에 뒤구르기를 하는데 내가 옆으로 자꾸 고꾸라지니 선생님께서
"이 맹꽁이 같은 녀석아"라고 말하셨다.
나는 선생님이 하신 그 말이 기분이 나빴다.
난 맹꽁이가 아닌데...
이런 내용을 적었던 것 같다.
그리고
일기장을 냈다.
하교 시간 전에 일기장을 다시 받았고
집에 돌아와서 여느 때처럼 일기장을 펼쳐보았다.
빨간 볼펜으로 답글이 적혀있었다.
한 번도 답글이 적혀있었던 적이 없어서
한눈에 그 글이 들어왔다.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선생님이 한 말 때문에 기분이 상했었구나. 그 말 때문에 기분이 나빴다면 미안하다.'라는 의미의 문장이 적혀있었다.
선생님의 사과글에 나는 마음이 조금 풀렸고
선생님을 조금은 용서했다.
하지만 그 후에 선생님께서 친절히 대해주셨어도
나 혼자 그 선생님과 서먹했다.
그리고 1학기가 끝나고 그 선생님은 전근을 가셨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학생이 적어놓은 말에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일기에 적은 것을 괘씸하게 생각하는 선생님이었다면
그런 답장을 써두시진 않으셨을 것 같다.
그래도 그 선생님은 자신이 무심코 한 말이
학생에게 작은 상처가 될 수도 있겠구나를
깨달으셨던 게 아닌가 싶다.
어른이 아이에게 사과를 한다는 것이
선생님이 학생에게 사과를 한다는 것이
그 당시에 그리 흔한 일은 아니었기에
더 인상 깊게 남았던 일이었다.
아이를 키우면서 많다면 많을
수많은 선생님들을 만나보면서
선생님의 진심 어린 사과라는 것이,
어른이 자신보다 어린 사람에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가를 깨닫게 된다.
그래서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에야
그 선생님의 사과에 감사의 마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