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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초향 Aug 10. 2023

어르신들에게 아들이란 존재는...

딸은 또 뭔가?

더위가 물러나려나보다. 그래도 찌는 것 같은 열기가 조금은 약해지나 보다. 모든 게 흐르는 세월 앞에선  어쩔 수 없나 보다. 태풍의 전조 증상인지 파란 하늘에  떠있는  하얀 구름이 유난히 예쁘게 보인다. 초록이 넘쳐 나도록  가득 찬 나뭇잎들의  흔들거림이 반갑다.


 전에 같이 일하던 여직원에게 카톡이 왔다. 헤어진 지  5년이 넘었나 보다.  2년 전에 딸이 대학교에 들어갔다고 연락이 왔었다. '너무 기뻐서 연락드려요'라고 카톡이 왔었고 오늘 카톡이 또 왔다.  엄마가 돌아가셨다고 한다. 장례식장이 광명이라고 한다.  딸이  꽤 공부를 못했던 것 같았는데  대학에 들어갔다고  좋아라 해서 함께 기뻐해주고 축하금을 조금 송금해 줬었다.  요즘은 전화번호만 알면 카카오로 그냥 송금해 버리니까 편리하다


그 여직원이 함께 살던 친정엄마를 어떻게 케어할 수가 없어  가족들이 난리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내가  요양원 하던 친구한테 연락해 상의했더니 편리를 봐주겠다고 했다. 내 친구 도움으로 요양원에 계시게 됐는데 지금까지 7년이 넘게 사시다가 돌아가셨다는 것이다. 그 친정엄마는 '내 딸 친구가 여기 원장'이라고 큰소리치며 같은 방 분들에게 엄청 자랑스럽게 말하고 계셨다고 한다. 100 배드를 운영하고 있으니 원장 얼굴 보는 게 쉬운 일은 아닐 건데도 그렇게 소리치신다고 한다. 딸은 어쩔 줄 몰라했지만 자신도 허세를 부려 보고 싶었을 것이다. 덕분에 감사하게 엄마가 사시다가 돌아가셨다고 인사하는 것이었다.


장례식장이 광명이라서 우리 집에서는 엄청 멀었다. 퇴근하고 가려니 심란했는데 그래도 가는 게 도리일 것 같아 나셨다. 다행히 요양원 친구도 내 시간에 맞춰오겠다고 했다.  막상 가서 보니 가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안할 정도로  친구와 나는 환대를 받았다. 식구대로 나와서 좋아라 했다. 얼굴을 처음 보는대도 얘기 많이 들었다고 예쁘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조문가서 끌어안고 좋아하는 것도 어색했지만 정스러웠다.  


그리고 식탁에 앉더니 복 받춰 오르는 설음을 쏟아냈다. 딸 둘이 요양원비를 부담하며 7년이 넘도록 케어를 했는데 한 명 있는 오빠는 10년이 넘도록 얼굴 한 번을 안 봤다고 한다. 그런데 돌아가실 것 같다는 연락을 했더니 오빠랑 올케가 왔다고 한다. 친정엄마는 딸들이 다 병원비 내며 케어를 하고 있었는데도 고맙다는 말도 안 하더니 10년 만에 온 아들을 보더니 반갑게 맞이하더라고 했다. 그리고 다음날 돌아가셨다고 한다. 그리고 지금에 와서 아들은 자기가 상주라고 앞장서서 지금 부의금통을 지키고 있다고 한다. 이런 아들, 며느리를 보고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를 모르겠다. 사람들은 하두 가지가지여서 그냥 웃었다.



지금 8,90세 드신 어르신들의 머릿속에 아들은 본인 자신일 것 같다. 아무리 잘못했던 아들이라도 돌아가실 때는 아들만 찾으신다고 한다. 지금이야 세상이 바꿔 그런 젊은 어르신들은 없겠지만 연세가 많으신 어르신들의 머릿속은 아들에 대한 집념은 어쩔 수가 없다 한다. 친구 얘기로도 요양원에 계신 분들 보면 딸들의 면회가 훨씬 많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딸을 낳으면 좋아한다. 그런데도 나이 많은 어르신들은 재산을 빼서 딸 몰래 아들에게 주는 부모들이 많다고 한다. 며느리와 사위는 어쩌다 한 번씩 면회 온다는 것이었다.  요양원에 입원해 있는 나이를 드신 부모들에게도  돈의 위력은 엄청나다고 한다. 노후 대비 잘해야 한다고.


나도 나이가 많은 미혼 아들이 있다. 부모들도 요즘은 그렇게 결혼시키려고 애를 쓰지도 않는다. 며느리들의 존재가 전과는 전혀 다른 이유도 한 몫할 것 같다.  한 사람인데도 친정 부모한테는 후하고 시부모한테는 각박한 인심이 달갑지는 않다. 난 딸한테 시댁 어르신들에게 잘하라는 말을 달고 산다.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도 좋은 쪽으로 받아들이라고 한다. 명절 때도 딸에게 당일은 절대 못 오게 한다. 평소에 친정 들락거리는 게 훨씬 많으니 명절에는 시댁에 있으라고 한다. 그렇게 좋아하는 아들의 배우자한테는 좋은 대우를 못 받는 것을 보면 누구의 잘못일까 생각해 본다.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서로를 탓하고 지내는 고부갈등을 만드는 사람은 누구일까?

           시어머니일까, 며느리일까.       서로 남 탓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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