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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초향 Aug 02. 2023

꽃 찾아 나서기

마타리



난 소설이나 시에 조예가 깊지 못하다. 나한테 글을 쓴다는  작가라고 불러주기도 하지만 그건 듣기  좋으라고 불러주는 애칭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하는 일 중 가장 자신 없는 분야이기도 하다. 난 답이 똑 떨어지는 수학을 더 좋아했다. 애매모호한 것을 지금도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감성이 조금은 메말랐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내가 황순원 선생님을 좋아했던 건 황 씨라는 것 때문이었다. 지금도  어디서나  황 씨가 나타나면 난 호감을 갖는다. 동질감이 느껴져서 친근하게 생각된다.


황순원 선생님이야 오래전 분이고 소설이라야 지금처럼  장편소설이 있는 것도 아니니 작품 찾아 읽는 것도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소나기에 마타리꽃이 등장하는 대목이다

소녀가 양산받듯이 써보는 마타리꽃은 소녀를 더욱 가련하게 만들었는지 더욱 청순하게 만들었는지 생각해 본다




소녀가 산을 향해 달려갔다. 이번은 소년이 뒤따라 달리지 않았다.

그러고도 곧 소녀보다 더 많은 꽃을 꺾었다.

 "이게 들국화, 이게 싸리꽃, 이게 도라지꽃……."

 "도라지꽃이 이렇게 예쁜 줄은 몰랐네. 난 보랏빛이 좋아! ……

그런데 이 양산같이 생긴 노란 꽃이 뭐지?"

 "마타리꽃."

 소녀는 마타리 꽃을 양산받듯이 해 보인다.

약간 상기된 얼굴에 살포시 보조개를 떠올리며.

 다시 소년은 꽃 한 옴큼을 꺾어 왔다. 싱싱한 꽃가지만 골라 소녀에게 건넨다.

그러나 소녀는

 "하나도 버리지 마라. “

 




황순원의 소나기에 마타리가 나온다는 사실은 알려져 있다 소나기를 읽고 마타리꽃이 너무 궁금했다. 오랫동안  꽃을  찾아다녔지만 귀한지 눈에 띄지  않았다. 정말  노력했지만 결국  내 눈에는  보이지 않았다.  사진으로 감상하는 것으로 그쳤다. 전에는 인터넷도 없었으니 더욱 갈증이 많았을 거다.  그래서 양평에  소나기마을이 만들어지자 여름 바로 그곳에 갔다. 그곳에 가면 당연히 있을 것 같았다.  지금에야 그래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지만 그땐 없었다.  여름 그곳에 가니  들어가는 입구에 소나기를 피하던 움짚들이 지어져 있고 어느 시간이 되자 소낙비가 쏟아지던 경험을 했다.  업어서 건너던 냇가도 있었다.  이곳 때문에 양평을 소나기 마을의 배경이라고 한다. 마을이 꽤 컸는데 그곳에도 찾던 마타리는 없었다. 내가 두해 찾아갔지만   만날 수가 없었다. 운전도 못하는 난  남편에게 엄청난 아부를 하여 갔었다. 어쩜 소나기 마을에 마타리가 없다니. 앙꼬 없는 찐빵이나 같았다. 그 후 그 마을은 다시 안 가기로 했다.



꽃을 찾아다닌다 것은  부지런이다. 계절에 맞춰야 하고  시간에 맞춰야 하고. 장소를 찾아야 하니 귀한 꽃은 찾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 우연히 발견하면  다행이지만  쉽진 않다. 어느 날  찾아가면 꽃이 덜 피기도 하고,  져버리기도 하고  없어져버리기도 한다.  식물을 공부하면서부터는 어디 가면 무슨 꽃이 있다는 정보가 그래도 많다. 독말풀(악마의 나팔꽃)이란 꽃이 있는데 예쁜 모습의  꽃사진을 찍기 위해  그곳에  10번 이상 간 적도 있다.


마타리는 다른 꽃과는 달리 키가 큰 여름 꽃이다.  보통 150센티 정도의 큰 꽃이다 여름에서 초가을무렵까지도 볼 수 있다. 산에서도 가끔 보이고 공원 화단에서도 가끔 볼 수 있었다. 피어있는 모습이 노란 우산을 펼쳐놓은 듯하다.  영명을 golden lace라고 한다.


마타리의 원줄기는 곧추선다.   산토끼꽃목 마타리과인 여러해살이 풀이다.  마타리과에는 마타리와 비슷한데 꽃이 하얗게 피는 뚝갈이 있다.  위에서 갈라지며 줄기 끝에 산방꽃차례로  노란 꽃이 핀다  밑부분에서는 잎이 갈라져서 달리지만 위로 가면서 잎은 없어지고 꽃만 남는다.  그래서 더욱 돋보이는 꽃이다.   꽃이 예쁜 것과는 달리 뿌리에서는 별로 좋지 않은 냄새가 진하다고 하는데 뿌리를 파보질 못 했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노랑키를 자랑하며  꺽다리처럼 서있는 모습을 보면  항상 웃음이 나온다.



얼마 전  올림픽 공원에 갔더니 마타리꽃이 있었다. 매년 가는 곳이니 대충 무슨 꽃이 어디에 있는지는 알고 있는데 초화류는 매번 바꿔 심는다.  올해 처음으로 마타리꽃이 있었다. 고향 친구를 만난 듯 기뻤다. 올해는 이곳에서 마타리꽃을 봤으니 저 멀리까지 찾아가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인지도 모르겠다.




식물에 관심을 가진 뒤론  매년   찾아다니며  한 번씩 인사하는 꽃들이 있다. 그중 하나가 이 마타리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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