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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초향 Feb 16. 2023

힘내자~

미어캣을 보고

사람도 떠날 때는 딱딱 털고 일어서기가 쉽지 않은데

겨울도 그러나 보다. 한바탕 진눈깨비가 쏟아질 듯한 분위기이다.     

온 힘이 쭉 빠지고 기운이 땅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이 든다.

집에 누워있다면 영영 못 일어날지도 모를 것 같은 느낌이다.   

  




저녁 슈퍼에 급히 들어가다 문에 얼굴을 박았는데

터지지는 않았지만 충격이 제법이었나 보다.

멍이 들어 아직도 부어있으니 꼴이 말이 아니다.

컴컴한 밤에 처음 가는 곳을 갈 때는 좀 더 침착하게 갔어야 하는데

커다란 유리창을 보지 못하고 쑥 들어가다 부딪친 것이다.  

   

슈퍼 주인의 유리창에 대한 세심한 주의가 아쉬웠지만

‘그것도 못 보고 다녀요’라는 소리를 듣고 아무 말도 안 했다.

얼굴을 싸안고 있다 그냥 나왔다.

더 이상 말해봤자 가치가 없을 것 같아서였다.  

   

유리창에 부딪쳐 죽어가는 새들이 많아지고 있다 한다.

건물을 지을 때 조금이라도 그들을 배려해 조류 충돌방지 장치를 한다면 매년 800만 마리가 죽어간다는 조류를 구하지 않을까 싶다.

그들도 우리와 함께 살아갈 수 있을 건데 아쉽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조의를 표하는 방법밖에 없다.

사람의 작은 성의만 있다면 좀 더 그들의 생명도 허망하게 보내지 않을 것이다.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밖으로 나왔다

어린이 대공원의 동물원으로 향했다

다행히 가까운 곳에서 볼 수 있으니 다행이다.     

공원입구에서부터 소란스럽다

아래에서는 참새들이 짹짹거리고

머리 위로 나무껍질이 뚝 떨어진다.

이게 뭐야 하고 보니 까치들이 부산스럽게 움직이고 있다.

봄이 돌아온다는 신호이다.  

아직 연못은 깊은 겨울잠에 빠진듯하다.

난 맹수가 있는 곳은 잘 가지 않는다.

tv프로 중 동물이 나오는 프로는 다 골라가며 본다.

그 넓은 초원에서 뛰어다녀야 할 그들이 이곳에서 붙잡혀 있는 것을 보면

반갑다기보다는 너무 가엽다.



전에는 ‘돌고래 쑈’라는 프로를 공원에서 많이 했다

언젠가부터 돌고래를 학대한다고 해서 돌고래들을 바다로 다 돌려보냈다.

정말 잘한 일 같다.               

풀이 죽어 누워있는 그들을 보면 잔인한 사람들의 이기심이 보인다

어슬렁거리는 코끼리도 마찬가지이다.     

커다란 원숭이가 있다. 작은 원숭이들과 칸이 분리되어있는 것을 보니

어미는 아닌 것 같다. 더군다나 수컷이다

원숭이가 그렇게 크게 소리 지른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호랑이 포효하듯 소리 치른다.

그리고 정형현상인지 빙글빙글 돌고 있다.

    



난 이들을 지나 미어캣을 보러 간다.

어쩜 이리도 귀여운지.


이곳이 동물원을 찾는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곳이다.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보초를 서는 모습을 보고

미소를 안 짓는 사람은 단연코 없을 것이다.

요즘은 집에서도 애완용으로 키우는 집이 많다고는 하는데

아직 보지는 못했다.     

사막의 파수꾼이라 불리는 미어캣은 무리 지어 살면서

돌아가면서 보초를 서는 습성이 있다고 한다.

뒷다리는 짤막하고, 머리는 둥글넓적하고, 코는 제법 뾰족하게 보인다.

보초 서며 가슴과 배에 햇볕을 쬐며 일광욕을 제대로 하고 있다.     


6마리 새끼들이 어울려 놀고 있는 모습을 한참 동안 보다가

머나먼 이곳까지 와서 그래도 잘 살고 있으니 장하다고 박수를 쳐준다.     

미어캣을 보며 웃고 났더니 기운이 한결 나아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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