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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초향 Dec 11. 2024

누가 낙락장송을 슬프게 하는가

지구 온난화를 완화할 수 있는 강한 규제를 해주길 바라며

    

' 소나무'를  우리 국민이 가장 좋아하는 나무로 꼽는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조선시대부터 소나무 보호 정책에 세뇌당했는지 우리는 태어났을 때 대문에 달던 금줄의 솔가지부터 시작해 죽어 소나무 관에 들어갈 때까지 소나무를 곁에 두고 살았다. 소나무 10그루를 벌목하면 사형에 처했다고 한다. 그만큼 귀한 나무로 보호받으며 크고 굵게 자란 나무이다. 처음 씨앗이 난 후 옮겨 심어 1년을 자라게 한 후 또 한 번 2년생 묘목을 심어서 가꾸는 정성을 기울여 지금처럼 아름다운 소나무들이 많이 자라고 있다. 

    

내가 사는 아파트는 키가 큰 소나무가 많이 심어져 있다. 쭈쭈 빵빵한 커다란 소나무가 아파트 중심에 심어져 중앙공원이라 부르고 있다. 사람들은 쭉쭉 뻗은 소나무가 많아 아파트가 품위 있게 보여 집값에도 반영된다고 한다. 매월 많은 돈을 지불하여 조경관리 회사에 관리도 맡기고 있다. 나무마다 이름표를 달고 관리를 받고 있다. 전지도 때맞춰 잘하고, 겨울이면 볏짚 멀칭을 해 관리도 잘하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수간주사도 맞고, 재선충 방지도 했다고 알림표도 달고 있어 걱정을 잠시 접어보기도 한다.

그렇지만 애석하게도 소나무가 있는 중앙공원의 지하는 주차장이다. 최악의 조건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소나무는 햇볕조차 받을 수 없는 아파트 속 그늘진 곳에서 살고 있다. 건강한 뿌리가 수직으로 깊게 뻗어 내리고, 수평으로 뻗어 영역을 넓히며 살아가야 하는 식물인데 전혀 그러지 못한 조건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주차장의 토심은 보통 1.2m 기준이다. 교목을 심는 곳은 마운팅을 해서 3m 까지도 하지만 계속 자라는 나무에는 금방 한계가 올 수밖에 없다. 소나무는 다른 식물에 비해 건조하거나 지력이 낮은 곳에서도 견디는 힘이 강하다. 그래서 처음에는 잘 살아가고 있는 듯해 보인다. 그러나 점점 자라나면서 꽉 막힌 콘크리트 바닥에 막혀 더 이상 뿌리 뻗음이 불가능해지고 광합성이 불가능하다 보니 조금씩 빈약해질 것은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는 일이다. 아무리 인간이 외부 관리를 잘해준다고 해도 뿌리 뻗음이 안되고, 햇볕이 없는 곳에 심어져 있는 소나무가 행복할 수는 없을 것이다.    

  

11월 27일 117년 만의 최대의 첫눈으로 내린 폭설에 유난히 소나무의 피해가 돋보인다. 그렇게 자랑스럽던 아파트의 소나무가 다들 가지가 부러져 비참하게 늘어져 있다. 침엽수림들의 어쩔 수 없는 운명이기도 하겠지만 앞으로 이상 기후 현상이 어떤 식으로 다가올지 모른다. 아파트 안의 소나무뿐만이 아니다. 공원이나 산에 있는 소나무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커다란 느티나무나 은행나무들은 잎을 완전히 떨구어 폭설에 피해는 많이 받지 않았다.    

 

침엽수림 특히 소나무는 연평균 10도~12도 이상이면 성장이 둔화된다. 그리고 낙엽수들이 늘어가 머잖아 낙엽수들에게 다 자리를 뺏길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연평균기온이 10~14도로 올라가면서 낙엽수들의 생장이 촉진되고 있다.   

   

우리 조상들은 ‘落落長松’이라고 하여 가지가 늘어진 오래된 소나무를 좋아했다. 강인함, 지조와 절개가 굳은 사람의 표상으로 여겼다. 강풍과 폭우에도 꿋꿋하게 삼아 남는 모습을 보며 어려운 삶을 이겨내는 좌표로 삼았다  추운 겨울에도 푸르름을 잃지 않아 굳건히 서있는 모습을 보고 강인한 생명력과 고결함을 상징으로 삼았다.   

  

우리는 현재 보기 좋고 편한 것만을 원한다. 지구상에 이상 기후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이삼십 년 후에 어떠한 현상이 일어날지 뻔히 알면서도 애써 외면한다. 그렇지만 우리들은 눈에 바로 보이는 것은 빠르게 잘하지만 끓은 물속의 개구리처럼 점점 다가오는 지구온난화에 대해서는 무감각하다  

   

다들 심각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다들 동참하고 싶어 한다. 그렇지만 나 혼자서 실천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하는 의무는 정부에 있다고 생각한다. 심각하다고만 말할 것이 아니라 실천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 주면 우리 국민들은 잘 따라올 수 있는 저력을 가지고 있다. 흩어지기도 잘하지만 뭉치기도 잘하는 민족이다.    

  

요즘 음식을 배달시키면 1회 용품이 내용물보다 더 많이 따라온다. 5만 원짜리만 시켜도 한가득 버릴 것이 나온다. 수거하는 비용보다 1회 용품 사용 비용이 적게 드니 당연히 그렇게 할 것이다. 장례식장 등에 가봐도 어마어마한 재활용 용기들이 내버려진다. 일회용품은 사용 안 하면 누가 설거지를 하냐고 항변하지만 설거지할 수 있는 세척기를 마련하든지 인력을 쓰면 될 일이다. 그럼 일자리 창출도 되고 좋을듯한데 하지 않는 것은 정부에서 제대로 된 통제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상 기온 현상은 세계적인 문제다. 우리나라만 잘 한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그래도 개개인도 실천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정부도 일괄성 있는 제도적인 뒷받침이 있으면 좋겠다. 더 이상 지하주차장 위에 심어진 낙락장송이 폭설에 비참하게 꺾여 죽어가는 모습이 보고 싶지 않다. 소나무가 우리나라 아파트 주차장 위에 심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엉뚱한 곳에 심어져 있는 소나무를 바라보며  아파트 가격을 논하고, 아름다움을 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국민 한 명 한 명의 노력과 정부의 끊임없는 지원과 제도적인 실천이 아쉽다

 

오마이뉴스에도 같은 내용이 기재되었습니다

https://omn.kr/2beg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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