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두 타는 무당

도당굿 구경하기

by 배초향

이렇게 긴 연휴는 없을 거라고 한다.

개천절 휴일을 합쳐 추석까지 7일간 내리 쉰다. 그리고 하루 출근하고 또 이틀을 쉰다. 월급 받는 사람들이야 좋지만 사업주 입장에서는 난감ㅎ속 터질 일이 아닐 수 없을 거다. 서울의 하늘은 긴 연휴를 가을비로 촉촉이 적셔 줄 모양이다. 지금은 추수해야 할 시기라서 청명한 가을 하늘을 바라지만 심술궂은 비는 그칠 생각이 없나 보다.

다들 힘들다고 하지만 인천공항은 미어터진다고 한다. 돈 있는 계층은 해외로 나가고, 가진 것 없는 사람들만 대한민국에 남아 복작거리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명절이 되면 다들 시골에 내려갔다. 촌놈들은 다들 시골 내려가고, 잘난 놈만 서울에 남는다고 했는데 인제 상황이 바뀌었다. 시대의 흐름 따라 가만히 있는 나는 신분이 왔다 갔다 한다.


10월 3일은 개천절이지만 그냥 휴일 첫날이다.

추적거리는 비를 맞아가며 남한산성 남문까지 올랐다. 이른 가을맞이 하는 낙엽은 벌써 산을 물들여가고 있다. 슬픈 역사를 간직한 산성은 무심한 듯 계절을 맞이하고 있다. 이곳에 오면 무능한 정치인들 때문에 착잡해진다. 예나 지금이나 허구한 날 당파싸움만 하고 있으니...




내려와서 성남문화원에서 주체하는 '단군제 도당굿'하는 곳에 갔다. 마침 그곳에서 열두 작두 타는 행사를 한다고 했다. 말로만 듣던 작두 타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다고 해서 흥미가 생겼다. 도당굿은 경기도에서 내려오던 마을굿이라고 한다. 도당은 마을의 신이 거처하는 곳을 말한다. 하얀 한복 입은 분들이 다 무당인 것 같았다. 무대에 오르는 일반 연예인들과 다를 바 없었다. 진한 화장에 긴 눈썹을 붙여 거부감은 있었지만 그리 무섭지는 않았다. 많지 않은 사람들이 간혹 내리는 비를 피해 천막 안에서 관람했다. 한쪽에는 서슬 퍼런 작두가 설치되어 있었다.

나는 성당 다니고 있다. 당연히 유일신을 믿는다. 이걸 그냥 하나의 민속신앙이라는 관점에서 관람했다. 한량무, 산 거리, 불사거리, 상산거리등을 볼 수 있었다. 다들 노래도 잘하고 춤도 잘 췄다.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신을 모시는 굿거리들이라 생각됐다. 어쩐지 알 수 없는 슬픔이 얼굴에 서려 있는 듯해서 측은하게 느껴졌다. 요즘 세대에서 가장 천한 직업으로 인식되고 있는 무당이다. 무당이라는 사실을 숨기고 있다 말을 하는 연예인들이 있는 것을 보면 자랑스럽게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다. 벗어나려고 아무리 애써도 신이 들면 아파서 결국에는 받아들여 무당이 됐다는 연예인들을 자주 보게 된다.


무당 옆에서 북 치고 장구 치는 사람들은 모두 흰옷을 입었지만 노래하는 무당은 오방색의 띠를 두르고 있었다. 음양오행 사상에 뿌리를 둔 오방색은 청색, 백색, 적색, 흑색, 황색으로 한국 전통 색상으로 모여있으면 가장 아름다운 색이다. 하필 무당들이 굿을 할 때 사용하다 보니 오방색을 보면 섬뜩한 느낌도 난다. 내 느낌일지도 모른다. 설치된 작두에는 오방색의 천들이 드리워져 있었다.

긴 깃발 위에 오방장군 송옥순이라고 쓰여있었다. 드라마에서 봤던 칼날 위에 올라가는 작은 작두가 아닌 커다란 칼날이 번쩍거렸다. 제법 긴 (1.5m쯤) 둥근 작두가 설치되고, 다시 평편한 작두, 다시 둥근 작두가 설치되어 있었다. 그다음 열두 계단으로 이어지는 작두가 놓여있었다


그 윗부분까지 올라갔다 내려오는 굿이었다.

작두 타기가 시작하기 전 호기심 많은 나는 가깝게 가서 살펴봤다. 칼날이 갈려 반짝거렸다. 세상에는 신기한 것이 많다. 사람이 저 위를 걸어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 같았다. 천을 가져다 칼날 위에 올리자 바로 절단되는 칼날이었다. 작두를 탈 수 있는 무당은 작두신령이나 장군님을 모신다고 한다. 시작하기 전 돈을 내라고 하고, 떡도 팔고, 작두 위에 올라가기 전 매고 있던 오방 끈에 돈이 또 달린다. 액운을 다 몰아내고 소원을 다 들어두게끔 해준다고 했다. 만원, 오만 원이 주렁주렁 매달렸다.

오방장군기를 들어 춤을 추고 사람들에게 오방장군기를 뽑게 한다. 빨간색은 장군님을 상징하는 색이라고 한다. tv프로 중 강호동 점집이 있는데 이수근이 그곳에서 점보러 온 사람들에게 깃발을 뽑게 한 후 앞날을 점치던데 바로 이것이었나 싶었다.

작두는 작두신령과 장군님을 상징하는 도구이며 신령과 교신하는 매개체라고 했다. 얼굴 표정도 밝고, 노래도 신나게 부른다. 접신을 하는 그런 의식은 없었다. 그냥 아리랑을 구성지게 부르며 작두 위를 걸어가는 모습이 사람은 아닌 듯했다. 작두 탄다는 것은 맨발로 작두날을 눌러 부정한 액을 누르고, 좋지 못한 해로운 기운을 눌러 억제한다고 한다. 정말 그들의 신이 있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12 계단은 12개월을 상징한다고 한다. 그 계단을 신명 나게 노래하며 올라갔다 내려오는 모습은 아무리 의심하며 살펴봐도 트릭은 없는 듯했다. 12계단 위에 올려진 빨간 것이 주머니인가 보다. 무당이 등에 매고 올라갔다 내려와서 그것을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돈을 받았다. 작두 위를 거쳐와서 무병장수한건지.



다른 부분은 다들 과학적 검증을 해보던데 이런 것은 아직 검증하는 걸 못 본 것 같다. 육안으로는 칼날이 무딘 것이 절대 아니었다. 아무리 칼날이나 발바닥에 코딩을 했다 하더라고 20여 분 넘게 칼날을 거닌다는 것은 불가사의한 듯하다. 신적인 부분이라서 감히 건들기가 어려운 건가. 아니면 민속신앙으로 간주하여 보전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그래도 궁금하다. 어떻게 걸을 수 있는지.



#작두타는무당 #오방장군송옥순 #도당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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