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시선은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배려를 가장 잘하는 식물 - 담쟁이

by 배초향


요즘 담장에는 담쟁이덩굴들이 거의 잎사귀를 떨구고 잎자루만 매달고 붙어있는 걸 많이 볼 수 있다. 담쟁이가 덮고 있는 건물은 숲 속 동화 속의 집처럼 포장되어 어쩐지 저 안에 특별한 사람들이 살지 않을까 생각된다. 일반적인 식물들은 싹이 트였던 자리에서 꼼짝도 못 하고 위로만 성장한다. 그러나 덩굴식물은 자기 맘대로 이리저리 움직이며 가고 싶은 곳으로 뻗어갈 수 있으니 고착 식물이지만 자유롭게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대개 땅 위를 기거나 다른 물체를 감고 올라가며 살아야 하니 염치없는 식물임은 틀림없다.


담쟁이덩굴을 보면서 우리 인간사를 생각해 본다. 어찌 보면 염치없는 식물이 될 수도 있고, 어떻게 보면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식물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절망의 벽과 마주할 때, 누군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한탄할 때 묵묵히 벽을 오르는 담쟁이라고 도종환시인은 담쟁이를 표현한다. 사물을 어떤 시선으로 보느냐에 따라 그렇게 달리 보인 것이다.


오헨리의 『마지막 잎새』는 가을철이 되면 한 번쯤은 기억을 소환하는 소설이다. 담쟁이덩굴에 마지막 잎새 하나가 그대로 붙어 있는 것을 보고 다시 삶의 의욕을 갖게 되는 가난한 화가 지망생인 존 시 이야기이다. ‘그 마지막 잎새는 불우한 이웃의 늙은 화가가 밤을 새워 담벼락에 그려 넣은 진짜 이 세상의 마지막 잎새’ 임을 알려주는 내용으로 쓸쓸해질 것 같은 가을, 담쟁이 잎 하나는 더욱 강한 희망을 선사한다.


가을에 낙엽이 되어도 떨켜의 발달이 늦은 잎자루는 바로 떨어지지 않고 겨울에 들어서야 떨어진다. 황록색 작은 꽃은 잎에 가려 잘 보이지 않지만 취산꽃차례로 많이 달리게 된다. 꽃이 진 후 파랗게 달린 콩알만 한 열매는 가을이 되면 잘 익어 까만 열매로 변하게 되는데 잎이 떨어진 뒤에도 겨우내 남아 새들의 먹이가 된다.



담쟁이덩굴과 비슷한 미국담쟁이덩굴은 잎이 5개의 소엽으로 되어있고, 산이나 들에까지 번져 숲 바닥을 덮기도 하고, 나무 기둥을 타고 끝까지 올라가기도 한다. 요즘은 담쟁이덩굴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미국담쟁이덩굴이 번식되고 있는 걸 볼 수 있다. 계절의 변화를 담쟁이덩굴로 느끼며 담쟁이의 삶을 쳐다보며 우리들의 삶을 다시금 돌아보게 된다. 담쟁이처럼 남을 배려하는 맘을 더 배울 수 있는 가을이 되길 바라본다. 내가 어디에 시선을 두고 바라보냐에 따라 삶의 많은 부분이 달라지지 않을까 한다.



미국담쟁이덩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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