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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초향 Mar 21. 2023

아스피린의 원재료인

버드나무

난 버드나무 가지 흔들거리는 걸 보면 생각나면 영화가 있다.  읍내에서 약재상을 하며 장애자 아들(원빈)을 키우는 김혜자씨가 나오는 '마더'라는 영화이다. 나혼자만이 이 생각이 들겠다는 생각은 한다. 김혜자씨가 넓은 들판에서 혼자 서서히 몸을 흐느적거리면서 추던 춤이 생각난다. 그 춤사위가 버드나무 흔들거리는 가지에 자꾸 오버랩된다.



물이 있는 쪽에 가면 늘어진 가지 나무들이 많이 보인다. 한들한들거리는 모습이 거들먹거리게 보이기도 하고, 어찌 보면 너무 한량 같아 보이기도 한다.  요즘에는 버드나무와 능수버들, 수양버들은 많이 있지만 갯버들은 도통 찾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올해는 기필코 버들강아지를 찾아 사진을 찍겠다고 반차까지 내며 서울공원을 다녔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 이번 일요일 야생화 찾아간 천마산 계곡에 가서 드디어 찍을 수 있었다. 햇살에 반짝거리는 수꽃이삭을 볼 수 있었다. "너 정말 오랜만이구나"를 연발하며 반갑게 인사했다. 야생화보다 이 갯버들이 더 반가웠다.


생활 속에 가장 친근한 나무 중의 하나인 버드나무는 여러 종류이다. 물을 좋아해서 물가에서 가장 먼저 봄을 알리는 나무이다. 아직은 차가운 물에 고양이 세수만 하고 나와 긴 실 줄기를 늘어뜨리고, 산들바람에 춤을 추며 싹을 띄우기 시작하면, 그제야 다른 친구들은 기지개를 켜며 봄볕에 눈을 비비며 일어나기 시작한다. 늘어진 연둣빛 버들가지가 바람에 흔들거리고, 봄바람에 사람들의 마음이 흔들거리기 시작할 때 봄은 서서히 다가온다. 부드러운 가지는 아름답고 또한 강인함의 상징이기도 하다. 새로 나온 가지를 꺾어 껍질을 살살 벗긴 다음 버들피리를 만들어 놀던 친근한 고향 같은 나무이다.


자연재해에 대비하기 위하여 하천가에 둑을 쌓아 대비한다. 그리고 하천가를 보호하기 위해 나무를 심어 홍수를 대비하는데, 이때 가장 적합한 나무가 버드나무이다. 가장 유연성이 좋아 물살이 세차도 꺾이지 않고 휘어진다. 키 작은 갯버들과 커다란 왕버들, 능수버들을 심어 방패막이로 쓰인다. 또 버드나무가 물가에 살면 좋은 것은 버드나무뿌리가 물에 녹아 있는 질소와 인산을 흡수하여 물을 깨끗이 하는 자정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버드나무뿌리는 오염수의 정화작용에 탁월할 뿐 아니라 뿌리에 물을 저장할 수도 있다. 또한 잎은 대기오염물질을 흡착하는 효과가 대단히 좋다.


버드나무과는 일반적으로 어긋나는 잎을 가지는데 종류도 참 많다. 수양버들, 능수버들, 갯버들, 왕버들, 키버들, 호랑버들, 용버들 등이 흔하게 보이는 버드나무과 나무들이다. 봄의 전령사인 갯버들은 얼음장 밑으로 물소리가 졸졸 흐르기 시작하면 벌써 일어나 꽃을 피운다. 부들부들한 꽃의 모습은 강아지 꼬리 같은 모습이다. 그래서인지 갯버들은 ‘버들강아지’라고 불리며 개울가 붕어들의 놀이터 역할을 해주었다. 용버들은 원줄기와 큰 가지는 위를 향하지만 일 년생 가지는 파마머리를 하며 아래로 늘어져 자라며 용처럼 꾸불거리기 때문에 용버들이라 한다. 한 번도 긴 파마를 해보지 못한 난 이 용버들만 보면 부럽다. 내가 파마한 듯 대리만족한다.


귀신이 나온다는 왕버들은 탁엽으로 쌓여있는데 자라면 크고 웅장하다. 청송 주산지 안에서 자라고 있는 버드나무도 왕버들이다. 이는 처음 심을 때는 개울가였는데 저수지로 만들면서 물이 차올라 강 속으로 들어가게 되었는데 다른 나무들은 다 죽어버리고 지금은 왕버들만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호랑버들은 산기슭이나 중턱에 자라는데 겨울눈이 호랑이 눈처럼 붉게 생겨 이름 붙여졌다. 키버들은 우리나라 고유종으로 버들가지를 엮어 여러 가지 생활용품을 만들어 사용했는데 이른 봄 잎이 나오기 전에 꽃이 먼저 피기 시작하는 봄을 알리는 대표적인 관목 나무이다.     


버드나무와 비슷한 나무로는 능수버들, 수양버들이 있는데 모두 10여 미터 넘게 크는 나무이다. 버드나무는 새로 난 가지만 늘어지고, 작년 가지는 거의 늘어나지 않지만 수양버들과 능수버들은 오래된 가지가 더 길게 늘어진다. 수양버들은 물가나 습지에 살며 소지가 붉은빛이 돌고, 능수버들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데 들판이나 물가에 살며 소지가 노란빛이 돈다. 천안삼거리 능수버들이 늘어져 있는 모습을 노래한 민요도 널리 알려져 있다.


버드나무는 요즘은 버드나무 꽃가루 때문에 봄철이 되면 알레르기로 고생하는 사람이 많아 반갑지 않은 존재라고 생각했다. 전에 풍치를 목적으로 많이 심었던 버드나무가 날리는 흰 솜털 때문에 가로수로 있던 나무들이 많이 없어졌다. 실제로는 날아다니는 솜뭉치는 꽃가루가 아니고 씨앗에 달린 솜털(종모)라 알레르기를 일으키지 않는다. 그러나 솜털이 날리면서 나쁜 먼지가 달라붙어 함께 옮겨 다니니 좋다고는 할 수 없다.


 일반적인 나무는 싹을 띄우면 하늘을 향해 올라가는데 이 버드나무과 가지는 아래로만 처져 줄줄이 늘어져 간들거린다. 가는 가지가 자람이 빠르고 잎이 많이 달리다 보니 무겁기도 하다. 또한 일반적인 나무는 자라면서 리그닌이 많아져 단단하게 만들어지는데 버드나무는 다른 나무에 비해 이 리그닌이 부족해 하늘로 서 있지 못하고 바람 따라 아래로 흔들거리며 자란다.    

 

버드나무는 양반집에는 심지 못하게 했다. 이는 남자의 기운을 모두 빼앗아간다고 생각했고, 절개와 기조를 생명으로 여기기 때문에 양반집에서 산들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를 좋아할 리가 없었다. 옛날에는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질 때 버드나뭇가지를 꺾어주는 절류라는 풍습도 있는데, 이는 우리들의 사랑이 시들지 말고 다시 만나자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 버드나무는 가지를 꺾어 어떤 모습으로 식재하여도 잘 살기 때문에 그런 풍습이 생기게 되었다.   

  

의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히포크라테스는 수양버드나무껍질에서 살리신을 추출하여 아스피린을 만들었다는 얘기는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1853년 독일의 바이엘사에서 버들잎에서 아스피린의 주성분인 ‘아세틸살리실산’을 추출해 진통해열제인 아스피린을 만들어 상용화해 지금까지 수많은 환자들의 고통을 덜고 있다. 아마도 아스피린을 안 먹어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조금 있으면 나오기 시작하는 조팝나무도 같은 약효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버드나무 이야기는 끝이 없다

도깨비불 이야기, 나주오 씨 유화부인 이야기,  지팡이, 이순신 이야기 등등 끝이 없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다시 한번 정리해야겠다.


버드나무 -창경궁


수양버들

능수버들

 키버들

왕버들


갯버들  수꽃이삭


용버들


호랑버들  수꽃이삭

#버드나무#,갯버들#용버들#왕버들#호랑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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