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동물은 사회적 관계 형성 속에서 생활한다.
요즘은 경제적, 사회적 고립으로 사회적 관계가 끊어진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다.
1인 가구가 겪는 고립감과 외로움이 고독사나 자살로 내몰리고 있다.
2023년도 자료에 의하면 OECD 국가 중 우리나라 자살률이 1위인데 계속 늘어나는 추세이다.
특히 10대들의 자살률 증가폭이 커지고 있다. 경제적인 풍요 속에서 왜 자살이 늘어만 갈까?
우울감, 대인관계 형성으로 인한 스트레스, 경제적인 문제나 질병 등이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요소가
외로움이나 고독감에서 비롯될 것이다.
2023년도 3월 서울어린이대공원에서는 얼룩말 '세로'의 탈출로 한바탕 난리가 난 적이 있다.
얼룩말이 주택가로 돌아다닌다는 뉴스가 여기저기 대문짝만 하게 보도됐다.
얼룩말이 탈출했다는 소식에 모두가 놀랐다.
그리고 한참 동안 얼룩말 탈출 뉴스에 집중했다.
부모를 다 잃고 혼자 남은 얼룩만이 외로움에 울타리를 넘었다는 말을 듣고 많은 시민들이 울컥했다.
내 자식이 혼자 남은 것처럼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며 위로했다.
그리고 빨리 가족이 생기기를 기도했다.
▲얼룩말 '세로' :아직도 외로움이 가득 보이는 '세로'의 모습
요즘은 내외적으로 어수선한 일들이 너무 일어나다 보니 머리도 식힐 겸 서울어린이대공원을 찾았다.
겨울의 냄새가 물씬 풍긴다. 나뭇잎들을 다 떨구고 빈 가지만 찬바람에 오들오들 떨고 있다.
공원을 한 바퀴 돌며 동물들이 잘 있나 기웃거려 본다.
동물들이 추워서 안으로 들어가고 별로 보이지 않는다. 작년에 가장 외로웠을 얼룩말 '세로'가 생각나 얼룩말 사육장으로 가본다. 탈출 후 '세로'가 세 살 연하의 '코코'라는 여자 친구를 맞이했었다. 그러나 '코코'도 얼마 못 가 갑자기 죽고 말았으니 어떻게 지내고 있을지 궁금했다.
'세로'는 그랜트 얼룩말이다. 이 말은 기제목 말 과인데 동아프리카 일대에서 서식한다.
시각과 후각이 매우 예민하여 적이 나타나면 뒷다리로 걷어찬다.
성격이 사납고 야생성이 강한 동물이다.
좁은 우리에 혼자 갇혀 지내다 보니 극한 상황까지 갔을 것이다.
동물원에 갇힌 동물들은 다 같은 사정이다.
그런데 그랜트 얼룩말 옆에 미니말이 함께 있었다. 미니말은 서울어린이대공원 다른 사육장에서 봤었다. 그래서 대공원 동물 사육하는 분께 여쭤봤더니 청주동물원에서 왔다고 한다. 코코가 죽고 난 후 적당한 식구 찾기가 어려워 얼룩말과 함께 살았던 경험이 있는 '향미'라는 미니말을 찾았다고 한다.
지금은 이 둘에게 친화교육을 시키는 중이라고 한다.
미니말은 키가 작은 100cm 내외이다.
그리고 그랜트 얼룩말과는 달리 온순하고 호기심도 많고 친구들과도 잘 어울린다고 한다.
외모적으로 서로가 너무나 다른 말이다.
▲외로운 동물원의 동물들 : 함께해도 서로를 외면하며 외로워 보인다
1년이 되어가는 '향미'와 세로'가 잘 지내기를 바라지만 아직도 어색하다.
만약의 사태 때문에 저녁에는 분리해 둔다고 한다.
'세로'는 언제나 그렇듯 20여 분을 꼼짝없이 서 있다.
언제나 벽을 쳐다보고 엉덩이를 뒤로하고 있다.
동물은 멈춰있는 것도 행동이라고 하지만 지루할 정도로 서 있다.
'세로'와 '향미'는 얼마 후 움직이는데 둘이 가깝게 다가가지도,
서로 눈도 마주치지 않고 멀리 떨어져 움직인다.
그래도 서로 싸우지 않고 있다니 다행스럽다.
▲얼룩말'세로'와 미니말 '향미 : '얼룩말'세로'와 미니말 '향미'는 동상이몽 중이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함께 어울린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낀다.
옆에서 지내고 있는 캥거루는 많은 식구들이 북적거린다. 그
래서 뛰어다니는 모습이 활기차다. 얼룩말 '세로'와 미니말 '향미'가 친한 친구가 되어
서로 외롭지 않기를 바란다.
그래서 함께 다정한 모습으로 돌아다니는 따뜻한 울타리 안이 되기를 바란다.
한 그룹의 아이들이 시끌벅적하게 지나간다.
"얼룩말의 무늬는 흰 바탕에 검정 무늬일까? 아니면 검정 바탕에 흰 무늬일까?"
누군가 질문에 "검정 바탕에 흰 무늬가 맞다"라고 답한다.
한글을 처음 배우는 아이도 얼룩말을 먼저 배우고, 영어를 처음 배우는 아이도 Zebra를 먼저 배운다.
우리 아이들의 가장 친근하고 가까운 친구인 '세로'가 행복했으면 한다.
낯선 곳에서 혼자 살아가야 하는 동물들의 생활이 늘어가면 결국에는 번식에 지장이 생길 것이다.
머잖아 우리가 얼룩말을 못 볼 수도 있다.
얼룩말 '세로'가 함께 지내는 '향미'와 서로 잘 지내기를 바란다.
외모가 조금 달라도 혼자보다는 둘이 살아가는 삶이면 덜 외로울 것이다.
오마이뉴스에도 같은 내용이 올라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