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배초향 Feb 12. 2023

모녀 3대

사람은 쉽게 변하는 건 아니나 보다

구태여 꼭 그렇게 살아가야 하는지 의문이

들 때도 있어 뭔지 좀 바꿔 보려고 하지만

결국에는 그 자리에 또 서 있다.


남들은 나에게 부지런히 산다고 말하지만

난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생각하며 살았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냥 하루하루를 생각 없이 살아왔을까?

그건 아닌것 같다.

내가 아무리 생각해도 그냥 그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며

살았다는 것이 맞을 것 같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친구가 그런다

‘너네 성씨 다른 3대는 똑같다’고 한다.

나와 딸, 외손주를 말한 것이다.

얼굴도 3명이 똑같다고들 한다.

그러면 우리 딸은 화낸다. 자기가 엄마보다 잘 생겼다고.

내가 봐도 성격도 비슷한 것 같다.

내가 싫어하는 내 성격을 딸도 닮은 듯하여 좋진 않다.

어릴 때 딸의 별명이 ‘차도녀’였다.

손주도 그런 것 같다. 태어날 때부터 그랬다

아기가 울지도 않았다. 얼마나 울지도 않았으면

조리원에서 이 애처럼 안 울고 순한 애는

처음이었다고 퇴원할 때 선물까지 챙겨줬다.

어릴 때 ‘3초 울음’이라고 불렀다

어쩌다 울 일이 있어도 ‘응애~응애~“하고 3초만 울고 그쳤기 때문이었다.



손주는 7개월부터 유아원에 보냈는데도

정말 말썽 한번 안 피워 내가 별명을 언니라고 지었다.

지금도 그런다. 어른이 속상할것 같은 일은 하는 법이 없다.

지금은 유치원에 다니는데 시키지도 않는데도

휴지 꺼내 방도 닦고, 식탁에 숟가락도 놓는다.

얼마 전에는 우리 집에 와서 잠을 잤는데

할머니 힘들다고 장갑 끼고 설거지하겠다고 덤빈다.

딸한테 사진 찍어 보냈더니

‘우리 공주한테 설거지를 시키면 어떡하냐’고 난리다

자기네 할아버지가 알면 난리가 나실 거라고.

내가 뭐 시킨 것도 아니고, 본인이 하겠다고 하는데

못하게 하는 것도 그렇고.



사위는 지방에 있어 주말 부부이다.

그래서 딸이 혼자 아이 유치원 보내며 직장 다니느라

늘 분주하다.

남편이 손주 유치원에 보내기 위해 가끔 아침에 간다.

시간이 안 맞으면 아침에도 가야하고 저녁에도 가야 한다.


이 낼부터 지방에서 3일동안 세미나가 있다고 해서

내가 가서 잠을 자고 유치원 보내고 거기서 살아야 한다.

내가 출근하기가 좀 번거로운게 아니다.

떼쓰지도 않고 어른같아 힘들지는 않지만

우리집이 아니라서 그래도 힘들긴하다.


친할머니도 안 계시고, 나는 형편이 안 되어

손을 빌려줄 사람도 없어서 안타깝지만

그래도 잘 버티며 살아간다.


손주가 생각해도 할아버지가 너무 고마웠나 보다

어제는 시윤이가 편지를 써 줬다고 가져왔다.

어떤 상황을 설명해 주면 항상 이해해 주고 받아들인다.

그래서 아이한테 항상 감사하다





얼마 전에는

자기 이름에 대해 꼬치꼬치 묻는다.

무슨 뜻인지, 누가 지었는지 등등을 묻더니

자기도 앞에 ‘김’이라고 바꿀 수 있냐고 묻는다.

외할아버지를 맨날 보고, 엄마랑 사니 그런 것 같다.

안 된다는 설명을 하니 한숨을 내쉰다.

자기 할아버지가 들으면 얼마나 서운해하시겠냐고

아이 교육을 다시 시키라고 했다.


살면서 보고 닮은 건지

유전자의 힘인지 모르겠지만

우리 집 식구들은 거의 같은 성격들이다.


그래서인지 우리 집 토리까지 닮았다.

토리가 처음으로 미용을 했을때

'고놈 성깔 한번 심하네요'

했던 아이였는데 어제 미용 후 데리러가서

수고하셨다고 말하니

'토리같은 애는 없어요. 얼마나 착한지'

그런다


우리 토리가 성깔있다는 말에 우리집

식구는 다들 좋아라했다

드디어 상남자가 우리집에 나타났다고.


식구가 뭐가 좀 다른 면이 있어야 발전을 할 건데

이거야 원~~~


그렇게 맨날 재미없이 무덤덤하게

하루하루 성실하게 살아간다.















작가의 이전글 겨울의 끄트머리에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