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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초향 Feb 09. 2023

겨울의 끄트머리에서

겨울눈

겨울눈     

지금 하늘이 칙칙한 건 미세먼지가 많아서이다

찬바람에도 미세먼지가 없어지지 않고 하늘을 덮고 있으니

마스크에 선글라스까지 착용해야 밖으로 나갈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고 마냥 실내에만 박혀 있을 수는 없으니

빈 시간을 이용해 공원산책을 나선다.




호젓한 산책길에는 많은 인근 주민들이 느릿한 걸음을 걷고 있다     

양쪽에 늘어진 나무들이 벌거숭이여서 한 번씩 기둥에  본다.

차가운 줄기의 기운이 전달된다.

고생한다고 한 번씩 쓰다듬어준다.     

줄기 끝에 달린 겨울눈을 보며

격려의 미소를 보내준다.

화답하듯 가지를 살짝 흔들어준다.    

 

어느 겨울 산이나 마찬가지겠지만

겨울 공원의 모습도 황량하기 그지없다.

여름에는 꽉 채워져 있던 공원 안이

지금은 여백이 있다. 빔의 미학이다.

채워지지 않는 공간들 뜸으로 공원 멀리까지

한눈에 다 보인다.

다 벗어두고

잠시 숨 고르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사람에게도 그리움이란

너무 가까워도, 너무 멀지도 않은 적당한 거리여야 한다.

적당한 간격이 그리움을 느끼게 하지 않을까 한다.     

우리가 코로나로 띄어 있어야 할 거리를 말할 때도

사회적 거리 즉, 1.2m~3.6m 정도의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서로를 방어할 수 있는 가장 편안한 거리라고 말한다.     


나무에게도 가지를 뻗어 닿을 둥 말 둥 한 거리

그게 나무의 간격이다. 그리움의 간격이 아닐까 한다.

바람과 햇볕을 나눠 쓸 수 있는 거리이다.

그래서 항상 나무들의

서로 시기하지도 질투하지도 않고 그리워하며

함께 어울려 살아가고 있다.    

 

화사한 노란 꽃망울을 보여줄 산수유 겨울눈이 땡땡한 돌덩이처럼

달려있다.

1~2cm 공안에 100개가 넘는 꽃이 옹기종기 모여

출발일을 기다리고 있다

동굴 동굴한 겨울눈은 꽃눈이고, 길쭉한 눈은 잎눈이다.     

봄에 쌍벽을 이루고 있는 목련도 빠지면 서운하다고 한다.

봄에 피는 꽃 중 가장 품위 있는 꽃답게 밍크 털로 옷을 입고 있다.

자클하게 흘러내리는 털에 감히 대적할 자가 없다.     

그 옆에 칠엽수는 번쩍거리는 가죽옷을 입고 폼을 잡는다.

예쁜 목도리를 두른 단풍나무도 제법 멋을 냈다.


터질듯한 산수유 꽃눈
목련과 일본목련 꽃눈과 잎눈



  

                                  칠엽수와 단풍나무 겨울눈




봄의 꽃 잔치를 가장 멋지게 벌이는 벚꽃의 겨울눈은

싱겁다. 워낙 꽃이 많아서 그럴 수밖에 없는지도 모르겠다.

다들 저마다의 모습으로 치장하고 겨울을 견디고

봄을 잉태하고 있다.


입춘도 지난 겨울의 끄트머리에 따뜻한 기온이 내려온다

납매와 풍년화, 영춘화는 벌써 봄맞이를 끝냈다.

모든 나무가 일시에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다고

하면 자연은 파괴되어버릴 것이다.

서로가 양보하고 배려하며 피어나기에 자연은 유지되고

우리 인간도 지구 안에서 그들과 같이 살아가고 있다.

더 잘나지도 못나지도 않고, 한 부분만 차지하고 있는것이다.


현재 인구가 70억 명이라고 하는데 또 같은 사람은 없다.

자연도 마찬가지이다.

어느 누구도 귀하지 않은 생명이 어디있겠는가.

다들 각자의 개성대로 살아가고 있다.

누굴 비난하고 품평하는 못난 짓은 하지 않고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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