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이른 봄 ‘DMZ자생식물원’을 간 적이 있다. 생태보전에 애쓰고 있는 ‘산과 자연의 친구 우이령사람들’이란 단체에서 함께 갔던 곳이다. 회원들이 생태보전을 위하여 정말 애쓰고 계신다. 국립수목원이 DMZ 및 북방계 식물자원을 탐색하고 수집하여, 보전 활용을 위해 조성되고 있을 무렵이다. 다들 알고 있듯이 DMZ는 한반도를 동서로 잇는 국토생태 네트워크의 핵심벨트로 분단 이후 지금까지 민간인의 접근이 통제되고 있는 곳이다.
그렇기에 독특한 자연생태계가 잘 보전되어 있는 곳이다. 독특한 식물들이 많아 기억에 많이 남아 있는 곳이다. 둘레길을 돌며 쉽게 보기 힘든 많은 꽃들을 볼 수 있었던 건 이곳의 기온이 다른 곳과 다른 이유이다. 일교차가 심하고 북쪽지역 기온과 가장 유사한 곳이다. 지금도 기억에 남는 것이 인삼밭이 많이 있었다. 길섶에 산부추가 줄지어 있었고, 은쑥이 밭에 널려 있었고, 싱아도 봤던 기억이 난다.
펀치볼이 한눈에 보인다는 을지전망대를 올라가 망원경으로 금강산도 둘러보고 철책선도 볼 수 있었다. 군인 아저씨가 나와서 설명해 주던 모습이 오래도록 남았다. 그리고 그곳에서 바라본 펀치볼. 다들 펀치볼은 알고 있을 것이다 ‘펀치(PUNCH)를 담는 그릇(BOW) 같다고 해서 미국의 한 기자가 그렇게 불러 이름이 지금까지 그렇게 불러지고 있는 곳이다. 주변보다 푹 꺼진 분지이다.
2016년에 카페에 올려놨던 사진을 퍼옴
그렇게 펀치볼에 갔다 왔던 생각이 근래에 다시 난 이유가 있다. 얼마 전 어떤 공부방 하나가 생겼다. 공부가 끝나고 나오는데 어떤 분이 자기가 선물을 주고 싶다 하셨다. 내차에 가면 가득 들어있는데 괜찮다고 생각하는 분들은 내 차로 오라고 하신다. ‘펀치볼 무’라고 하셨다. 펀치볼 시래기가 유명한 것은 익히 알고 있으니 ‘무’라고 하고, 그리고 선물이라고 하니 다들 몰려갔다.
빈손으로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갔는데 무를 꺼내셨다. 트렁크에 몇 개 있는 줄 알고 하나씩만 건너 받을 요량이었다. 집에 가서 무청 만들어 먹으면 기가 막히다고 하셨다. 담아갈 적당한 비닐도 없어 안 가져간다는 사람도 있었다. 그런데 펀치볼 무라서 맛있다고 더 가져가라고 하신다. 그러고 보니 차에 몇 포대가 더 실어있었다. 어느 분이 가서 비닐을 여럿 얻어오셨다. 그래서 다들 손에 들만큼 가득 들고 왔다. 그리 친한 사이도 아닌데도 불구하고 차에 가득 무를 싣고 와서 나눠주는 착한 분이었다.
양구에 사시는데 밭에 무가 그대로 남아 있어 아깝게 생각돼 궁리하다가 얼굴 보는 사람들 나눠주려고 싣고 다니신다고 하셨다. 두리 뭉실하게 생긴 무를 비닐주머니에 가득 담아 낑낑거리며 지하철을 타고 집까지 가져왔다. 10개도 넘었다. 저녁 내내 깍두기도 담고 무청도 만들었다. 일을 보면 밤새도록 하는 습성이 있어서 다음날 종일 헤맸던 펀치볼 무다.
항상 시래기는 양구 펀치볼 시래기를 사용하고 있었는데 시래기를 잘라내고 남은 무라서 그런지 아삭한 맛은 덜했다. 그래도 그분의 정성으로 한참 동안 깍두기를 먹고, 무청도 만들어 겨우내 먹고 있다. 무청은 무를 잘라 꿀에 담가두면 무즙이 나와 기관지와 기침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이번 명절에는 시래기나물을 만들며 유독 그 펀치볼이 떠오른다. 추억을 가득 안고 있는 귀한 시래기로 비타민 c도 보충하고 된장국을 끓여 먹으면 빈약한 식탁이 그런대로 풍성해진다. 이번 명절은 나물을 넉넉히 하여 사무실에도 가져와서 조금씩 나눠줬다. 이번에는 처음으로 ‘궁채나물’을 만들었다. 근래에 한식집에 가면 자주 나오던 궁채를 인터넷에서 몽땅 구입했다. 맛있다는 생각에 많이 구입해서 나물을 만들었는데 만들기고 어렵지 않고, 오독오독 씹히는 식감이 너무 맘에 들었다. 다들 뭐냐고 하고 맛있다고들 해줘서 성공적인 데뷔작이었다.
- 궁채나물-
김장철 가락시장에 가끔 둘러보면 시래기가 있을 때가 있다. 우리 집이 가락시장 옆에 있어 가끔 놀러 다니기도 한다. 시장에 놀러 다닌다는 것은 조금 생뚱맞지만 그런대로 재미있을 때가 있다. 구입한 시래기를 깨끗이 씻은 후 살짝 데쳐서 옷걸이에 걸쳐 빨래처럼 걸어두면 아주 잘 마른다. 베란다 응달진 곳에 두면 겨우내 먹는 데는 아주 편리하다. 아님 마르면 물을 조금 넣어 냉동실에 넣어두면고 먹어도 된다. 시래기 준비가 안 된 해에는 펀치볼시래기를 한 박스 사서 쟁여두고 먹는다.
오늘은 무청으로 만드는 시래기를 사용하여 맛있는 시래기나물을 만들어 본다.
시래기 삶는 방법
1. 마른 시래기를 미지근한 물에 20~30분 정도 불린다.
2. 시래기에 물에 스며들었으면 설탕이나 소다를 조금
넣어 20분 정도 삶는다.
삶은 시간은 무 잎줄기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손으로 만져봐서 약간 부른 듯 부드러우면 삶아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