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배초향 Feb 22. 2023

올해는 풍년이 든다네요

풍년화



긴 꼬리를 물고 놓지 않은 겨울 끄트머리

현수막이라도 달아두고 봄을 반겨야 하지만

난 세월 가는 것이 그리 반갑지 않아 봄을 반기지도 않는다. 햇살이 봄볕을 안고 거실 안으로 쑥 들어오는

휴일에 집안에서 하루 종일 보낸다는 것은

어쩐지 세월을 허투루 보낸 것 같다.     




날마다 커다란 택배가 도착하기 시작하더니 드디어

 주말에 아들이 왔다.

글 쓴다고  하는 엄마에게 선물을 해주겠다고

하더니 노트북과 스마트 모니터가 왔다.

 지금  있는 것도 충분하고, 컴퓨터

 좋다고 글이 잘 써지는 것도 아닐 건데 무슨

 증권거래소에서 보는 커다란 스마트모니터에

여러 기능이 장착되어 있는 모양이다.

사무실에서도  집에서도 데스크톱을 사용해서 인지 아직

 익숙해지지 않아 불편하다.

엄마가 무슨 유명한 작가인 줄 아나 싶어 미리 움추러든다.



봄의 소식은 아래로부터 느껴지고, 가을은 위에서부터 느껴진다.

땅을 찬찬히 쳐다봐야 봄을 먼저 느낄 수 있다.

벌써부터 이른 아이들은 벌써 작은 얼굴을 내밀며

눈 맞춤을 하고 있다.     

작은 고추가 맵다는 우리 속담이 있지만 작은 꽃들이

추위에도 아랑 곳 하지 않고 먼저 나온다.

그래서 부지런한 이 아이들은 잔뜩 잎과 꽃에

털을 달고 나온다.

봄까치꽃과 꽃마리, 냉이, 꽃다지 그리고 광대나물들이

천변의 황량한 공간을 메우기 시작한다.

나왔다고 아우성치지도 않고 얌전히 햇살에 의지하고 있다.

이른 꽃들은 다들 털을 잔뜩 달고 연한 색상으로 태어난다.

모든 생명은 스스로 살아갈 수 있도록 되어있는 것 같다.

                                                              

광대나물-


꽃다지-


큰봄까치꽃-

세월과 함께 DNA을 변화시키며 환경에 적응해 간다.     

토요일 갔던 홍릉에 있는 모리스풍년화는

아직 덜 핀듯했는데 아마도 기온 차이 때문일 것 같다.

홍릉에 있는 풍년화는 큰 나무 밑에 있어서

봄도 더디게 왔을 것 같다.


나무 중에서는 가장 먼저 꽃이 피는 납매는

벌써 꽃이 말라가고 있었다.

성질 급한 납매는 눈 속에서 피었다가 일찍 사라져 간다.

그리고 긴 세월을 보낸다.  

   

탄천변으로 해서 올림픽공원의 풍년화를 다시 찾아갔다.

자연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부지런할 수밖에 없다.

오늘의 모습과 내일의 모습이 다르고 어느때가

가장 아름다울지를 가름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어느

 꽃에 꽂히면 몇 번을 방문하여야 제대로 된 꽃을 볼 수 있다.     

올림픽공원의 야생화단지 한쪽 구석에 풍년화 두 그루가 있다.

그리 크지 않은 낙엽떨기나무이다

이 나무가 유명한 이유는 화사하고 나풀거리는

선형의 꽃잎이 움직이며 풍년을 불러온다고 해서다.

많이 피면 풍년이 든다는 속설이 있다.

풍년이 오려나 드디어 활짝 만개된 것을 볼 수 있었다.



 풍년화는 이른 봄에 잎보다 먼저 잎겨드랑이에 여러 개가

다닥다닥 붙어 핀다.

한 꽃자루에 3개씩 모여 달려 더 풍성하게 보인다.     

노란 꽃잎이 4장인데 보기 드물게 선형으로 길이가 1cm 정도이다.

 꽃받침은 4장의 난형으로 뒤로 젖혀져 있다.

승무 춤을 추는 고뇌의 춤사위가 이곳에서는 화려한 모습으로 노란 나빌레라 같다     


잎은 잎자루가 있고, 약간 찌그러진 마름모꼴의 타원형이다.

중앙 이후의 가장자리에는 물결모양의 톱니가 나 있다.  


   


아직 세시가 덜 지나갔는지 파란 하늘에 연이 날리고 있다. 올해의  소망을 가득 안고 훨훨 나르길 기원해 본다.        

       

시진 무단  사용 금지

작가의 이전글 힘내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